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수준의 업무를 시킨 뒤 적은 급여를 지급하거나 전원 해고한 일부기업들의 ‘갑질 행태’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단행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이들 기업은 이른바 ‘열정페이’라는 갑질 행태가 아닌 직원들의 근무조건과 복지혜택 향상에 집중하면서 세간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스타벅스 바리스타. /자료제공=스타벅스커피코리아
◆스타벅스, 4년째 고객만족도 1위
기업은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채용한다. 그러나 오히려 직원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경쟁력을 높인 기업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학력, 성별, 나이 제한이 없는 ‘열린 채용’을 실시한다. 커피에 대한 열정을 가진 젊은 인재를 확보해 차별화된 커피문화를 선도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스타벅스는 인건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채용을 고집한다. 일터에 대한 만족감이 고객에 대한 서비스로 이어지도록 해 인건비 이상의 효과를 노린 것. 실제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3년 매출 4822억원, 영업이익 321억원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50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1년부터 4년째 고객만족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사실 스타벅스가 고객만족도 1위를 거머쥔 지난 2011년에는 기존 비정규직(아르바이트직)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큰 결단이 있었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 730여개 매장의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이들 정규직은 모두 기본급여 외에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받는다. 또 주휴수당, 연차, 식대보조, 경조사, 상여금 등이 지원된다. 매장 근무 시 하루 두잔의 무료 음료와 조식 지원, 야간 택시비 지원, 월 1회 시음용 원두 등도 지급된다.
스타벅스 태평로점에서 근무하는 홍부용 바리스타는 “스타벅스는 바리스타들에게 높은 시급 이외에도 4대 보험과 주휴수당, 식대, 직책수당, 상여금, 성과금 등을 제공하고 있어 국내에 있는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근무환경이 좋은 편”이라며 “동료들끼리 닉네임을 사용하는 등 수평적인 조직과 자유로운 소통문화도 갖고 있어 근무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자료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 괴리감 줄고 결속력 커져
은행권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고용의 ‘질’을 높였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7년 금융권 최초로 3100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당시 정규직의 임금동결을 조건으로 이뤄낸 성과다.
기존 정규직의 임금동결이라는 양보를 전제로 이뤄진 만큼 그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보이지 않던 위화감과 괴리감을 많이 줄였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용안정이 보장되고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 혜택이 제공되면서 은행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졌고 직원 간 결속력도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리은행의 조치는 다른 은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은행이 속속 생긴 것. 지난 2013년 국민은행은 4200여명, 외환은행은 2000여명, 신한은행은 800여명의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최근 전국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임직원 수(국내·정규직 기준)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11만5936명으로 6년여 전인 2008년 말 9만8709명보다 1만7227명 늘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맺은 공동임금단체협상에서는 모든 은행이 비정규직(계약직 텔러)을 올해부터 단계별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따라서 앞으로 정규직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후 실질적인 임금상승률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그러나 고용의 안정성이나 상위직급으로의 승진 가능성이 개선된 부분은 분명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AK플라자, 스펙 배제 채용 효과 ‘톡톡’
유통가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내실을 다지는 기업이 있다. 애경그룹 유통부문 AK플라자와 AK몰은 지난 2012년부터 백화점업계 처음으로 ‘스펙’을 전면 배제한 인턴 특별전형 ‘AK열정캐스팅’을 도입했다.
AK열정캐스팅은 서류전형에서부터 최종면접까지 학력, 나이, 어학점수, 자격증 등을 철저히 배제한 블라인드 전형이다. 스펙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험과 특기를 회사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일반전형에서 실시하는 직무적성검사와 PT·토론면접도 없다. 대신 정해진 양식 없이 자유롭게 제작한 포트폴리오를 심사한다.
지난해에는 서류전형 대신 SNS 인스타그램으로 지원을 받아 화제가 됐다. ▲자신이 입사해야 하는 이유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 ▲특기 등을 사진·동영상 등을 통해 표현토록 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최종합격 인원의 약 25%가 AK열정캐스팅을 통해 뽑혔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AK열정캐스팅을 통해 채용된 인턴합격자는 약 3개월간의 입문교육 및 인턴활동을 거친 뒤 소정의 평가를 통해 공채 신입사원으로 전환된다. 지난해에는 인턴합격자가 100% 신입사원으로 전환됐다.
AK플라자 관계자는 “학력, 점수가 아닌 지원자의 기발함과 창의성, 도전정신을 높게 평가하기 위해 특별전형을 도입해 좋은 결과를 낳았다”며 “실제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한 합격자는 현재 각종 SNS 및 온라인홍보영상 제작을 맡아 SNS홍보 전반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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