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정부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뉴스테이)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방안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민간 건설사가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해 치솟는 전셋값과 전세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정책 발표 직후 각계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에 특혜를 몰아준 정책이란 비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 입장에선 임대의무기간 8년과 임대료 연간 상승률 5%를 제외하면 사실상 아무 규제가 없어 파격적인 조건이다.

정부가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얹어주며 노린 것은 대기업의 초기 참여다. 정책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브랜드를 이용해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이 시행된 지 한달이 넘도록 확실하게 참여의사를 밝힌 기업은 대림산업 단 1곳 뿐이다. 다른 기업들은 명확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검토 중’이라는 소극적인 입장만 내비친다.

건설사들의 참여가 저조하자 정부는 많은 임대주택을 짓도록 규제를 더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토부는 지난 2월11일 ‘뉴스테이 지원센터’를 열고 ‘최근 전월세 시장 동향 점검 및 기업형 임대 육성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를 개최해 건설사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건설사들은 뉴스테이 정책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로 개발할 땅이 없다는 것과 공모비용의 부담이 크다는 등의 애로사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권혁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공모형 사업 참가비용이 억단위로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범산업 분야에 대해 비용보전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며 현재 알려진 것보다 규제완화의 폭을 넓힐 것을 시사했다.


 

서초 보금자리 지구의 한 아파트. /사진=뉴스1

◆건설사 “분양시장 바쁜데”

하지만 정작 건설사들이 뉴스테이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혜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분양시장에 놓쳐서는 안될 ‘대목’이 다가올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최근 분양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펼친 저금리 주택담보대출과 규제완화 정책이 주택거래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한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등은 분양시장을 더욱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렸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분양물량은 11월까지 28만9666건으로 12월 집계를 합치면 지난 2006년 이후 최초로 30만건을 넘을 전망이다. 지난 1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 또한 7만9320건을 기록하며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6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건설사는 올해 신규분양 물량을 대폭 늘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0대 건설사는 전국적으로 9만5000여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한다. 지난해 7만2190가구보다 30%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주택분양은 국내 건설업계에 최고의 알짜사업이다. 분양경기가 꺾일 경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지만 단기간 수익성으로는 다른 사업과 비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분양경기가 살아났을 때 건설사들은 최대 수익을 내기 위해 주택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반면 임대사업의 경우 8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장 초기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회수 기간도 길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단기 수익이 큰 분양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만큼 당장은 외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국내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모든 건설사가 분양에 집중하고 있어 주택임대사업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뉴스테이사업에) 장기적으로는 참여할 테지만 당장 분양시장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먼저 나서려 하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당장 분양시장에 집중하고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차후 시장상황을 살피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향후 분양시장이 위축되면 기업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임대주택에 뛰어들 것”이라며 “현재의 혜택이 부족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분양시장과 임대주택시장을 동시에 활성화 시킨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설명이다.

◆필요한 건 규제완화 아닌 ‘정책일관성’

결국 뉴스테이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정부 스스로가 주택 매매와 임대를 동시에 활성화 하려고 무리한 정책을 내놨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두 정책의 주요 대상은 모두 중산층이다.

뉴스테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국내 한 대형 건설사 측은 "현재의 조건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도하겠지만 무턱대고 시작했다가 정부가 말을 바꾸면 곤란해진다"며 “다음 정부에서도 뉴스테이가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 아니냐"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건설사뿐 아니라 주택수요자도 긴가민가한 상황이다. 전세 계약이 끝나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요즘 나오는 정책을 보면 빚내서 집을 사라는 건지 임대주택을 들어가라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어쨌거나 쉽게 대출을 받아 내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뉴스테이 정책에 필요한 것은 당장의 혜택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과 일관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에 무조건적인 혜택을 준다며 끌어들일 것이 아니라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미래 주거형태로 이끌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것이 뉴스테이를 성공시킬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