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전국 64개교 중·고등학생 2382명을 대상으로 한 '2012년 청소년 통일의식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7.1%의 청소년이 '6·25 전쟁 발발연도를 모른다'고 답했다. '통일 및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청소년은 35.3%이고 23.8%는 아예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경향은 과거 청소년들이 불렀던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목숨 바쳐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를 떠올릴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청소년의 절반 이상인 52.3%가 '북한주민에 대해 호감을 갖지 않는다'고 답한 것은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연관된다. 누구든 비호감인 사람들과 섞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A 국회의원은 "청소년의 통일의식이 전반적으로 심각한 상황임에도 이를 개선하고 대비하기 위한 통일부의 청소년 통일교육사업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통일부는 교육부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통일교육이 학교 교과과정과 병행해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사항을 적극 검토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 이제는 도덕적 아닌 경제적 관점


통일교육이 변화할 때 통일한국의 주인공인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시대흐름은 과거에 강조됐던 민족애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 7월 전국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 통일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남한에 이익이 된다'고 답한 비율이 55.9%에 달했다. 이는 이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래 최고 높은 수치다.

통일이 실업문제를 개선해줄 것이라는 응답도 지난해보다 7.5%포인트 높아진 29.8%를 기록했다.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과거에는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가 통일로 나가는 깃발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경제적 관점에서 통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은 89.3%에 달했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지난해보다 3.4%포인트 높아진 88.0%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74.9%로 지난해보다 8.9%포인트나 상승했다. 북한정권을 대화와 타협의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고 응답한 비율은 72.5%에 달했고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보다 8.3%포인트 줄어든 27.5%에 그쳐 지난 2007년 조사 이래 최저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반세기 이상 분단의 세월이 흘러가면서 통일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통일을 단지 민족관이나 도덕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경제적 손익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으며 통일의 걸림돌은 '북한의 지배체제와 무력지향적인 태도'라고 인식함을 알 수 있다.

남북간 휴전상태로 인해 국방비가 많이 지출될 수밖에 없는 것도 다른 나라에 비해 손해다. 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북한에 매장된 방대한 양의 지하자원과 북한의 숙련되고 값싼 노동력의 활용가치가 통일 대박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망원경을 이용해 북녘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독일, 유럽 경쟁력 1위… 원동력은 '통일'

독일은 1990년 10월3일 동·서독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기 직전인 같은 해 1월 이후부터 통일을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소련이 동독의 공산정권에 등을 돌리고 서독정부가 적극적으로 통일의지를 나타내자 동독 주민들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서독사회를 동경하면서 통일을 원하게 된 것이다.

통일 당시 독일은 경제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통일을 계기로 다시 발전해 유럽에서 경제력 1위인 국가로 올라섰다. 통일 이후 공공기관, 기업체, 학교, 문화시설 등이 동독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신규 일자리가 대폭 늘어났고 동독에 부족한 사회기반시설과 주택을 건설하면서 경기가 좋아졌다.

내수시장 확대로 서독의 기업들은 성장 모멘텀이 커졌고 특히 서독의 자동차회사들은 통일 이후 급성장했다. 통일 이후 24년간 B자동차회사의 주가는 1000%, W사의 주가는 530%나 올랐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상태가 종식된 이후 이데올로기의 가치가 사라졌으며 글로벌시대에 많은 나라들이 오직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금의 추세다. 국가의 합병이나 통일뿐만 아니라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것에도 경제적 이해득실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영국의 스코틀랜드에서 실시한 분리 독립에 대한 투표는 전세계 이목을 끌었다. 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84.6%에 달했는데 개표 결과 반대 55.3%, 찬성 44.7%로 307년만의 독립은 무산됐고 영국의 일부로 남게 됐다.

