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을 마친 후에도 기억에 남는 자동차가 있다. 그런 차의 대부분은 주행성능이나 핸들링에서 감동을 주는 반면, '이것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차량도 있다. 최근 시승한 ‘2014 포드 퓨전’이 그랬다.

미국 글로벌 자동차기업인 포드사의 대표적인 중형세단 퓨전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서울 도심과 서해안고속도로로 차를 몰았다.


시승차는 2000cc 직렬 4기통에 최고 출력 234마력, 최대 토크 37.3㎏·m의 성능을 자랑하는 포드 퓨전 2.0 에코부스트 티타늄이었다.





◆ 거칠게 잘생겼네

잘생긴 외모에 거친 느낌. 여기에 많이 본 듯하지만 질리지 않는 느낌까지. 퓨전의 멋진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영국 명차 애스턴마틴을 닮기도 했다. 전면 디자인이 애스턴마틴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독특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펼쳐진 헤드램프와 범퍼, 그리고 후드의 캐릭터 라인이 만들어 내는 인상은 분명 포드 특유의 디자인이었다.

이런 강력한 전면부 디자인은 레이저컷 헤드램프와 라이트 캐칭 디자인 라인이 어우러져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스포츠 쿠페 스타일의 측면은 낮은 루프 라인에 한줄의 숄더 라인이 민첩함과 스포티한 느낌을 더해주며, 후면은 포드 유럽 패밀리 룩 LED 테일 램프와 매끈하게 처리된 테일 파이프가 세련미를 더했다.


실내 디자인은 깔끔했다. 오토매틱의 기어봉이 중심을 잡고 있고 깔끔한 대시보드가 눈에 들어온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멋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경사진 센터페시아(중앙 계기판이 있는 부분)가 생동감을 줬다. 특히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터치식 디스플레이의 인상적 조작 버튼이 눈에 띄였다.

넓은 차량 공간도 만족스러웠다. 퓨전은 배기량 2000cc의 중형차급이지만 차체는 현대자동차의 그랜저TG보다도 크게 느껴졌다. 길이와 넓이는 그랜저TG에 다소 못 미치나 실내가 더 높고 공간도 크다.

◆ 편안한 시내주행… 아쉬운 승차감

본격적인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선호하는 시승 코스인 서울 광화문 시내와 종로구 부암동 일대를 돌아봤다. 광화문 일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차량이 많은 도심지역에서의 성능과 승차감, 그리고 운전의 편의성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아울러 부암동은 급경사로 이뤄진 오르막길과 다소 울퉁불퉁한 골목길이 형성돼 있어 차량의 힘과 승차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내 주행에서 퓨전의 성능은 우수했다. 포드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센서와 카메라, 레이더 기술을 기반으로 주행환경에 대한 차의 반응성을 높이는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돋보였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은 룸미러 뒤에 위치한 카메라가 도로 아래쪽을 모니터링해 차선을 이탈할 경우 스티어링 휠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또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전방 레이더를 통해 도로 위의 흐름을 감지하고 교통 상황에 맞춰 차 간 거리를 인식, 경보음을 울려 속도를 운전자가 인식하도록 도와줬다. 시내에서의 승차감과 핸들링, 그리고 코너링도 부드러웠다. 약간의 소음이 있기는 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부암동 주행에서는 실망감이 컸다. 무엇보다 포드사의 차량이 자랑하는 승차감에 배신감(?)을 느꼈다. 약간 울퉁불퉁한 도로에 들어서자 마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는 듯했다. 접지력이 약하고 핸들링 감도 기대치에 한참 모자랐다. 반면 오르막길에서는 만족스러운 주행 성능을 보였다. 변속기어를 S(Sport) 모드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자 대략 30도 이상 돼 보이는 경사로를 거침없이 올랐다.



◆ 퓨전의 강점 '달리는 감동'

퓨전이 마음에 든 것은 바로 고속주행 성능이다. 거의 1년 365일 정체되는 답답한 서부간선도로를 빠져나와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가속페달을 밟자 힘이 넘치듯 자연스럽게 속도가 올라간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속도가 붙었다. 140㎞ 이상 고속으로 치고 나갈 때도 힘겹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게다가 고속주행에서는 오히려 저속주행 때 보다 외부 소음이나 거친 엔진음이 들리지 않는다. 고속주행 시 차량이 깔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승차감도 편안했다.

연비도 제조사가 밝힌 그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 차량의 공식 복합연비는 ℓ당 10.3㎞다(도심연비 8.9㎞/ℓ, 고속도로연비 12.7㎞/ℓ). 시승기간 동안의 복합연비는 약 ℓ당 10.1㎞가 나왔다.

‘2014 포드 퓨전’에 대한 기자의 종합적인 평가는 중장거리나 스피드를 즐기는 운전자들에게 어울린다는 점이다. 반면 시내 주행이나 다소 길이 험한 곳을 자주 다니는 운전자라면 시승 체험 후 구입을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