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참존화장품이 정해진 기한 내에 임차보증금을 납부하지 못해 유찰된 데 이어 최근 리젠도 입찰보증서(금)을 내지 못해 끝내 고배를 마셨다.
11구역은 중소·중견 면세대상 사업장 4구역 중 가장 알짜매물로 손꼽히는 자리다. 화장품·향수 등의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높은 데다 여객터미널 앞부분에 자리 잡아 입지여건도 ‘최상급’이어서다. 그러나 이 같은 매력에도 우량 중소기업들이 사업자 최종선정의 벽을 넘지 못하자 중소기업업계는 면세점사업이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고 일갈한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면세점 신규진입과 정착지원을 위해 여러 혜택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은 실정이다.
/사진=뉴스1 한재호 기자
◆4곳 중 3곳 중기 선정… 11구역 또 ‘유찰’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3월23일 면세점을 운영할 중소·중견기업 사업자로 에스엠이즈듀티프리, 시티플러스, 엔타스 등 3개 회사를 선정했다. 중소·중견기업에 배정된 4개의 사업권에 대해 재입찰을 실시한 결과 최종적으로 ▲9구역(전품목 취급가능)에 하나투어·토니모리 등의 컨소시엄인 에스엠이즈듀티프리 ▲10구역(전품목 취급가능)에 청주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시티플러스 ▲12구역(주류·담배 및 잡화 취급가능)에 인천시내 면세사업권을 가진 엔타스 등 3개 사업자를 각각 선정한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3개 기업에게는 올 하반기부터 앞으로 5년 동안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할 권리가 주어진다. 중소·중견 사업권의 임대료는 당초 일반기업 사업권의 약 60% 수준으로 제시됐으며 최종낙찰금액이 공사가 제시한 금액의 112%선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향수·화장품을 파는 11구역 사업자는 또다시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처럼 당초 사업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은 11구역이 또다시 유찰됨에 따라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면세점 진입이 사실상 반쪽에 그쳤다고 평가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11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은 지난 1월 진행됐던 1차 입찰에서 일부 업체가 응찰을 포기하며 유찰사례를 겪을 만큼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들”이라며 “11구역의 입찰이 번번이 유찰되는 것은 그만큼 중소기업의 면세점 진입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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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존·리젠…11구역 입찰 줄줄이 ‘실패’
화장품 판매구역인 11구역은 사업성이 높다는 분석 아래 여러 중소기업이 입찰에 응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참존이 임차보증금을 납부하지 못해 유찰된 데 이어 리젠도 입찰보증서(금)을 내지 못하며 또 다시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당초 11구역 사업권은 압도적인 임차료를 제시한 참존이 손에 쥐는 듯 보였다. 참존은 이번 입찰에서 5년간 낼 임대료로 2032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경쟁업체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참존은 “추후 시내면세점에 부여된 기회에도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사업계약을 위해 필요한 6개월치 임차보증금 277억원을 납부하지 못해 낙찰이 취소됐다. 입찰 공고문에 따르면 낙찰자는 선정통보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공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동시에 임대보증금을 내도록 돼 있다. 참존 관계자는 “수백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며 “중소기업으로서 휴일을 포함해 10일 이내에 이 같은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참존은 현재 입찰과정에서 납부한 보증금 102억원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이어 진행된 재입찰에 참여한 리젠은 11구역에 대해 연 임대료로 200억원 수준을 썼다. 그러나 이후 3월23일까지 5년간 입찰금액의 5%인 입찰보증금(서)을 내지 못해 또다시 사업자 자격이 박탈됐다. 업계에서는 리젠이 과도하게 임대료를 높게 써내 앞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포기한 것으로 분석한다. 또 참존이 납부한 입찰보증금 102억원을 날리는 걸 보고 보증금을 내기 전 일찌감치 포기를 결정했다고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11구역의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리젠이 무리하게 입찰가격을 책정한 이후 참존이 보증금을 날린 것을 보고 입찰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 중소기업 지원대책… 실효성 ‘부족’
참존에 이어 리젠까지 11구역 사업자 최종선정에 실패하자 중소기업업계는 면세점사업이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한다. 입찰방식이 최고가 낙찰방식으로 진행돼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
정부는 지난 2013년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는 면세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중소기업에게도 제공한다는 취지로 관세법을 개정하고 전체 면세사업권의 일정량을 중소·중견기업에 할당토록 했다. 이번 인천공항의 면세점 입찰과정에서도 정부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사업권 임대료를 일반기업 사업권의 60%로 낮춰서 제시했다. 또한 현금 대신 이행보증보험증권으로 낼 수 있게 해 중소기업의 참여를 유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소기업이 면세점사업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면세점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초기투자비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중소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최종 면세점 낙찰 10일 이내에 입찰보증금과 임차료 등으로 수백억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같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초기투자비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서비스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특히 공항면세점은 임차료가 비싸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진출하기엔 벅찬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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