하지만 스코틀랜드는 훗날 또다시 분리를 시도할 수도 있다. 이번에 독립운동을 주도한 알렉스 샐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총리는 "스코틀랜드 국민들은 '이번만' 독립을 거부했다"며 "미래에 투표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쪽 사정을 잘 몰랐던 대부분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잘 사는 선진국인 영국에 속해 있는 스코틀랜드가 왜 분리 독립하려는지 의아해 했다. 하지만 영국을 벗어나야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스코틀랜드인들이 많아졌다. 이유는 북해유전, 조선산업 등으로 영국 국내총생산(GDP)에 상당한 기여를 함에도 복지혜택 등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독립하면 북해유전의 90%가 스코틀랜드에 귀속돼 세금을 낮추고 복지는 늘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분리 독립 열망하는 국민들… 이유는 '돈'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투표는 일단 부결됐지만 유럽 여러지역에서 독립을 열망하는 분위기가 심상찮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스페인의 카탈루냐와 바스크, 이탈리아의 베네토주와 남티롤, 벨기에의 플랑드르, 덴마크의 파로에, 프랑스의 코르시카, 독일의 바이에른 등 최소 8개 지역에서 분리 독립 움직임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인 동북부의 카탈루냐주는 스페인 전체 면적의 10%에 불과하지만 스페인 총인구의 16%인 760만명이 거주하고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한다. 첨단산업이 발달했고 농업생산력이 높아 전통적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힌다. 카탈루냐에 위치한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관광수입도 상당하다.

카탈루냐만 놓고 보면 국민소득이 유럽연합 평균치를 웃돈다. 하지만 그 지역의 총생산(GRDP) 중 9%가량이 중앙정부를 통해 남부 안달루시아 등 다른 지방정부를 도와주는데 사용돼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카탈루냐는 문화와 역사가 스페인과 다르며 카탈루냐어도 스페인어와 다른 점이 많다. 1714년까지 카탈루냐는 독립된 지역이었다. 그러다 스페인 왕위계승전쟁 때 프랑스 왕국의 지원을 받은 스페인 왕가에 대항해 신성로마제국 및 영국연합군에 가담했다가 바르셀로나 공방전에서 패배, 자치권이 소멸된 것이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항복하고 스페인 지배 아래 들어간 날인 지난 9월11일에는 주민 수십만명이 카탈루냐주의 색깔인 노란색과 빨간색 옷을 입고 독립 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지난 2012년부터 3년째 이어진 독립시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오는 11월 시행 예정이었던 국민투표는 헌법재판소가 적법성 여부를 가릴 때까지 연기됐다. 현재 카탈루냐 주민 중 분리 독립에 찬성하는 비율이 반대하는 비율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도시 베네치아가 위치한 이탈리아의 베네토주도 분리 독립 주장이 강하게 나오는 곳이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듯 베네토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산업화가 잘 돼 있고 실업률도 이탈리아 전체 평균보다 훨씬 낮다.


베네치아는 중앙정부에 연간 200억유로(약 30조원)의 세금을 내는데 그 많은 돈이 중앙정부와 남부지방에 쓰이는 것에 불만이 많다. 지난 3월 실시한 인터넷 투표에서 베네토 주민 400만명 중 89%가 분리 독립에 찬성했다. 베네치아 독립당은 베네토주가 독립하면 베네토공화국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의 또다른 부유한 지역인 남티롤에도 분리 독립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티롤은 원래 오스트리아에 속해 있었는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에 통합된 곳이다. 따라서 오스트리아 문화에 더 가까우며 주민의 70%가 이탈리아어가 아닌 독일어를 사용한다.

이탈리아가 경제위기를 맞아 지방으로 가는 교부금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한 뒤 분리 독립 정서가 고조됐다. 만약 분리 독립한다면 오스트리아로 합병을 요구할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벨기에는 북부 플랑드르가 분리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인 브뤼셀이 있는 남부 왈롱에서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반면 북부 플랑드르에서는 네덜란드어를 사용한다. 북부의 플랑드르가 남부의 왈롱보다 경제적으로 더 우세하다는 점도 분리요구의 동기가 됐다. 유럽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각국에서 지역 간 경제격차가 심화된 것도 분리 독립 움직임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

분리 독립을 원하는 배경에는 문화, 역사 또는 언어가 다른 점 등이 꼽힌다. 아울러 경제와 관련된 요인도 분리 독립을 원하는 촉진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들을 분리하느냐 떨어져 살던 가족이 합치느냐, 기업이 분할하느냐 합병하느냐 등의 결정에 경제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