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를 다투는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에는 대중적으로 성공한 차들이 꽤 있다. 딱정벌레로 유명한 비틀(Beetle)을 비롯해 실용성과 편안함의 대명사인 파사트(Passat), 고급스러움을 대표하는 SUV 투아렉(Touareg), 콤팩트 SUV 티구안(Tiguan) 까지.

하지만 ‘절대적인’ 차가 있다. 이 차량을 빼고선 폭스바겐을 설명할 수 없다. 바로 ‘G·O·L·F’(골프)다. 전 세계를 통틀어 41년 동안 디자인 원형을 유지한 채 누적 판매량 3000만대를 넘긴 유일한 자동차다. 그리고 이 시간을 거슬러 오는 동안 폭스바겐이 개발하는 첨단기술의 상당수는 골프를 통해 먼저 구현됐다.

그 결과 골프는 지금까지 7세대의 모델을 출시하며 가솔린과 디젤 외에도 액화천연가스(LPG) 모델을 선보였다. 여기에 지난 2013년에는 고성능을 표방하는 GTI와 GTD 등 스포츠카 못지않은 주행 실력을 뽐내는 모델도 출시했다.


여기까지, 더 이상 골프의 진화는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GTI와 GTD를 출시한지 불과 2년 만인 지난 4월27일 7세대 모델의 업그레이드 판인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골프GTE가 국내에 등장한 것이다.

아직 국내 출시 계획은 잡히지 않았지만 이날 미디어행사를 통해 골프GTE를 미리 만나 서울 삼청동에서 출발해 자유로를 거쳐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를 다녀오는 왕복 85㎞ 거리를 시승했다. 이번 시승에서는 전기차(EV) 모드의 주행성능과 효율성, GTE모드에서의 가속력, 전체 연비 등을 중점적으로 알아봤다.


 


◆ 같은 듯 다른… 더 '고급스런 골프'
골프GTE의 겉모습은 골프GTi와 전기차 'e골프'를 섞어놓은 모습이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로지르는 파란색 줄무늬와 역시 파란색 브레이크 캘리퍼가 먼저 눈에 띈다. 범퍼 하단에 C자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이 들어간 것도 골프의 이전 모델들과는 다른 점이다. 좀 더 고급스러워진 느낌이다.


라디에이터그릴 중앙에는 다른 모델과 마찬가지로 엠블럼이 있다. 하지만 이 엠블럼에는 숨겨진 기능이 있다. 바로 배터리 충전 소켓 커버 역할이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 운전석 왼쪽에 위치한 소켓 개방 버튼을 누르면 엠블럼이 열리면서 충전 소켓이 나타난다.

옆모습은 일반 골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앞 펜더에 부착된 'GTE'라는 글씨와 전용 17인치 휠이 이 차량의 특징을 드러낸다. 실내를 보면 가죽을 꿰맨 실이나 무드등에도 파란색이 들어가 있다. 엔진 회전수(RPM)를 나타내는 계기판에는 전기의 충전과 소모 상황이 동시에 표시된다.

친환경차이지만 고성능도 표방하는 만큼 스포츠시트가 장착됐다. 기어박스 주변에는 E모드와 GTE 모드 버튼이 있다. 전기차 모드와 고성능 하이브리드차 모드를 손쉽게 바꿔가며 이용할 수 있는 장치다. 나머지 실내·외 구성 요소는 골프 일반모델과 거의 같다.


 


◆ 출발은 조용히, 충전은 알아서… “센스있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차량에 시동 버튼을 눌렀다. 정말이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계기판에 들어온 ‘Ready’라는 글자가 시동이 걸렸음을 알려준다. 이는 EV모드로 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면 전기차 모드인 E모드로 시작된다. 전기차의 특성상 저속에서는 엔진음 없이 미끄러지듯 흘러나가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우선 나무갤러리에서 내부순환로 구간까지는 E모드로 운행했다. E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아무리 강하게 밟아도 가솔린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다. 때문에 엔진 연소음이나 배기음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힘이 달리지도 않는다. 성북동의 높은 오르막길을 부드럽게 치고 올라갔다. 시내구간을 이용하는 데 있어 E모드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후 내부순환로에 들어선 다음부터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해 운행을 했다. 이렇게 하면 주행 상황에 따라 차가 알아서 전기모드와 내연기관 모드로 바꿔준다. 엔진이 돌아가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는 충전도 된다. 계기판 중앙의 모니터에는 충전과 방전, 엔진구동 등 에너지 흐름이 바퀴와 화살표가 조합된 그래픽을 통해 표시됐다.

◆ 소리 좋고, 성능 좋고… 고속주행 '매력적'

이윽고 도착한 자유로. 가속성능과 최고 속도를 알아보기 위해 기어노브 왼편의 ‘GTE’ 버튼을 눌렀다. 순간 차가 바뀐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엔진음이 귓가를 자극했다. 마치 더 가속폐달을 밟아 달라는 듯 엔진음은 ‘웅~웅~’거렸다. 일반 가솔린 엔진의 소리가 아니라 스포츠카와 같은 중저음의 듣기 좋은 소리다. 사실 이 소리는 진짜 엔진음이 아니라 '사운드제너레이터'로 가공된 엔진음이다. 이는 BMW의 PHEV 스포츠카 'i8'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기능이다.

엔진음이 가짜라고 해서 주행성능도 가짜는 아니었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순식간에 시속 100㎞까지 올라갔다. 증강된 파워로 인해 목이 뒤로 젖혀지고 어깨가 시트에 착 달라붙었다. 이 쾌감에 자신도 모르게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파워미터의 바늘이 오른쪽 끝까지 내려가 '부스트'(Boost) 존에 다다른다. 눈 깜짝할 사이 계기판은 180㎞/h를 가리켰다. 경주용 자동차를 타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편 골프 GTE는 곧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점과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골프 GTE의 유럽 가격은 3만6900유로(약 4284만원)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4000만~5000만원 사이로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