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물이다. 피부미인으로 유명한 여러 연예인들이 “피부관리를 위해 물을 많이 마셔요”라고 답하는 게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닌 것이다. 2011년 영국 의학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저널>은 ‘인류건강에 기여한 의학적 항목의 기여도 순위’를 발표했다. 병균을 퇴치하는 항생제·마취·백신 등은 물론 DNA 구조 등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항목도 물과 관련 있다. 바로 ‘상·하수도 시설’이다. 상·하수도 시설이 정비되면서 사람들에게 깨끗한 수돗물이 공급됐다. 이 시설 덕분에 치사율이 50%를 넘었던 콜레라와 같은 질병이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에 인간의 수명이 약 35년이나 늘었다는 게 1위로 선정된 이유다.
◆물 부족·불균형 현상 심각
UN은 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했다. 1992년 제47차 총회 ‘브라질 리우 환경회의’에서 물의 날이 정해졌으며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공식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세계 물의 날은 물 부족·불균형 현상과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널리 퍼뜨리고 물의 소중함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날이다. 올해 세계 물의 날 공식주제는 ‘물과 지속 가능한 발전’(Water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이다. 물과 인류는 생존을 가능케 하는 필수요소로 누구나 안전한 식수접근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미래세대를 위해 효율적 물관리와 친환경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상·하수도 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는 물의 부족함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 상·하수도 시설 등 수처리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물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물 공급의 불균형이 꽤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은 지표면의 70% 이상을 덮고 있지만 식수는 또 다른 문제다. 물의 97.5%는 바다이고 1.7%가량을 차지하는 빙설 등을 제외하면 실제 사용 가능한 물은 0.8%에 불과하다. 지구의 1%도 안되는 물을 전세계 인구가 나눠 사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홍수와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물 관련 자연재해로 인해 물관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UN은 물의 날을 맞아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물’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꽤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인구 9명 중 1명(약 7억5000만명)이 안전한 물을 이용하지 못한다. 물의 불균형 현상으로 인해 아프리카에선 6억6800만명이 물이 가까이 없는 곳에서 산다. 또 깨끗하지 못한 물 때문에 전세계에서 매년 84만2000명이 사망한다. 하루에 2300명 수준이다. 특히 유아(5세 미만) 사망원인의 20%가 물과 관련된 질병 때문이다.
UN은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화 됨에 따라 물 부족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소득의 증가와 함께 중산층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 물 사용량이 급격히 늘기 때문이다. UN은 물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15년 뒤에는 세계 담수의 40%가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코앞에 닥친 문제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전세계 국가를 물 기근, 물 부족, 물 풍요 국가로 분류했는데 한국은 10년 후인 2025년에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한다.
◆‘블루골드’시대, 투자처는?
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산업이 하나의 거대산업으로 떠올랐다. 지금까지는 석유를 중심으로 한 ‘블랙골드’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을 중심으로 한 ‘블루골드’시대가 될 것이다.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세계 물시장은 올해 5960억달러(약 660조원)에서 매년 평균 4.2%씩 성장해 2025년에는 8650억달러(약 96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제는 물산업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인 것이다.
여러 물 관련 사업 중에서도 연평균 5.6%씩 고속성장을 기록하는 ‘수처리산업’에 많은 기업이 눈독을 들인다. 물을 취수해 생활, 공업, 농업용수 등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산업과 하수 및 폐수의 이송·처리·방류 등 물 순환에 관여하는 서비스를 총괄한다. OECD에 따르면 각국의 물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는 타 공공인프라인 도로, 철도, 전력망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는 2020~2030년에는 세계적으로 약 1조달러 이상의 자금이 물 기반산업에 투자되고 세계 인프라투자 가운데 가장 높은 투자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물 관련 투자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해 연말 미국 CNBC에서 앞으로 25년간 투자할 만한 유망주 10개 종목을 발표했다. IT와 바이오 관련 기업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주목받은 기업이 있다. 바로 150년 역사를 지닌 세계 1위 물기업인 프랑스의 ‘비올리아 환경’(Veiolia environment, VE)이다. 이 회사는 세계 72개국에 수처리사업을 펼치며 연간 매출액이 20조원을 넘는다.
요즘 한참 이슈가 되는 중국,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프로젝트로 인해 오는 2020년까지 약 5조달러(5500조원) 규모의 사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도 수처리사업이 핵심사업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프랑스기업이기 때문에 해외주식투자에 익숙한 투자가들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경우에는 전세계 탑 클래스의 수처리 관련 기업을 망라한 ETF(상장지수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물에 투자하는 ETF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 자체나 수도시설에 대한 투자보다는 물 정화시설 또는 관련 기술개발 등에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여러 물 ETF 중에서도 '구겐하임 S&P글로벌워터ETF'(CGW)를 추천한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하며 유틸리티업종이 40%로 물ETF 중 가장 높은 점이 매력적이다. 지난 한해 물 ETF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점도 고려할 만하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해수의 담수화프로젝트 분야에서 앞서가는 두산중공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