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조미선씨(63)는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한 오피스텔에 투자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외에 가지고 있는 아파트를 전세로 돌린 자금과 조금의 여윳돈, 그리고 은행에서 약간의 대출을 받았다. 조씨가 투자한 배경은 간단하다. 은행에 전세금과 여윳돈을 넣어둬 봤자 이자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조씨는 “은행에 돈을 묵혀두느니 단 1%라도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2.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성준씨(45). 그는 최근 자신이 살던 112㎡의 아파트를 팔고 198㎡ 아파트로 이사했다. 점점 커가는 아이들 때문에 큰집이 필요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가격 때문이었다. 규모는 2배가량 큼에도 가격차이가 1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요즘처럼 금리가 쌀 때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씨는 “물론 부동산시장이 불안해 나중에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어차피 내가 평생 살 집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상 최저금리시대로 접어들면서 부동산시장의 흐름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은행이자가 물가상승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야말로 은행예금에 돈을 예치하면 손해 보는 시대가 됐다. 은행이자로 생계를 꾸리거나 불안한 노후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 온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에 잠자고 있어야 할 자금이 부동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익형부동산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와 이번 저금리 기조를 이용해 조금 더 윤택한 삶을 영위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과연 이 같은 움직임은 괜찮은 것일까. 여전히 부동산시장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진행한 투자나 대출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머니위크>는 기준금리 1%대의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부동산 활용법에 대해 알아봤다.



 


◆ ‘저금리의 돈’… 수익형에 몰린다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75%로 확정했다. 기존보다 0.25%포인트 낮춘 역대 최저수준이다. 이번 금리인하로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도 인하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2% 초반대의 예금상품을 출시했지만 이번 금리인하로 2%대 상품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1%대 후반의 예적금상품을 출시했고 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의 주요 은행들도 금리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의 수익형부동산에 관심이 쏠린다. 주택보다 월세 단위가 커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하다면 노후보장용으로도 제격이어서다. 현재 수익형부동산은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오피스텔의 경우 5.70%(부동산 114, 전국 기준), 상가는 5.8%(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전국 기준) 등으로 연간수익률이 은행금리의 3배에 달한다.

실제 수익형부동산 중 오피스텔은 수익성 악화로 공급물량이 줄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서서히 수요자의 관심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 9~10일 청약을 받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역 지웰푸르지오’ 오피스텔은 총 162실 모집에 3630명이 몰리며 평균 2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현대엔지니어링이 2월 초 광교신도시에 공급한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은 평균 4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이틀만에 완판됐다.

상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GS건설이 최근 안동에서 공급한 ‘안동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는 6개 점포 입찰에서 평균 경쟁률이 21대 1을 기록했고 지난해 LH에서 공급한 단지내 상가 낙찰가율은 169%로 지난 2010년(135%)보다 34%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떤 투자든 호황기일 때 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따라서 ‘묻지마 투자’는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오피스텔의 경우 공급과잉 우려 속에 4년 전 6%였던 임대수익률이 최근 5.2%대로 떨어졌고 수익형 상가 공급 역시 크게 증가하며 공급과잉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가 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낮은 금리가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는 만큼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한 수익형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상가는 입지와 임대수요가 투자의 핵심”이라며 “발품을 팔아 상권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 ‘저금리의 돈’… 실수요자라면 ‘긍정적’

이외에도 최저금리시대로 접어들면서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 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의 투자다. 내 집이 없었던 이들은 빚을 내 집을 마련하고 작은집에 살았던 이들은 빚을 내 조금 더 큰집으로 이사하는 현상이다. 과연 괜찮은 걸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괜찮다”다. 물론 약간의 방법론과 시각적인 차이는 있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의 투자접근은 ‘긍정적’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현재 주택구매환경이 좋다”며 “경기가 침체되고 자금회전의 위험성이 높은 현 상황에서는 ‘깡통전세’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전세보다는 안정성이 양호한 매매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역시 “금융환경이나 부동산의 정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주택을 구매할 타이밍처럼 보인다”며 “저금리 공유형모기지 등 정책대출상품 금리가 추가로 낮아져 재고주택시장은 물론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두 전문가 역시 “절대적으로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전세자금도 없는 사람이 무리해서 집을 사는 경우나 집값이 차이가 많이 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대출받아 큰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은 ‘하우스푸어’가 될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양지영 팀장은 “집을 고를 때 꼼꼼한 체크는 필수”라며 “분양가거래 시 최초분양가 대비 웃돈이 얼마나 붙는지, 청약 당시 경쟁률과 주변 시세 등을 꼼꼼하게 따져 적정가격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