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에 거주 중인 정모씨(49·여)는 4년째 다가구주택의 반지하 방에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을 내며 살고 있다. 남편은 3년 전 지병으로 사망했고 22살 아들은 입대했다. 현재 거주지로 이사 오기 전 그는 전세를 살았다.

"2년마다 옮겨 다니느라 이사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집 규모가 커지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가졌다"며 내집 마련에 대한 꿈을 키우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았다는 정씨. 그런 그의 삶은 남편이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며 180도 달라졌다. 병원비 마련을 위해 1억1000만원가량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 전세대출금액 4000여만원을 상환하니 7000만원 상당의 자금밖에 남지 않았다. 남편의 치료비에 대한 부담도 컸던 터라 이 돈을 모두 전세자금으로 이용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남편은 이미 사업을 접고 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상태였으며 정씨 또한 직업이 없는 터라 전세대출을 받는 것도 불가능했다.


매달 돈이 나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당장 몸을 뉠 곳을 찾아야 했던 정씨는 결국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집주인은 당초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을 제시했지만 정씨는 보증금을 1000만원 올리는 대신 월세를 40만원으로 낮췄다. 전월세전환율은 12%. 당시 전월세전환율의 상한선이 14%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씨에겐 당장 매달 나갈 돈 5만원을 줄이는 게 중요했다.

 
/자료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정씨가 현재 동네식당에서 일하며 받는 월급은 한달에 160만원 남짓. 월세 40만원에 전기·가스·수도세 등을 합하면 매달 50만원가량이 고정적으로 지출된다. 여기에 통신·교통·식비 등 각종 생활비를 감안하면 40만~50만원으로 한달을 살아야 한다.

6개월 후 전역하는 아들을 마냥 반길 수도 없는 처지다. 정씨는 "(아들이 군대에 있는 동안) 입이 하나라도 줄면 돈이 좀 모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월세를 살다보니 모인 돈이 없다"며 "혼자라면 고시원이라도 들어가 저축하고 살텐데 아들이 제대하면 방은 있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지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매달 10만원씩 '주택청약저축'을 붓고 있다. 하지만 청약을 받아도 모은 돈이 없어 새집으로 들어가기 힘든 상황에 한숨만 나온다.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할 예정인 만큼 'LH대학생전세자금대출'도 고려해 봤지만 대출한도인 7000만원을 모두 받아도 들어갈 만한 전셋집을 찾을 수 없었다. 정씨는 "부동산중개업소에 전화하면 전세는 아예 없단 말만 한다"며 허탈해 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정부의 '10·30 전월세대책'에 대해 정씨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일 나가고 집에 오면 드라마 틀어놓고 잠드는 게 서민인데 어떻게 신문기사를 챙겨보냐"며 "진짜 도와주고 싶으면 대상자에게 우편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월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빚져서 월세 내면 내 돈 나가는 게 아닌 거냐"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서민들에게 월세가 왜 부담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대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