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머니투데이DB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돌아왔다. 국제유가 하락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대외적 리스크가 국내 증시를 흔드는 가운데 증권사의 실적은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에 제일모직이나 삼성SDS 등의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증권사들의 실적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증권사는 미소를 띠었다.◆ 증권사 4분기 실적 ‘맑음’
유승창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5개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을 1874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65.5% 상승한 것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하회하지만 견조한 실적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견조한 실적의 주된 원인으로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 지속 ▲시중금리 하향 안정화 지속 ▲대규모 IPO 등 투자은행(IB) 부문 실적 호조 등을 들었다.
지난해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금리도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20bp(1bp=0.01%) 하락하며 수익을 냈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증권사에게는 호재다. 시중금리가 인하하면 투자자들은 은행 등 안전한 투자처 보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증권사로 몰리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가격이 올라간다. 증권사는 자금운용을 위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격이 올라가면 채권평가이익이 생긴다.
증권사 별로 순이익을 보면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을 533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는 “경쟁사 대비 종목형 ELS 판매 잔고가 많아 배당락 규모가 80억원 정도로 전망된다”면서도 “삼성SDS와 제일모직 IPO에 인수단으로 참여하며 IB관련 수익을 통해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44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9.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평균거래대금 증가 효과가 반영돼 경상 수익성은 유지되겠지만 채권평가이익 및 파생관련운용 수익이 전분기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한국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을 전년동기 대비 505.1% 증가한 603억원으로 예측했다. 운용 자회사의 수탁고 증가와 증권 자회사의 실적 호조가 이어진 덕분이다. 키움증권은 같은 기간 순이익이 230억원으로 136.7%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메리츠종금증권은 순이익 215억원을 달성하며 호조세를 지속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규제완화·금리인하가 증권사 이끈다
유 애널리스트는 올해 증권업종 투자판단과 관련된 주요 이슈로 제도 개선과 규제완화 추세를 들었다. 그는 정부가 제시하는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방안’을 통해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중 발표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개선 방안은 올해부터 증권사가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며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자기자본을 활용한 업무 역량 차별화의 근간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자기자본이 큰 대형 증권사의 경우 자본 투자로만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자본금이 3조 이상인 대형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굴려서 연간 5%의 수익을 낸다면 그것만 해도 1500억이 된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증권사들의 수익성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낮은 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주는 증권사 ELS로 몰리는 경향도 증권사에는 양호한 실적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지난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의 총 금액은 71조7967억원으로 지난 2003년 ELS가 생긴이래 최대금액을 달성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약화되고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 예·적금 수요가 ELS 등의 파생결합증권 시장으로 대거 이동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강 애널리스트도 "저금리 영향으로 ELS의 발행은 당분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