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그의 조카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두산건설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박용만 회장이 올해 '총수 3년차'를 지나는 만큼 그룹 경영권이 박정원 회장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현재 흐름을 보면 두산은 박용만 회장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두산그룹 회장의 임기가 따로 없는 만큼 총수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짐작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두산은 오늘(27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사회는 이날 주총에서 박용만 회장의 조카인 박정원 회장을 등기이사로 재추대할 예정이다.

재계의 관심은 두산의 이사회의장 교체 여부다.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 이사회의장을 겸임하기 때문. 실제로 박용만 회장의 형인 박용현 연강문화재단 이사장은 이사회의장을 3년만 맡고 두산그룹 회장에서 물러났다. 박용현 이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2012년 4월 그룹총수 자리에 오른 박용만 회장도 이사회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두산은 이사회의장을 등기이사 내에서 선출한다. 또한 이사회와 주총을 같은 날 개최하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어떤 논의를 했느냐에 따라 주총에서 회장이 교체될 수도 있는 구조다.


두산 관계자는 "이사회의장은 등기이사 중에서 선임한다"면서 "차기 회장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선출되기 때문에 (차기 이사회의장이) 누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차기 회장감으로 박정원 회장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은 그가 두산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 지분(지난해 9월30일 기준) 6.40%를 보유 중이다. 그는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박용곤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장남이다. 박정원 회장이 두산가의 장손인 것이다. 2대 주주는 박용곤 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4.27%)이다. 박용만 회장의 지분율은 4.17%로 세번째다.

박정원 회장은 그룹을 이끌 리더십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경영권을 이어받을 만한 경험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부터 두산건설 회장을 맡고 있으며 2012년엔 두산 지주부문 회장에 올랐다. 지난 2001년 두산이 인수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의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전력도 갖고 있다. 게다가 1955년생인 박용만 회장과 나이차도 크지 않다. 불과 일곱 살 아래다.

이 때문에 두산이 이번 주총에서 박정원 회장에게 이사회의장을 맡기거나 지금보다 경영에 더 깊숙이 관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박용만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며 대외활동에 열중하는 것도 세대교체가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다만 두산 일가가 과거 뼈아픈 '형제의 난'을 겪은 만큼 4세 승계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박용만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 상태여서 승계 수순을 무리하게 밟을 이유가 없어서다. 4세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사촌간 공동경영을 할지, 아니면 단독 오너체제로 갈지 여부를 두산가에서 어느 정도까지 논의했는 지가 변수다. 일가 가운데 어느 한쪽에서 불만을 갖게 된다면 '사촌의 난'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박정원 회장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느냐에 따라 두산그룹 경영권 향배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