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아내를 만나 돈과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서로 다른 성장배경을 극복하지 못해 파경을 맞거나 경영 실패로 인생의 쓴 맛을 본 사위들이 적지 않다. 어려움을 딛고 웨딩마치를 울렸지만 결혼 이후의 삶에선 '수건'을 던진 재벌가 사위들. 그들의 힘겨운 스토리를 엮어봤다.
◆재벌가 합류한 샐러리맨들, 결국 파경
지금은 이혼소송을 진행하며 각자 '마이웨이'를 선택했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맏딸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부사장의 이례적인 핑크빛 러브스토리는 한때 재계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두 사람은 지난 1995년 임 부사장의 신입사원 시절 봉사활동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열애에서 부부의 연을 맺기까지 얼마나 반대가 심했을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재벌가에서 평범한 회사 직원을 맏사위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으리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은 임 부사장과 굳건히 사랑의 불씨를 키웠다. 그리고 지난 1998년 결혼에 골인했다. 그런데 성장배경 탓일까. 운명은 두 사람의 행복을 가만두지 않았다. 이 사장 부부는 슬하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뒀지만 결혼 15년 만에 이혼분쟁을 겪는 사이가 됐다.
이부진 사장(왼쪽), 임우재 부사장 /사진=뉴시스DB
이마저도 순조롭지 않다. 법원에서 양측의 이혼조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현재 아들 양육은 이 사장이 하고 있는데 임 부사장은 변호인을 통해 아들을 직접 키우겠다는 의사를 재판부에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두사람은 이혼을 비롯해 친권과 양육권을 두고 법정에서 맞서게 됐다. 재계에선 임 부사장이 법적절차를 마치면 삼성전기 부사장 직함도 내려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도 이혼으로 재벌가를 떠난 인물이다. 지난 1995년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전신)에 입사한 신 전 사장은 1997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셋째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결혼했다.
이후 그는 현대하이스코 이사, 전무, 부사장을 거치며 초고속 승진했다. 그리고 지난 2005년 현대하이스코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현대정공 입사 10년 만이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지난해 1월 서울가정법원의 이혼조정을 거쳐 같은해 3월 파경을 맞았다. 이후 신 전 사장은 현대하이스코 경영은 물론 현대가에서도 발을 뺐다. 그해 9월 현대하이스코 사장직에서 물러나고 10월엔 현대하이스코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것이다. 현대차 주식도 전량 매도했다. 이혼과 동시에 현대가를 완전히 등진 셈이다.
◆사기·횡령에 구속… 실패한 사위들
파경을 맞지는 않았지만 경영 실패와 불법 행위로 구속 수감되거나 기업이 망해 재벌가 '명부'에서 이름을 내린 사위도 있다.
부산지검 검사 출신인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고 이양구 창업주의 맏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남편이다. 두 사람은 경영권을 두고 미묘한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이혼하지는 않았다.
현 전 회장은 결혼 후 장인의 부름을 받고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 1988년 동양 회장에 오른 이후 그룹이 외환위기에 처하자 과감한 구조조정과 혁신으로 극복했고 지난 2009년 생보업계 최초로 동양생명을 상장시키기도 했다.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 /사진=뉴스1 방인권 기자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동양그룹은 기업어음(CP) 사기발행 등으로 거센 풍랑을 만나 좌초됐다. 지난해 10월 현 전 회장이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것. 1조3000억원대 사기성 CP 및 회사채를 발행해 수만명의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고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혐의다. 현재 2차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현 전 회장은 아직도 구치소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오리온그룹을 일군 담철곤 회장도 '임금의 사위'로 꼽힌다. 그의 아내는 고 이양구 회장의 둘째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다.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그의 언니다. 평사원이었던 담 회장은 지난 1980년 이 부회장과 결혼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벗어나기 힘든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2011년 6월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월급이나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38억여원을 횡령하는 등 30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옥고를 치렀다. 다만 다른 재벌가와는 달리 두 사람은 지금도 금슬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담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법정에 설 때 증인으로 출석해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피고인석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은 나"라며 "남편이 회장이지만 창업자의 딸이자 경영자로서 내가 권한을 더 많이 행사할 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내가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을 보이기 시작한 담 회장은 피고인석에 앉은 내내 눈시울을 적시며 이 부회장의 애절한 증언을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듬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지난 2013년 4월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 경영에 복귀했다.
배우 이정재 '왕의 사위' 오르나
'왕의 사위'가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올초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와의 열애를 인정한 배우 이정재에도 관심이 모인다.
임 상무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로, 지난 1997년 대학 재학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1년 만에 결혼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2월 합의이혼으로 10년 간의 결혼생활을 끝냈다. 이후 올해 1월1일 한 연예매체를 통해 이정재와의 열애설이 공개되면서 다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두 사람은 임 상무 이혼 후 더욱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커플이 결혼까지 이어진다면 이정재가 대상그룹 경영에 참여할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배우가 재벌가 아내를 맞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배우 출신이 재계의 경영에 나선 경우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임 상무가 적극 밀어준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임 상무는 최근 대상그룹 경영승계와 관련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6월엔 대상그룹 계열사인 초록마을의 지배주주 자리를 넘겨받기도 했다. 대상의 지분 매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5일부터 11일까지 ㈜대상 주식 15만9000주를 장내에서 50억원가량에 매입했다. 일각에선 이정재와 결혼 후 공동경영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배우 출신 '왕의 사위'가 기업경영 전면에 나서는 그림이 현실화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이슈로 떠오른 '재벌 이혼녀'와 '꽃중년 배우'의 사랑. 이들의 열애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대중의 시선이 상당기간 두 사람의 핑크빛 동선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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