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고추장민속마을.


순창 하면? 고추장이라 한다. 톡 쏘는 매운맛이 입맛을 당기는데 여긴 고추장만 그런 게 아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강천산도 언제 올랐는지 모르게 여행자를 자꾸만 끌어들인다. 중독성 있는 매력 여행지, 여기가 순창이다.

◆ 고추장, 맛보고 즐겨봐!


피자에 고추장을 넣는다고? 게다가 도우는 떡국 떡이다. 과연 맛이 어떨지…. 어른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는데 아이들은 신이 났다. 프라이팬에 떡국 떡을 동그랗게 깔고 체험관에서 미리 준비한 밀가루 반죽으로 틈을 메운다. 고기와 야채를 올리고, 피자 치즈를 듬뿍, 그 위에 고추장으로 토핑한다. 동그라미나 지그재그 무늬를 넣는 사람도 있지만 예쁘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많이 넣으면 맵고 조금 넣으면 싱겁다. 양과 무늬 조절은 각자의 몫. 팬의 온도를 올리고 결과를 기다린다.

피자가 만들어지는 동안 바깥으로 나온다. 떡메치기로 힘자랑을 하다 보면 콩고물 묻힌 맛있는 인절미가 완성되고,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뻥이요!’ 라고 외치니 신나게 돌아가던 쌀이 펑! 하고 따끈한 과자를 내놓는다. 떡에 튀밥에 이미 배가 그득하다. 고추장 피자의 안부를 확인하러 다시 조리실로 향하는데 이 냄새라니! 안 봐도 알겠다.

벌써 먹은 게 얼만데 또 입에 침이 고인다. 치즈가 폭 녹은 피자 위로 고추장 그림이 빨갛게 선명하다. 함께 한 사람들과 한조각씩 나눠 피자 건배를 하고 입으로 가져간다. 위에 치즈는 쫀득하게 익었고 아래 떡도 쫄깃하고 부드러운데, 야채와 고기 사이로 매콤한 고추장 양념이 절묘하다. 역시 매운 맛은 당기는 힘이 있다. 맛있다고 말할 사이도 없이 이미 피자 한판을 뚝딱 해치웠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오는 법. 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만들기에 앞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다. 고추장 메주와 된장 메주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확인하고 고추장 만드는 시기와 숙성기간, 식품의 우수성 등 매일 먹지만 몰랐던 이야기를 듣는다. 집집마다 여러 가지 비법이 있겠지만 체험장에서는 고춧가루, 메줏가루, 찹쌀가루, 엿기름, 소금으로 쉽고 간단하게 만든다. 재료를 계량해 퍽퍽 섞어주면 끝. 단순하지만 재료를 확인하고 이것을 섞는 과정에서 고추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확실히 공부하는 효과가 있다.


 

고추장 만들기 체험.

◆ 고추장 마을 둘러보기

체험 내내 많이도 먹었다. 소화도 시킬 겸 고추장 마을을 구경한다. 왜 순창이 고추장으로 유명해졌을까. 우선 이곳 물이 좋다고 한다. 술이든 차든 장이든 물맛이 좋아야 하는데 순창 고추장은 섬진강 상류의 지하 암반수로만 만든다고 한다. 진하고 깔끔한 맛의 비결이 바로 물이다. 주재료인 고추가 자라는 조건도 좋은 기후 덕분이고 장이 익는 환경도 특화된 기후 때문이다. 여름에는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이 내린다. 겨울에는 따뜻한 지역이라 효모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끊임없는 품질관리도 한몫을 한다. 제조기능인 제도를 둬 기능보유자를 선발하고 이를 관리한다.

그 때문인지 마을을 걷다 보면 ‘명인’, ‘장인’ 등의 간판을 단 집이 많다. 마당에 가득한 장독은 전시용이 아닌 실제 장을 담근 장독이다. 벽에 가득 걸어 놓은 메주도 다음 계절에 장이 될 진짜배기다. 우리가 흔히 아는 직육면체의 큰 메주는 된장용이고 고추장용은 주먹보다 조금 큰 정도로 타원형이다. 장독에 새끼를 두르고 고추를 꽂아 정성을 더했고 거꾸로 붙여 놓은 버선모양은 벌레를 막고 부정타지 말라는 의미다. 고추장, 된장, 간장, 장아찌, 고추장 굴비 등 장으로 만든 음식도 맛볼 수 있는데 집집마다 조금씩 맛이 다르다. 이 집 저 집 다니며 사진도 찍고 장맛을 보고 있자면 ‘주먹밥이라도 한덩이 챙겨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천산 병풍폭포.
강천사.

◆ 강천산과 강천사

강천산은 순창과 담양의 경계에 있다. 지난 1981년 한국 최초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됐고 원래는 ‘용천산’이었다.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신라 때 도선국사가 ‘강천사’를 창건하면서 산도 강천산이 됐다.

