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더불어 사는 삶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마을 사람들과의 끊임 없는 교류가 없었다면 커피공방도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2015년을 살아가는 지금, 현대인에게 개인주의적 행태는 자연스러운 특성으로 굳어버렸다. 이제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발견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대다수의 사람은 오프라인을 통해 삶을 공유하는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맺음에 있어 이같은 생활패턴에 모두가 공감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과거 이웃들과 삶의 상당부분을 공유했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개인주의적 생활환경에 아쉬움을 갖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서 커피 공방을 운영 중인 박철우 대표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카페를 경영하는데 있어 커피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결국 동네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박 대표를 만나 그만의 카페 경영 포인트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사진=머니위크 DB

◆커피공방 성장동력 ‘동네 주민’
“커피공방을 처음 개업할 당시만 하더라도 마을 주민과의 소통에 큰 관심을 갖지는 않았어요. 여느 사업자가 그렇듯 수익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카페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원두를 볶는 단계부터 커피를 내리는 단계까지 모두 수제로 이뤄지는 공방의 형태로 접근하게 됐죠. 커피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이야기는 지난 2006년부터 나왔기 때문에 일반적인 카페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승산이 적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박 대표는 과거 커피공방을 개업할 당시를 회상하며 시작은 여느 카페 창업자와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업의 주된 목적은 당연히 큰 수익을 만들어내는데 집중됐고 커피공방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전 과정 수제 작업의 형태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 대표는 어떤 계기로 지역 주민과의 소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카페를 공방의 형태로 개업한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매년 1.8배에서 2배 수준의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맹점을 늘리는 절차가 필요했고 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비용 조달 과정에서 매번 가로막혔죠. 이로 인해 가맹점 확대는 불가능한 듯 보였는데 이를 현실화시켜준 이들이 지역 주민들이에요.”

현재 커피공방은 광화문과 청계다동 지역에 ‘커피스탑’이란 가맹점을 개업해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가맹점 확대가 공방 회원들의 펀딩프로젝트를 통해 이뤄질 수 있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2호점 설립을 준비하던 당시 박 대표는 공방 회원들을 대상으로 1억5000만원 규모의 펀딩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회원 1인당 500만원을 투자하면 연리 8%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겠다며 자금을 모집한 것.

박 대표는 당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인근에 위치한 시민단체를 통해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투자이율이 매력적이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커피공방의 비전만을 담보로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박 대표는 판단했다. 하지만 박 대표의 예상과는 다르게 회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펀딩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45일 만에 마무리 됐다.

이후 추가 가맹점을 오픈하는 과정도 회원들의 도움을 통해 이뤄졌다. 100명의 회원에게 50만원 규모의 선불식 적립카드인 공사채권을 판매해 5000만원의 비용을 마련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커피공방에 투자한 회원 대부분이 이자를 금전으로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커피로 돌려받는다는 점이다.

“공방 가맹점 확대에 도움을 준 회원들은 대부분 이자를 현금이 아닌 커피로 받아가고 있어요. 과거 투자를 유치할 당시 만약 이자가 50만원이라면 75만원의 커피 상품권으로 대체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만약 회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공방이 규모를 키우는 데는 무리가 있었을 지도 몰라요.”

◆'고객이 주인되는 공간' 목표

박 대표는 이같은 지역 회원들의 도움을 잊지 않기 위해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매년 4월30일을 ‘430 커피 프리 데이’로 정하고 전 고객에게 커피를 무료로 지급하는 행사다. 지난 2011년 봄에 처음 시작한 이 행사는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이밖에도 ▲지역의 공익단체 소개 ▲음악 축제 ▲마을 텃밭가꾸기 ▲세월호 추모 등으로 매년 주제를 정해 하루 동안 무료 커피와 문화행사를 진행하며 고객 및 지역소통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매년 12월 1,2,3일을 회원의 날로 정해 회원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한다. 회원들 덕분에 한 해를 순탄하게 보낼 수 있었다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행사이며 매년 6000여명 규모의 고객이 행사기간 동안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박 대표는 이 같은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고객 간의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라고 밝혔다.

“동네 주민들과의 상생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지만 오직 주민만을 대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는 되도록 지양하는 편이에요. 그 과정에서 다른 고객들과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끝으로 앞으로 추구하는 공방의 운영 방향에 대해 묻자 “늘 한결같은 마음가짐을 되새기는 것”이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고객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 가장 두려운 말이 바로 ‘공방이 변했다’입니다. 공방의 경영 목표는 언제나 고객이 주인의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내가 마시는 커피는 특별함을 넘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커피’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