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들어올 때 배를 띄워야죠. 모처럼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데, 이게 몇년 만입니까. 문제는 분양가인데 어떻게든 이번 기회는 잡아야죠.”(한 건설업체 임원의 말)

신규분양시장의 ‘훈풍’이 올해도 거세다. 건설업체들은 비수기인 1·2월에 이어 3월에도 대규모 신규분양에 나섰고 주택 인·허가 실적도 크게 증가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3월 전국 신규분양 아파트 물량은 전월(1만5291가구) 대비 4만3493가구 급증한 5만878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월별 최대물량이다.

지난해에 이어 분양비수기인 1·2월에도 청약성적이 좋게 나타나자 건설업체들이 여세를 이어가기 위해 물량을 쏟아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약 1순위 자격 완화와 분양가상한제 폐지, 저금리 등 제반여건이 주택 구입을 뒷받침하는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 “지금이 기회다” 쏟아지는 분양물량


분양시장이 모처럼 호조를 보이자 건설사들은 앞다퉈 분양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올해 들어 주택 인허가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이 3만3271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2% 늘었다. 1월 주택 인허가 실적은 최근 3년(2012~2014년) 평균과 비교해서도 28% 증가했다. 주택 인허가 실적은 작년 1월부터 13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겨울철 비수기에도 분양시장에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주택 인허가 실적도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작년 1월보다 34.6% 증가한 1만6280가구, 지방은 35.9% 늘어난 1만6991가구가 각각 인허가 됐다. 서울은 3646가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1.3% 줄었지만 인천(1018가구)과 경기(1만1616가구)는 전년보다 각각 128.8%와 54.1% 증가했다. 지방은 대구와 경북, 경남 등이 작년 1월과 비교해 감소했지만 부산과 충북, 충남은 늘었다.

이처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1월 공동주택 분양(승인) 실적도 1만4727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1.2% 증가했다. 최근 3년 평균보다도 187.3% 급증했다.

◆ 절정은 3·4월… 거래량 증가할 듯

올해 본격적인 분양시장은 3~4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이후부터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고 정부의 각종 정책도 3월부터 본격 시행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봄 이사철이라는 계절적인 영향까지 겹치면서 주택시장 열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기본적으로 3월에는 주택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대폭 늘어난다. 실제 최근 5년간 2월 대비 3월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비교한 결과 봄 이사철 매매수요로 인해 최저 9.83%에서 최고 38.97%까지 증가했다. 지난 2013년에는 3월에 가장 많은 1만3286가구가 늘었다. 주택 구매심리 활성화가 분양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합의된 정부 정책들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분양시장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지난달 말 개편된 청약제도가 3월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3월부터는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신청을 하는 아파트는 세대주가 아닌 무주택 세대원들도 공공아파트 등에 청약이 가능해지고 수도권에서 청약통장 가입기간 1년이 지난 사람들도 1순위 청약이 가능케 된다. 지난해 1월 말 기준 2순위자가 약 210만명 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1순위자가 200만명 이상 늘어나게 된다. 예비 수요가 그만큼 증가하는 것이다.

수요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가격적인 면에서도 변화가 온다. 오는 4월 이후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돼 분양가 상승이 예상된다. 기존 분양승인을 받았던 단지도 입주자 모집공고만 내지 않았다면 4월 이후 재승인 후 분양 시 상한제 적용대상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점쳐진다. 이에 따라 수요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요자들은 올해 초 분양가 상한제 적용단지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한화건설이 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7구역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단지 '창원 가음 꿈에그린'은 3.3㎡당 평균 1200만원이었다. 이 단지는 185.5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대구 수성구 '대구만촌역태왕아너스' 155.05대 1,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달맞이유림노르웨이숲' 74.99대 1, 대구 북구 '대구강북협성휴포레' 33.71대 1, 서울 강서구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27.60대 1순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 슬그머니 분양가 인상 조짐

이처럼 최근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자 건설업체들은 슬그머니 분양가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2164만원으로 전년(1839만원)보다 17.7%(325만원)나 올랐다.

서울 재개발 단지 가운데 광화문과 여의도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역세권 입지로 관심을 모았던 북아현 뉴타운 단지의 공급 일정이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적용되는 4월 이후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분양가 인상 가능성이 커져 실제 가격이 어느 선에 결정될지 주목된다.

이 단지는 당초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전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시장에서 마지막 상한제 적용 수혜 단지로 꼽혔지만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간 의견 조율과정에서 일정이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아현역푸르지오'는 4월 초 이후, 대림산업의 '북아현e편한세상'은 4월 중순 이후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별 분양 일정 조정은 더러 있는 일이지만 시장에서 이들 두 단지에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분양가가 어느 선에서 결정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조합이나 건설사 입장에서는 4월 이후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분양가를 높일 가능성이 열렸다. 또 분양가가 높아야 분담금 수준을 낮출 수 있는 조합의 이해관계도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주변 시세와 비교해 월등히 높을 경우 청약에서 고배를 마실 우려가 있어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서대문구청에 따르면 현재 북아현 뉴타운은 분양가상한을 결정하는 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았고 입주자모집공고가 4월 이후 이뤄지기 때문에 심의위원회 자체를 개최할 필요도 없다.

업계는 '아현역푸르지오'의 평균분양가는 3.3㎡당 2000만~2100만원선, '북아현e편한세상'은 2100만~2200만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시 3.3㎡당 20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지난해 5월 분양에 나선 아현1-3구역의 '아현 아이파크는 3.3㎡당 분양가가 최고 1800만원대에 그쳤다.

하지만 무작정 분양가를 올렸다가는 공급업체도 ‘미분양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감안해 분양가 인하의 고육지책을 내놓거나 2~3년 뒤 완공시점에 대거 미입주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