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종신보험이 확산되고 있다. 자신보다는 남은 가족을 위해 존재했던 1세대 종신보험이 2000년 이후에는 암이나 심근경색 등 중대한 질병을 보장해주는 2세대 CI보험으로 진화했다. 그런데 최근 연금으로 미리 당겨 쓸 수 있는 3세대 종신보험이 등장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종신보험의 연금전환 기능이다. 종신보험의 초점이 사후에서 생전으로 맞춰지는 모양새다.

◇의료비·생활비로 당겨 쓴다


지난6일  교보생명이 사망보험금을 노후 의료비나 생활비로 앞당겨 받을 수 있는 ‘나를 담은 가족사랑 교보뉴종신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가입금액의 80% 한도에서 은퇴 후 필요한 입원·수술비 등의 의료비를 횟수 제한 없이 미리 받을 수 있다. 노후자금이 소진되면 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생활비로 당겨 활용할 수 있다.

/사진=NH농협생명
NH농협생명도 종신보험 본연의 사망보장 기능과 노후대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다만 NH농협생명이 출시한 ‘내맘같이 NH유니버셜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연금전환특약을 통해 노후자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전환은 가입 후 5년 이상 경과하고 전환 시 해지환급금 500만원 이상일 경우 가능하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유니버셜 상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AIA생명의 ‘우리 가족 힘이 되는 선지급 종신보험’ 역시 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가입자 생전에 병원비로 미리 당겨 쓸 수 있다. 가입자가 주요 질병 진단을 받거나 중대한 수술을 받을 경우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리얼라이프보험금’으로 받는 식이다. 가입자가 보험금을 지급 받지 않고 80세까지 생존한다면 보험가입금액의 일부를 생활자금으로 쓸 수 있다.

이 상품에 가입할 때 생활자금을 보험가입금액의 50%와 30% 중 선택하면 된다. 또 이 안에서 리얼라이프보험금으로 선지급 받을 금액을 보험가입금액의 50%와 80% 중 선택하면 된다. 리얼라이프보험금 또는 생활자금이 지급된 후에도 총 보험가입금액에서 이를 제외한 사망보험금이 유족에게 지급된다.



/사진=신한생명
신한생명이 출시한 ‘신한 연금 미리받는 종신보험’은 주택금융공사에서 판매하는 주택연금(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상품)과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됐다.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선지급하는 셈이다. 연금을 받다가 가입자가 사망하면 잔여분은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으로 지급된다. 가입금액의 10%는 유족위로금으로 추가 지급되고 가입 시점에 ‘미래설계자금’을 설정하면 사망보험금의 최대 30%까지 일시금 수령이 가능하다. 노후 이벤트 자금으로 활용하면 좋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연금을 미리 당겨쓸 수 있는 종신보험이 과거에 많이 출시됐음에도 올해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는 연금전환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다만 연금전환을 얼마나,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므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완전한 연금기능 기대는 금물

/사진=미래에셋생명
종신보험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종신보험에 자녀를 위한 다양한 특약을 탑재했다. 한화생명의 ‘교육비 받는 변액통합종신보험’은 부모가 사망했을 때 자녀가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을 마치도록 교육자금에 중점을 뒀다. 자녀의 학업기간인 7~22세 사이에 부모가 사망하면 가입금액의 50%를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하고 매월 별도로 교육비를 준다.
전문가들은 연금을 미리 받는 종신보험을 일반 연금보험과 혼돈해서는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박상훈 키움에셋플래너 재무상담팀장은 “종신보험의 연금전환 기능을 통해 받는 금액을 연금으로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다른 혜택이 추가되면서 기본적인 사망보장이 약해질 수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험사 은퇴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종신보험을 통해 받는 연금은 일반 연금보험보다 적립액이 적을 수 있다”며 “(고액가입자의 경우) 차라리 순수사망보험금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