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환자가 나왔을 때 정부당국은 “공기 중 감염 가능성이 없으며 밀접 접촉자 외엔 전염될 확률이 낮다”고 했지만 이 같은 메르스 관련 법칙은 이미 깨졌다. 벌써 4차 감염자가 발생했고 공기 중 바이러스 전파 여부도 의심받는 상황이다.
온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떨면서 경제는 한껏 위축됐다. 각종 대규모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됐고 외국인관광객은 잇달아 한국행 계획을 접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관광객은 지난해 동기대비 20% 감소했으며 이달 관광수입 손실은 12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도 소비심리가 더 위축됐다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평소 주말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묻지마 투자 열풍의 끝은?
메르스의 여파로 주식시장에도 한 차례 큰 물결이 일었다. 국민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일명 ‘묻지마 투자’가 횡행한 것. 묻지마 투자는 정확한 정보나 체계적인 시장분석 없이 주식에 마구 투자하는 방식이다. 메르스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관련 종목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자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다.
묻지마 투자 열풍은 예전에도 자주 있었다. 건설주가 급등하던 시기에는 회사명에 ‘건’ 자만 들어가도 올랐다. 펀드에도 묻지마 투자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IMF 외환위기 당시 현대증권이 출시한 ‘바이코리아’ 1호 펀드는 무조건 돈이 된다거나 유력 경제인사의 자금이 들어갔다는 식의 근거 없는 소문으로 대박이 났다. 지난 2007년 전국에 광풍을 일으켰던 인사이트펀드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만든 1호 펀드라는 점에서 무조건 사고 봐야 된다며 자금이 몰렸고 결국 7~8년간 이 펀드로 속앓이 한 투자가가 많았다.
외국에도 이와 비슷한 투자행태가 존재한다. 마치 소개팅처럼 서로 사전에 아는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만나는 걸 ‘블라인드 데이트’(blind date)라고 하는데 묻지마 투자 용어는 여기에서 파생됐다. 뚜렷한 계획이나 평가 없이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을 영어로는 ‘더블블라인드 투자’(double blind investment)라고 부른다. 용어에 두배를 뜻하는 ‘더블’이 붙은 이유는 투자자도 그 투자금을 관리하는 신탁관리자도 모두 정보가 없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묻지마 투자는 어찌 보면 테마주 투자의 극단적인 예다. 새로운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하면 모든 사람의 관심은 갑자기 그쪽으로 집중된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증권시장에 영향을 주는 큰 이슈가 생기면 투자자의 관심이 특정 재료에 집중된다. 특히 그 재료뿐만 아니라 관련된 여러 종목이 테마처럼 묶여 함께 상승세를 탄다.
우리 시장의 단골소재 중 하나인 정치인 테마주는 최근에도 정치적 이슈에 의해 기업 자체의 실적과는 무관하게 등락을 보였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오는 201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쪽으로 답변하자 일명 안철수 테마주가 다시 들썩였다. 안 전 대표가 주식을 보유한 회사는 물론 안 전 대표의 지인들과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회사까지 테마주로 묶여 거품논란이 일었다.
지난 2013년 전세계를 뜨겁게 달군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도 테마주가 형성됐던 케이스다. 강남스타일 노래가 예상을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대박을 치자 싸이와 관련된 종목들에 묻지마 투자가 이어진 것. 싸이가 소속된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물론 여타 엔터주가 함께 들썩였다. 심지어 싸이 부친이 최대주주인 종목이 싸이 테마주를 대표하며 주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메르스 테마주, 옥석 가려야
최근 주식시장에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당연 메르스 테마주다. 시장에서는 플러스 요인 테마주와 마이너스 요인 테마주로 종목이 분류돼 한바탕 진통을 겪었다. 메르스 마이너스 요인 테마주는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을 우려한 종목이 대부분이다. 신세계가 지난 2주간 10%가량 떨어졌다.
그중에서도 문화소비가 가장 먼저 줄 것으로 보고 CJ CGV, GKL, 아시아나 등의 종목도 순식간에 10~20%의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로 뻗어나가는 대표 화장품회사 아모레퍼시픽은 한창 최고가를 경신하다가 메르스 돌부리에 걸려 2주간 10% 이상 급락 흐름을 보였다.
반면 메르스 플러스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은 날개 돋친 듯 솟구쳤다. 우선 치료·처방 관련 종목인 백신 관련 종목이 상승세를 탔다. 그중엔 100%가량 급등한 종목도 있다. 항바이러스 관련주, 폐렴 관련주 등이 급등세를 보였다. 메르스 예방 관련 종목도 날개를 달았다. 마스크 관련주, 손소독제 관련주, 진단키트 관련주 등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메르스 테마주의 급등 열기는 벌써부터 급격히 냉각되는 분위기다. 일부 테마주의 대주주 중에는 고공행진을 틈타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묻지마 투자방식으로 테마주를 좇았다간 크게 당하기 쉽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외에도 메르스 거품이 꺼지면서 실제 실적과 관련 없는 종목은 급등 이후 일주일 만에 주가가 20~30%가량 급락했다.
일반투자자 중에는 메르스 백신 관련 종목의 경우 꾸준히 관심을 가질 만하지 않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백신 개발에는 보통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처럼 메르스 플러스 주식은 실제 실적과의 연관성이 적어 경계해야 하지만 오히려 메르스 마이너스 주식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소비심리는 실제로 위축됐고 여행·항공·면세점 등은 일정 부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어서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중화권 관광객을 중심으로 메르스 감염 여파로 인한 외국인관광객 단체예약 취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해외관광객의 국내 유입은 물론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메르스가 진정되면 소위 우려감 때문에 하락했던 종목의 경우 일정수준의 급반등이 일어날 수 있다. 또 테마로 분류되면서 어이없게 동반 하락한 종목 가운데 일부는 오히려 절호의 매수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수출해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메르스 테마와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의류관련주나 피아노 등 내구성 소비재, 현지먹거리 관련 기업들도 ‘묻지마 팔자’로 하락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사회적으로 불안한 이슈가 넘쳐도 정신만 차리면 기회를 찾기 쉬운 곳이 주식시장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이처럼 메르스 플러스 주식은 실제 실적과의 연관성이 적어 경계해야 하지만 오히려 메르스 마이너스 주식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소비심리는 실제로 위축됐고 여행·항공·면세점 등은 일정 부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어서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중화권 관광객을 중심으로 메르스 감염 여파로 인한 외국인관광객 단체예약 취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해외관광객의 국내 유입은 물론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메르스가 진정되면 소위 우려감 때문에 하락했던 종목의 경우 일정수준의 급반등이 일어날 수 있다. 또 테마로 분류되면서 어이없게 동반 하락한 종목 가운데 일부는 오히려 절호의 매수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수출해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메르스 테마와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의류관련주나 피아노 등 내구성 소비재, 현지먹거리 관련 기업들도 ‘묻지마 팔자’로 하락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사회적으로 불안한 이슈가 넘쳐도 정신만 차리면 기회를 찾기 쉬운 곳이 주식시장이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