#. 얼마 전 새 아파트로 이사한 나모씨. 몇달 전부터 20만원이 훌쩍 넘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는 고민에 빠졌다. 특별히 전기를 낭비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 4인 가족이 집에서 주로 쓰는 가전제품이라고 해봐야 에어컨, TV, 전기밥솥, 식기세척기 정도다. 도대체 어떤 제품이 나씨에게 폭탄 고지서를 안겨주는 것일까.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전력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더욱이 올여름은 평년보다 빨리 찾아온 관계로 냉방기 이용이 잦아 전기료를 걱정하는 가구가 많아졌다. 특히 지난 2000년부터 주택용 전기료에도 누진세가 적용됨에 따라 전기요금 폭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환경보호와 더불어 가계 부담까지 줄이는 알뜰 전기절약법을 알아봤다.
◆생활 속 절전, 작은 습관 변화부터
가정에서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제품은 단연 냉·난방기 가전이다. 여름철 에어컨이나 겨울철 전기난로가 대표적이다. 제품마다 소비전력에서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에어컨 1대와 선풍기 30대의 전력소비가 맞먹을 정도다.
따라서 에어컨 사용시간을 조금만 줄여도 전기료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예컨대 48.8㎡ 기준 에어컨을 1시간씩, 20일만 절약해도 월 전력량이 약 40kWh 절감된다. 이는 4880원의 전기요금이 절약되는 셈.
그래도 에어컨을 사용해야 한다면 실내온도를 낮추기보단 적정온도(26도)를 유지하면서 선풍기를 함께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에어컨은 흡입되는 공기를 일정온도가 될 때까지 서서히 냉각하므로 선풍기를 같이 틀면 냉방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또한 에어컨 설치위치를 확인하고 설치하면 전기료 절감에 도움이 된다. 에어컨은 바닥에서 75cm 이상 높게, 뒷면과 40cm 이상 간격이 있어야 냉각판에 무리가 가지 않고 공기순환이 더욱 잘 이뤄진다.
에어컨 필터를 2주일에 한번 이상 청소해 먼지를 제거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필터에 먼지가 쌓이면 찬바람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에어컨 필터만 잘 청소해도 약 5%의 소비전력을 줄일 수 있다.
겨울철에 흔히 사용하는 원통형 전열기는 난방 넓이 30㎥ 기준 제품의 소비전력이 3000W에 달한다. 이는 PC 20대를 동시에 켜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만약 이 전열기를 하루 6시간씩 가동하면 누진세 포함 월 44만원까지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
다음으로 전력소비가 많은 가전제품은 텔레비전과 냉장고다. 특히 여름철에 냉장고 문을 수시로 열고 닫으면 냉각기능이 급속도로 떨어져 폭탄요금의 주범이 된다. 또 냉장고는 적정온도(냉동실 -15∼-18℃, 냉장실 3∼4℃)를 설정하는 것만으로 가계비용을 줄일 수 있다. 냉장고 온도를 1℃ 올리면 약 5%의 전기가 절약된다. 이밖에도 냉장고 안의 음식물은 용량의 60%만 채워넣는 것이 좋고 냉장고 설치 시 벽면 10cm이상, 측면 30cm이상 떨어져있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세탁기 절전방법은 세탁물의 양보다 사용횟수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탁물의 80%가량 채워 세탁해도 세탁효과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찬물로 세탁하면 더운물에 비해 전기사용량을 30%가량 절감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전기먹는 하마' 제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장시간 보온기능을 켜둔 전기밥솥이나 내내 켜두고 사용하는 셋톱박스다. 특히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전원을 끈 상태에서 전기제품이 소비하는 전력)은 42인치 대형TV의 대기전력 0.065W에 비해 무려 260배나 많은 17.39W에 달한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1%가 대기전력으로 낭비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전력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콘센트를 뽑아 전력을 차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스위치가 있는 절전형 멀티탭을 사용하면 좀 더 수월하게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전기료 줄이는 기특한 상품
지난해 11월 주택용 전기요금이 2.7% 인상되면서 전기료 부담이 더욱 커졌다. 그렇다고 가전제품을 전혀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이에 절전보조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여름철 유리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햇빛은 낮 동안 실내온도를 쉽게 상승시킨다. 이런 경우 열차단 시트지를 사용하면 실내로 유입되는 열을 차단해 온도상승을 방지하고 에너지 절약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쓰리엠에 따르면 낮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1시에 열차단 시트지를 부착한 곳의 실내온도가 부착하지 않은 곳에 비해 4도가량 낮게 나타났다.
조명은 다른 가전에 비해 사용시간이 길다. 기존에 사용하던 백열전구나 할로겐 램프를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기만 해도 85% 이상 전력소비 절감이 가능하다. 또 고효율 형광램프는 일반 형광등에 비해 20∼35%의 절전효과가 있다.
여러 제품의 케이블이 연결된 멀티탭은 대기전력을 늘리기 쉽다. 디이엘의 에너지절약형 멀티탭 '액시브 탭'은 메인 전자제품의 전원을 끄면 멀티탭에 함께 연결된 여러개의 플러그가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PC를 메인 전자제품으로 정해두면 PC 전원이 꺼짐과 동시에 멀티탭에 연결된 모든 제품의 전원이 차단돼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자동절전제어장치인 세광전자의 '주간 타이머 콘센트'는 기존 멀티탭과 달리 스위치 전원을 끄지 않아도 예약한 시간에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된다. 1분 단위로 설정이 가능하고 집을 비울 때는 원하는 시간에 자동으로 불을 켜고 끌 수 있어 방범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전제품 살 때 반드시 살펴야하는 '에너지등급'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은 5등급 제품에 비해 30∼4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절약 마크가 부착된 대기전력저감 우수제품을 사용하면 대기전력을 최소화 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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