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연간 음주운전사고의 18.1%가 11∼12월에 발생하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증가한다. 최근 3년간 음주운전사고를 분석한 결과 안전운전 불이행(68.7%), 중앙선 침범(10.6%) 등 법규위반이 주요 원인이고 치사율도 다른 사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뇌의 이성적 판단능력을 담당하는 구피질, 운동신경, 시신경 등의 기능이 떨어져 운전 시 사고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면 정보처리, 지각운동기능이 영향을 받으며 0.1% 이상이면 사고발생 가능성이 5~10배 커진다.
/사진=뉴시스 강진형 기자
본인은 많이 취하지 않아 정신이 멀쩡하다고 느끼는 경우라도 판단력과 운동능력 저하로 돌발상황 때 반응시간이 길어지고 속도조절능력이 떨어진다. 속도감각이 무뎌지면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늦어지고 무의식중에 과속 위험성 또한 커진다. 이성적 판단능력 저하는 뺑소니로 연결되기도 한다.
음주운전사고는 특별한 사례만 언론에 보도돼 실제로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 사고인지 잘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연간 평균 교통사고 사상자(35만3417명)의 14.6%인 5만1667명이 음주운전사고로 죽거나 다쳤다. 하루 평균으로는 142명 수준이다. 해마다 수만명이 다치고 수백명이 죽는 전쟁이 계속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형참사가 터지면 전국민이 애도하지만 사실은 음주운전사고가 더 많은 인명피해를 꾸준히 내는 셈이다.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지난 2011년 733명, 2012년 815명, 지난해 727명을 기록했다.
세월호 사고는 한국 최악의 해상사고이자 수학여행 관련 사망자수 1위를 기록한 대형참사였다. 탑승인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음주운전 사고로 연간 700~800명이 죽는 것은 세월호와 같은 대형사고가 해마다 2건 이상씩 터지는 셈이다. 그만큼 음주운전은 재난사고보다 더 무섭다.
◆국내, 음주운전 시 최고 3년형 또는 벌금 1000만원
연예인, 방송인, 정치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 중에서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경우가 많다. 무면허로 음주운전 한 사례는 물론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친 연예인도 여러명이다. 심지어 음주운전하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방송인도 있다. 예능프로에 나와서 음주운전 전과 7범이라는 사실을 밝힌 연예인도 있으니 음주운전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했는지 알 만하다.
최근 11월28일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 K씨가 만취상태에서 승용차를 몰며 사거리 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하다가 맞은편에서 주행하던 차량과 충돌했다.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가 0.177%로 밝혀졌다. 이 경우 면허가 취소되고 300만~500만원의 벌금형도 내려진다. K씨는 지난 1997년 6월과 2004년 8월에도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전적이 있다.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되면 행정·형사상 처벌을 받으며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벌금 3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행정상 처벌기준을 보면 ▲혈중알코올농도 0.05~0.1% 시 벌점 100점 ▲0.1% 이상 시 면허취소 ▲음주측정거부 3회 이상 시 면허취소(결격기간 2년) ▲0.36% 이상 시 사고유무와 관계없이 면허취소 및 구속 ▲음주운전 3회 이상 교통사고 시 면허취소(결격기간 3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사사고 후 도주 시 면허취소(결격기간 5년) 등이다.
도로주행뿐만 아니라 주차장을 비롯해 어디서든 조금만 움직여도 음주운전은 처벌대상이다(도로교통법, 법률 제11402호, 시행일 2012.09.22). 시동을 걸고 클러치나 기어를 조작해 차를 단 1m만 움직여도 음주운전으로 취급한다. 운전을 한 거리가 아니라 운전여부만을 두고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창원에 사는 이모씨는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대리운전기사를 만나기 위해 차를 움직였다가 주차장 입구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됐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128%로 측정돼 면허가 취소됐다. 이씨는 "운전면허가 생계에 필수적인데 너무 가혹하다"며 면허취소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판결을 받았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1대 중과실에 해당돼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도 양형과정에서 참작사유가 될 뿐 형사처벌은 면치 못한다.
◆해외, 30km 걷게 하고 감옥행… 부인 수감까지
외국의 경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나라가 많다. 일본은 음주운전자에게 주류를 제공하거나 권한 사람까지도 벌금형에 처한다. 최소 처벌기준이 되는 혈중알코올농도 역시 한국의 0.05%보다 낮은 0.025∼0.05%일 때 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만엔 이하의 벌금을 물게 하고 30∼180일간 면허를 취소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일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한국의 6개월 이하 징역보다 처벌이 훨씬 무겁고 벌금 역시 5만엔으로 한국보다 많다. 면허취소기준도 0.05%로 한국의 0.1%보다 엄격하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음주운전을 무기를 소지한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할 정도로 무거운 징계를 가한다. 워싱턴주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1급 살인범으로 취급해 50년~종신형을 선고한다.
캐나다는 음주운전을 하다 처음 적발된 경우 벌금 600달러, 1년간 운전면허정지, 교육프로그램 이수 등의 벌을 가한다. 두번째 적발되면 3년간 면허정지, 3번째 적발 시에는 음주량과 상관없이 평생 면허가 취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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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3000마르크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과 동시에 이후 몇개월간 월급을 납입해야 한다. 핀란드의 경우 음주운전 시 1개월분의 급여가 벌금으로 몰수된다. 호주는 신문에 고정란을 만들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의 이름을 게재해 공개망신을 주는 처벌규정이 있다.
터키는 독특하게 음주운전자를 순찰차에 태워 시외곽 30㎞ 지점으로 나간 뒤 집까지 걸어가게 한다. 이때 택시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경찰이 자전거를 타고 감시하며 함께 온다. 집에 도착하면 끝이 아니라 감옥에 가야 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음주운전을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감옥행이다. 더욱이 기혼자일 경우 아무 잘못도 없는 부인이 함께 수감됐다가 이튿날 훈방된다. 이는 부인이 남편 때문에 유치장 신세를 졌으므로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어서 음주운전을 그만두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는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코, 헝가리, 말레이시아처럼 혈중알코올농도가 조금만 검출돼도 면허를 정지시키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2년 법 개정으로 처벌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부족하다. 처벌수위가 높지 않으면 경각심도 부족해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갖기 쉽다.
일본은 음주운전 면허정지기준을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한 뒤 음주교통사고율이 78%나 급감했다. 우리 정부도 현재의 기준인 0.05%를 0.02~0.03%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내년에는 연구용역에 의뢰할 계획이다.
◆대리운전기사 생계 도움주고 타인 생명도 지키고
음주운전사고 시 사망률은 정상 운전자보다 7.7배나 높다. 엄격한 단속과 엄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해서도 음주운전은 절대로 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차를 몰고 나왔는데 부득이하게 술을 마시게 됐다면 귀찮더라도 차를 놔둔 채로 귀가하거나 대리운전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대리운전시장은 올해 기준 연간 4조원대일 정도로 잘 발달돼 있다. 대리운전서비스 이용은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도모할 뿐 아니라 하루 평균 6∼10시간씩 노동하면서 4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입을 올리는 대리운전기사들의 생계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술 마시는 돈은 아깝지 않고 대리운전기사에게 지불하는 1만원 남짓한 돈은 아까워서 자기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려 하는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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