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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28) 씨는 도로에서 자신의 차 앞에 서있는 아우디 A4 3.5 TDI를 보고는 혼란에 빠졌다. 임씨의 상식으로는 자동차의 숫자는 통상적으로 배기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준중형 세단인 A4에 3.5ℓ, 즉 3500cc의 엔진이 탑재된다는게 퍽이나 이상하게 느껴졌다.
자동차의 모델명의 숫자는 통상적으로 배기량을 의미해왔다. 브랜드마다 그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숫자의 의미 중 하나는 배기량이었다.

가장 흔한 표기는 현대 쏘나타 2.0과 같은 표기법이다. 배기량 2.0ℓ급의 엔진을 탑재했다는 이야기다. 쏘나타 2.4는 마찬가지로 배기량 2.4ℓ급을 뜻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벤츠와 같은 표기법으로 클래스명인 S, E 등에 뒤에 붙는 숫자 중 앞 두자리가 배기량을 뜻한다. 예컨대 S500의 경우 5.0ℓ, E220의 경우 2.2ℓ급의 엔진이 탑재된 것이다.

BMW의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는 BMW520의 경우 앞의 숫자 5는 패밀리룩이 적용된 차의 크기를 뜻하고 뒤의 숫자 2자리는 엔진 배기량을 뜻한다. 따라서 520모델에 탑재된 엔진은 320모델에 탑재된 엔진과 배기량이 같다.

하지만 이렇게 배기량만으로 표기하는 것에 한계가 발생했다. 같은 배기량의 엔진 성능을 점차 개선시켜 나가면서부터다.


벤츠 E클래스 250BlueTEC의 경우 배기량은 2143cc로 220과 같다. 하지만 성능이 개량된 엔진을 탑재한 이 모델에 220을 그대로 쓸 수 없자 2.5ℓ급의 성능을 낸다는 의미로 250을 붙이게 됐다.

이러다보니 같은 엔진에 전기차 동력이 추가된 모델은 E300 BlueTEC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또 이와 같은 이름을 쓸 수 없으니 정작 3.0ℓ급 엔진에는 350이란 숫자가 붙었다.

더 이상 배기량으로 자동차의 성능을 표시할 수 없는 상황이 오자 몇몇 자동차 업체는 이름을 개선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위의 사례에서 언급한 아우디다. 아우디는 지난해 A7 55TDI를 출시하며 이같은 작명법을 실시했다.

아우디가 사용한 성능 표시방법은 ‘중력가속도’개념이다. 이는 이른바 ‘제로백’ 즉, 시속 0㎞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 등으로 통용되는 ‘가속능력’을 표시하는 것이다.

100㎞/h를 초당 미터 단위로 계산하면 27.77m/s인데 이 값을 아우디 A7 55TDI의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5.3초로 나누면, 이 차량의 가속도 값(5.24m/s^2)이 나온다. 이 값을 다시 중력가속도(9.8m/s^2)로 나눠 100을 곱한 값이 55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익숙하지 않아 쉽게 다가오는 개념은 아니지만 어쨌든 숫자가 높을수록 가속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준다.

차 모델명에 변화를 준 것은 아우디 뿐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영문 알파벳(A·B· C·E·S)등으로 차의 크기를 나타내는 구조는 유지하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표현하던 M, ML, GLK 등의 알파벳을 'GL'로 통일했다.

소형 SUV의 경우 GLA, 대형 SUV는 GLS로 표기한다. 또 4도어 쿠페는 'CL', 2인승 오픈카는 'SL'이 붙는다. 기존에 디젤 차량에 붙던 블루텍·CDI와 같은 표기는 'd'로 단순화했다.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e', 하이브리드 모델은 'h'가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