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기본적으로 ‘수수료’로 돈을 번다. 증권사 수익구조는 수수료수익, 파생상품거래이익, 이자수익, 유가증권(주식·채권 등)의 처분 및 평가이익, 기업 인수 및 알선(M&A) 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핵심은 위탁매매 수수료다.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탁매매 수수료 기반의 증권사 수익구조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금융감독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전체 수익에서 위탁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9년 53.7%에서 지난해 3분기 41.7%로 하락했다. 여전히 40% 이상을 수수료 수익에 의존한다.


시장 참여자가 갈수록 국한되는 가운데 증시를 떠나는 투자자가 늘자 증권사들은 위탁매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면서까지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거래증권사를 옮기면 ‘돈’을 주는 이벤트마저 등장했다.


 

/사진=머니위크DB

◆ 고객 떠나자 "3년간 무료"

최근 삼성증권은 올 연말까지 신규고객과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 거래수수료 면제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새로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최초 개설일부터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수수료를 1년간 면제 받는다. 휴면고객(지난해 8월 이전에 계좌를 개설해 지난해 거래가 없던 고객)도 돌아오면 1년간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말까지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으로 주식을 거래할 경우 매매수수료를 면제한다. 또한 첫 계좌 개설일부터 60일간 HTS 등 온라인을 통한 주식·선물·옵션거래 시 매매수수료가 무료다. 첫 계좌 개설 후 최대 3개월간 모든 은행 ATM의 출금수수료 및 온라인 이체수수료 무료 혜택도 제공한다.

통상 수수료 면제 기간은 ‘1년’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증권가의 암묵적 ‘약속’도 깨진 모양새다. 아예 3년간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회사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2월 시행한 ‘에스라이트 삼매경’ 이벤트는 이 회사 은행 연계계좌인 에스라이트(S-lite)를 개설한 고객이 대상이다. 지난 2월2일부터 3월27일까지 신한은행이나 우체국에서 에스라이트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주식이나 ETF,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를 오는 2019년 12월31일까지 3년간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유관기관비용은 내야 한다.



LIG투자증권은 올 말까지 제휴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기업·SC은행·농협중앙회·새마을금고)에서 LIG투자증권 계좌를 신규(주민번호 기준)로 개설한 고객에게 계좌개설일로부터 주식은 3년, 선물·옵션은 1년 간 매매수수료를 면제(유관기관수수료 및 제세금 제외)해준다.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중순 1개월간 티켓몬스터를 통한 계좌개설 이벤트를 실시했다. 티켓몬스터 이용고객이 상품명과 지역을 선택하면 대우증권 직원이 직접 찾아가 계좌를 터준다. 대우증권은 당시 티켓몬스터를 통해 주식계좌를 개설하면 티몬적립금 2만원을 제공하고 오는 2017년 말까지 수수료를 면제 해줬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난립하다보니 전략도 바뀐다. 증권사들은 ‘무료’뿐만 아니라 상품권에 ‘축하금’이라는 명목으로 돈도 준다.

하나대투증권은 해외에 투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오는 5월5일까지 진행 중이다. 새로 거래를 시작하는 고객이나 1개월 이상 휴면한 고객이 대상이다. 이벤트 기간 동안 해외선물을 1계약 이상 거래하면 선착순 100명에게 3만원의 주유권을 지급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말까지 ‘2015 뱅키스로 무브무브’(Move Move) 이벤트를 실시했다. 다른 증권사에 보유 중인 국내 또는 해외주식을 한국투자증권 뱅키스 계좌로 500만원 이상 대체 입고하면 1만원 상품권을 제공하고 3억원 이상 입고 시 최대 12만원의 축하금을 제공한다.

동부증권은 지난 3월 말까지 ‘두드림’ 이벤트를 진행했다. 타사 계좌에 보유 중인 주식을 옮겨오거나 동부증권이 추천하는 금융상품에 3000만원 이상 가입하는 고객에게 최대 20만원 상당의 신세계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다.



◆ 수익성 '뚝'… "제로섬게임 그만"

‘무료 수수료’가 불법적인 영업활동은 아니다. 상품권이나 축하금 지급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 속에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은 당연히 줄고 있다. 증시침체로 거래대금이 준 데다 수수료율이 꾸준이 내려가니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전체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은 3조3000억원 규모로 분석된다. 지난 2007년의 수수료 수입은 6조6000억원이었다. 7년 만에 50% 감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이벤트 진행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익명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라며 “고객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수수료율 인하와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무료 수수료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력을 키워 ‘밥그릇’을 늘려야 할 위기의 순간에 근시안적인 제로섬 게임에 집중하고 있으니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 강종만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08년 이후 코스피 시장의 거래대금은 늘었는데도 국내 증권업계의 수익성이 떨어진 이유는 증권사들이 위탁매매수수료율을 낮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의 주식위탁매매수수료율은 지난 2000년대 중반 0.15%였다. 이후 증권사들이 수수료 경쟁에 들어가면서 2010년에는 0.10% 이하로 급락했다. 이로 인해 증권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강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증권사들이 향후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증권사들은 과당경쟁을 억제하고 고객신뢰를 제고함으로써 적정수준의 위탁수수료율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그만두고 오히려 수수료를 올려야 증권업계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