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뉴시스 박영태 기자
▲사회 첫 경험 ‘알바’… ‘을’ 중의 ‘을’
위치는 경기도 안산. 지난 13일 제보를 한 여학생 권미영양(19·가명)을 만났다. 올해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오는 3월 대학에 입학하는 이 여학생은 프랜차이즈 D사의 가맹점이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한 곳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말로만 듣거나 뉴스 등으로 접했던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제 손으로 돈을 벌어 부모님께 선물해 드리려고 알바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너무 치사해요. 처음 이틀은 일을 배우는 기간이라며 알바비를 주지 않았고 알바비도 시간당 4500원으로 책정했어요. 이것도 전혀 이야기가 없다가 나중에 말해주더라고요.”
떨리는 목소리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던 권양은 이내 분이 치밀어 올랐는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더 나쁜 건요. 알바라고 뽑아 놓고 장사가 좀 안된다 싶으면 그냥 나오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거예요. 그리고 다른 알바생이 안 나오면 무조건 나오라고 난리치고요. 당초 일하는 날짜를 금, 토, 일 이렇게 3일로 했거든요. 그런데 2주 동안 제날짜에 출근한 날은 첫주뿐이었어요.”
이윽고 터진 여학생의 눈물. 벌겋게 달아오른 볼 위로 눈물줄기가 흘러내렸다. “이게 끝이 아니에요. 같이 일하는 언니가 그만둔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만둘 때 알바비로 치사하게 구니까 언니가 노동부에 신고한다고 했나 봐요. 사장이 그 언니에게는 알바비를 제대로 안주고 괴롭히겠다며 너는 알바비 제대로 받고 싶으면 신고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거예요. 순간 소름이 끼치면서 사장이 무서웠어요.”
이 여학생의 말을 듣다 보니 최저임금은 물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나쁜 가맹점주이자 나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해당 가맹점주의 입장을 듣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가맹점주는 자리를 비운 상태라 만나지 못한 채 매장을 나와야 했다.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 “우리도 을”… 생계형 가맹점주의 ‘눈물’
기자는 회사로 돌아와 해당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을 어떻게 취재할 것인지 고민했다. 기자가 직접 가맹점주를 만날 경우 점주가 모멸감을 느낄 수 있고 제보 학생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에 문의하기로 했다. 사건에 대한 전말과 가맹점주의 입장을 최대한 사심을 배제한 채 전달받기로 한 것. 아울러 제보 학생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지난 14일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로 전화해 제보받은 내용을 전달하고 가맹점의 현장조사를 부탁했다. 아울러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대한 노무관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추가로 물었다.
해당 프랜차이즈는 고맙게도(?) 바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를 통해 받은 가맹점주의 주장은 이랬다. “나라고 딸 같은 아이들한테 그러고 싶겠습니까. 애들이 며칠 나오다 말도 없이 안 나오고, 일 좀 믿고 맡겨도 되겠다 싶으면 그만두니까…. 그래서 최저임금에 수습을 적용해 지급한 것입니다.”
“제보 학생에게 언니라는 아이의 알바비를 제대로 안주고 괴롭히겠다”고 말한 것도 점주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 노동부에 신고한다는 학생의 말에 감정이 상해 무심결에 나온 말이었다는 것.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해당 프랜차이즈는 점주에게 해당 학생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상할 것과 학생들과의 오해를 풀고 화해하도록 유도해 잘 마무리 됐다는 이야기를 기자에게 전했다. 아울러 현재 해당 프랜차이즈 측은 지난 2013년 열악한 알바비 실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이후 가맹점에 대한 노무교육과 지속적인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태의 경우 자신들이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재발방지 약속도 전해왔다. 이와 관련 제보 학생에게 확인한 결과 제대로 된 알바비를 지급 받았으며 점주와의 오해도 풀었다고 했다. 일단 제보 건은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자꾸 가맹점주의 말이 떠올랐다. “딸 같은 아이들한테 그러고 싶겠습니까”라는….
이에 다른 가맹점은 어떤지 상대적으로 알바생이 고생을 많이 할 것 같은 한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아 알바생의 처우와 고용주로서 느끼는 점에 대해 물었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이 매장의 가맹점주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알바생이 아니라 상전입니다. 우리가 ‘을’이에요. 일도 제대로 안하려고 하고 걸핏하면 안 나오고, 알바비는 올려달라고 투덜대고. 그리고 더 심한 건 노동법을 어찌도 그리 잘 알고 있는지 뻑 하면 노동법 들먹이면서 협박하고. 제 속이 말이 아닙니다.”
흥분한 가맹점주는 기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 내용을 기사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도 알바에게 돈 많이 주고 사장님 대접 받으며 웃으면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뜯어가고 주변에는 계속 경쟁 매장이 들어서고 결국 적자가 나는데 어떻게 알바비를 정부에서 정한 대로 지급합니까. 내 자식들은 굶겨가며 잘 가르치지도 못하는데 저희도 참 불쌍한 인생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노동법을 바꾸고 알바비를 올리는 것도 다 좋습니다. 이왕 하는 김에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으로부터 가져가는 것도 조정해주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도 알바생도 모두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문제점이 채용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몸살을 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기자는 제보자의 주장에 한번 울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한탄에 한번 더 울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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