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한 군인들이 발급받는 ‘나라사랑카드’ 사업자가 10년 만에 재선정된다. 고객 확보에 목마른 은행들이 10년 만에 돌아온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은행권은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을 두고 격전을 펼칠 전망이다.
◆은행권 ‘황금 알 낳는 거위’ 기대
나라사랑카드는 현역 및 보충역 군인들이 징병검사 때 만드는 체크카드다. 징병검사 때부터 군 복무와 예비군까지 10여년의 의무병역 기간 동안 급여통장과 전역증, 병역증 등으로 겸용할 수 있다. 의무적으로 카드를 발급받는 것은 아니지만 부대 안에서뿐 아니라 휴가를 나왔을 때도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장병이 나라사랑카드를 발급받는다.
신한은행이 진행하는 군부대 이동점포(뱅버드) 서비스. /사진제공=신한은행
10년 전인 지난 2005년 국방부가 군 행정업무의 전자·자동화를 목적으로 이 카드를 도입했다. 당시 신한은행이 단독사업자로 첫 사업권을 따냈다. 덕분에 신한은행은 별다른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매년 나라사랑카드를 35만좌씩 발급해 약 290만명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의 계약기간은 올해로 끝난다.
이 기회를 놓칠 은행들이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입찰 참여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지난 1일 나라사랑카드 사업관리운영 대행기관인 군인공제회C&C는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사업설명회에는 신한은행을 비롯해 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우체국예금 등 총 7개 시중은행이 참석했다.
입찰제안서 마감은 다음달 7일이다. 사업자 선정은 다음달 중순쯤 이뤄진다. 연내 계약을 완료하면 2025년 말까지 나라사랑카드를 운영할 은행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된다.
다만 내년부터는 단수가 아닌 복수의 사업자를 선정한다. 입찰공고문에 따르면 이번 사업에는 은행 2곳이 복수사업자로 선정된다. 계약기간은 올해 12월부터 오는 2025년 12월까지다.
입찰을 앞두고 은행권의 열기는 뜨겁다.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서 핵심예금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은행으로서는 나라사랑카드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나라사랑카드를 통해 매년 35만명의 입대 장병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사업자인 신한은행을 비롯해 국민, 우리은행 등이 신규사업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은 이번 입찰 참여에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의 경우 이 사업과 관련한 모든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하지만 신한은행은 이미 10년 동안 나라사랑카드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왔다”며 “지금까지 사업을 해온 만큼 사업 노하우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당장 눈앞의 수익 때문이 아니다”며 “20대 초반의 장병들이 미래의 경제 주역이 되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미래가치가 있는 잠재고객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이 사업으로 당장 큰 수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20대 초반 장병들은 은행에 중요한 미래고객”이라며 “은행이 대학교 내 영업점을 통해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장병을 대상으로 한 예·적금 등 특판상품 등을 통해 장기고객으로 이끌거나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연계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수 사업자 선정… 복잡해진 셈법
일각에서는 이 사업의 수익성이 생각보다 저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한 은행이 아닌 2곳의 복수사업자가 이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각 사업자가 유치할 수 있는 신규 고객 수도 줄어들게 된다. 복수 사업자로 선정된 두 은행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자동화기기(ATM) 보급, 관련 IT시스템 등으로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만 400억~5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계약기간이 10년인 만큼 꾸준히 들어가는 유지비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들어간 비용 대비 수익성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실제 10년간 이 사업을 독점해온 신한은행은 나라사랑카드를 통해 큰 수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측은 정확한 수익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많은 징병들이 제대 후 나라사랑카드를 해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어마어마한 금액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며 “경쟁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비용을 감수하고 사업자로 선정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업권을 따낸 두 은행은 내년부터 파이를 나눠 먹겠지만 그럼에도 은행 입장에서 나라사랑카드는 잠재고객 유치를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나라사랑카드 신규사업자 선정 공정성 논란
나라사랑카드 신규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신한은행 나라사랑카드 TF팀 책임자가 국방부 관계자와 학연·지연으로 얽혀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신한은행의 나라사랑카드 TF를 맡은 이준영 본부장과 황우웅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육사 37기 동기로 알려지면서다. 황 실장은 군인공제회에 위탁을 맡긴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의 실질적인 최고책임자다.
게다가 국방부가 주무부처인 군인공제회가 지난 1월 금융부문 부이사장(CIO)에 이상호씨를 임명했다. 이상호 금융부문 부이사장은 신한은행 지점장과 재무기획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에 신한은행 측은 “그렇게 따지면 얽히지 않는 인연이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는 않아 의구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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