강천산에는 물이 많다. 병풍바위, 용바위, 비룡폭포, 금강문, 선녀계곡, 원등골, 분통골, 지적골, 황우제골 등 강천산의 유명한 지점마다 물 있는 곳이 많다. 각 5~12km되는 5개의 등산코스가 있는데 입구에서 병풍폭포, 강천사,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구간은 계곡과 폭포가 이어지며 듣기 좋은 물소리를 낸다. 특히 강천산 물의 위용을 볼 수 있는 곳은 병풍폭포다. 40m 높이에서 분당 5톤이 떨어지는데 위협적이거나 소란하지 않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비단으로 장식한 병풍같이 부드럽다. 그래서 물을 맞는 사람들도 있었나 보다. 이곳에서 몸을 씻으면 지나온 잘못을 씻어준다는 전설이 있다.

병풍폭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일주문이 나온다. 강천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계곡에 돌탑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오른쪽으로 강천사다. 사천왕문도 없이 소박한 절집이라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강천사는 887년 신라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고려 때는 12개의 암자를 거느린 큰 절이었지만 중창과 소실과 재건의 역사를 거치며 많은 부분 축소됐고 현재는 대웅전, 보광전, 관음전, 요사채 등의 건물만 남은 작은 절이다. 대웅전 앞에 있는 오층 석탑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오랜 세월을 버텨온 보물이다. 1316년에 덕현선사가 강천사를 중건할 때 세운 탑인데 임진왜란 때 모든 건물이 불 타 없어질 때도 그대로 보존됐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부서져 넘어졌고 그때 상흔으로 총 자국이 남아 있다.

강천사에서 10분 정도만 더 가면 구름다리가 있다. 높이 50m, 다리길이 75m로 여기 올라서면 뒷골이 당기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폭이 1m라는데 건너는 사람 입장에서는 좁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다. 다리를 지나 500m 정도 더 가면 구장군폭포가 나오지만 현수교를 건너지 않고 돌아서는 사람도 많다. 충분해서 돌아섰는지 무서워서 포기했는지는 각자의 이유일 뿐 강천산에서 넉넉하고 충만한 기운을 가져간다면 그것으로 됐다.

봄이라 잎들이 푸르지만 얼핏 봐도 이곳에는 단풍이 많다. 물이 맑고 좋으니 가을에는 붉은 빛이 유난하겠다. 단풍철에 다시 와서 고추장만큼이나 붉은 산의 기운을 담아가야겠다.


☞ 여행 정보

● 순창 고추장마을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익산포항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88올림픽고속도로 - 순창IC에서 ‘전주, 순창’ 방면으로 우측방향 - 순창로 - ‘광주, 민속마을, 강천산’ 방면으로 좌측방향 - 교성로 - 장류로 - ‘민속마을’ 방면으로 좌측방향 - 민속마을길 - 고추장단지교차로에서 우회전

[대중교통]
순창터미널 - (순창-구림) 버스 승차 - 백야마을 정류장에서 하차 - 전통고추장정보화마을까지 도보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순창장류체험관: 검색어 ‘순창장류체험관’ /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민속마을길 55
강천산: 검색어 ‘강천산’ / 전라북도 순창군 팔덕면 강천산길 75

순창장류체험관
http://www.janghada.com
문의: 063-650-5432
고추장·장류 요리·인절미·튀밥 만들기 체험: 14,000원~24,000원 (인원수에 따라)
숙박: 4만5000 ~ 16만원 (체험프로그램 이용시 가능)

전북 순창 전통고추장마을
http://sunchang.invil.org/index.html
문의: 063-653-0703
순창 전통 고추장 만들기 체험: 1만5000원

순창고추장마을 조합
http://www.isunchang.co.kr
문의: 010-9554-6450

강천산
입장료: 성인 3000원 / 초중고생·군인 2000원

순창군 문화광광
http://tour.sunchang.go.kr
관광안내: 1330
강천산 문의: 063-650-1672

● 음식
수정관: 전라도식 밑반찬이 맛있고, 우렁쌈밥, 다슬기 수제비 등 깔끔하고 푸짐한 식사를 제공한다.
다슬기 탕, 칼국수, 수제비 (각) 8000원 / 우렁쌈밥 8000원 / 두루치기 8000원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순창로 205-1 / 063-653-2007

● 숙소
강천산휴양농원: 넓은 잔디밭과 식물원까지 있어 아이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기 좋다. 6인용 작은집에서 30명 대가족실까지 크기도 다양하고, 민박 같은 집, 펜션 같은 집 등 분위기도 다르다. 각 실마다 바비큐 시설이 있다.
http://www.kangchunsan.com/
객실: 8만 ~ 30만원
전라북도 순창군 구림면 화암리 1127-2 / 예약문의: 063-652-2552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