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예요."
한국거래소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또다시 고개를 치켜든 '방만경영' 우려에 대한 격앙된 반응이다. 이 같은 우려는 거래소가 내년 초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거졌다. 공공기관에서 제외되면 정부의 감시에서 자유로워져 다시 방만하게 경영할 수 있다는 의심의 시선이 짙어지는 것.
거래소 측은 "공공기관 지정여부와는 무관하게 방만경영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거래소에 멍울처럼 남은 방만경영 논란이 이번엔 말끔히 씻길 수 있을까.
◆공공기관 지정 해제 가능성 '고조'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의해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점을 고려해 공공기관 지정을 유지한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2014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을 확정, 거래소를 공공기관에 묶어뒀다. 사업다각화와 세계시장 진출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의 지정 해제를 바랐던 거래소로선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거래소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방만경영. 지난해 기준 거래소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1306만원으로 300여개 공공기관 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창립기념일과 근로자의 날에 직원들에게 70만원씩 지급하는 등 비정상적인 경조금 지원이 문제가 돼 방만경영 유형에 꼽혔다. 단, 기재부는 "정부지침에 따라 방만경영이 개선됐다고 판단되면 지정 해제를 검토하겠다"며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제외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6개월 후 거래소에 또 한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기재부가 실시한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이하 경영평가)에서 지난 2012년 D등급보다 한단계 더 추락한 E등급(최하등급)을 받은 것. 복리후생 과다로 인한 방만경영이 또 거래소의 발목을 잡았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엄정한 질타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적사항의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임직원이 합심해 (방만경영에 대한) 꾸준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거듭된 난타는 거래소로 하여금 초강수를 두게 했다. 기존 1306만원의 1인당 복리후생비를 올해 8월 기준 410만원으로 68.6% 삭감했다. 이는 기재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인 617만원선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거래소의 절치부심에 기재부도 혀를 내둘렀다. 최근 기재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거래소가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가능성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정부당국에 따르면 늦어도 내년 초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내년 1월27~29일 사이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머니위크 DB
◆"고삐 풀린 거래소, 방만경영 재점화?"
문제는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된 이후다. 일각에선 거래소가 경영공시 및 경영평가대상 등 정부의 감시·감독대상에서 빠지면 다시 방만경영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도 방만경영 개선사항을 부활 또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유지할 경우를 고려해 사후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소 측은 이 같은 우려가 황당무계하다는 반응이다.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어 방만경영을 할 수 없을뿐더러 감시의 눈이 많은 상황에서 방만경영으로의 회귀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정 해제가 되더라도 통제장치는 완벽하게 마련돼 있다"며 "(방만경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금융위원회로 관리변경 ▲사외이사와 언론 등의 철저한 감시 등을 향후의 통제장치로 제시했다.
그의 말처럼 거래소가 지정 해제될 경우 정부의 관할에서는 벗어나겠지만 관계부처인 금융위로부터 조직 및 예산, 정관과 사업계획 등에 대한 기본적인 감시·감독을 받게 된다
다만 이전처럼 알리오를 통해 경영정보를 전면 공개하거나 경영평가 등을 통한 기관장 해임 등은 불가능해져 최소한의 감독기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완벽한' 통제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감사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사후통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거래소 측은 최근 이 같은 관심이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함께 전달했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여부가 정부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현재 거래소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아닌 주식시장의 활성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거래소 본업의 임무에 충실하면 (정부당국과 국민들이)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선진 거래소를 만들기 위해 계획한 다양한 전략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조심스런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거래소의 노력마저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해 연말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12월 기업공개(IPO)시장에는 30여개의 기업이 공모주 청약을 기다리고 있다. 한자릿수에 그쳤던 지난해 12월의 실적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 여부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IPO가 가능할 만한 비상장사를 발굴하고 상장을 준비하다보면 하반기에 IPO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공교롭게도 이번 하반기 IPO시장에 삼성SDS와 제일모직 등 최대어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기업들의 IPO가 몰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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