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가 활성화하면 전세난이 해결될 것이라던 정부의 공언이 허구로 드러났다. 올해 3~5월 주택거래량은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셋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와 일부계층만 득을 봤을 뿐 무주택자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2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9% 올라 전주(0.16%)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25주 연속 상승세다. 수도권은 0.09% 올랐다. 특히 인천 서구(0.32%), 군포(0.32%)가 크게 올랐다.
정부는 그동안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면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서면서 전세난이 완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맥락으로 2013년 정부가 내놓은 '4·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과 '8·28 전·월세 대책' 이후 쏟아진 대책 모두 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셋값 부담에 매매로 돌아선 수요가 급증, 대다수 분양단지는 성공적인 청약성적을 거뒀고 미분양도 팔려나갔다. 건설사들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슬그머니 매맷값을 올렸다. 애초 정부의 예상과 순서는 반대였으나 어찌 됐던 결과는 같았다.
역시나 전셋값은 잡히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매맷값의 턱밑까지 치솟았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보면 지난 5월 말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전세가율은 70.2%로 전월(69.8%)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 전세가율이 70% 선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사상 처음이다. 이는 수도권 아파트 대부분이 경매로 넘어가면 자칫 보증금을 떼일 수 있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됐다는 뜻이다. 전세난은 여전한데 부동산 시장의 체질만 나빠진 셈이다.
매맷값에 연동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됐던 바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전·월세 과세방안을 담은 '2.26 전·월세 정상화 대책'이 발표와 앞서 발표됐던 대책의 약효가 떨어지면서 그해 3~7월 서울 매맷값이 내림세를 보이자 전셋값도 하강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취임으로 상황은 반전됐다. 최 부총리는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 논리를 전면에 내세워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고 기준금리를 0.25% 인하하도록 했다. 이후부터 현재까지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은 전세난 해결은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됐다"면서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 기조를 수정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