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브랜드에 비싼 물티슈를 샀다 해도 아이들이 사용할 때면 늘 불안했어요. 얼굴을 저렇게 닦아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세수를 하라고 권장하기도 했고요. 어찌됐건 보존제가 들어가니 찝찝하잖아요. 그러던 중에 물티슈가 화장품으로 된다는 소리를 들으니 너무 반가웠어요! 성분을 더 까다롭게 따져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니 부모 입장에선 좋은 일이죠.” (40대 주부 L씨)


“식약처의 오락가락 행정 때문에 화가 납니다. 그동안 공산품법 기준에 맞춰 제품을 내놓았는데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면 또 다시 몹쓸 제품을 만든 제조사가 돼버리고, 소비자들에게 불신 낙인이 찍히니까요. 화장품으로 분류되면서는 미국·유럽·일본에서 인정하는 일부 성분은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저희 같은 영세업체만 피해를 보는거죠.” (물티슈 제조업체 A사 직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베이비페어에서 소비자들이 물티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자료사진=뉴스1
소비자는 웃고, 제조·수입업체는 울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7월 1일부터 물티슈를 ‘공산품’에서 ‘화장품’으로 분류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별도의 성분 규제가 없는 공산품과 달리 화장품은 인체에 직접 닿는 만큼 까다로운 검사를 받게 된다.

덕분에 물티슈 제조업체는 바빠졌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보존제 역할 부분이다. 물티슈의 변질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보존제를 두고 그간 안전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 제조업체는 화장품의 쓸 수 없는 원료와 사용상 제한이 필요한 원료에 대한 기준에 따라 그동안 사용해온 보존제인 세틸피리디늄클로라이드(CPC)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대신 식약처가 고시한 사용가능 살균 보존제 성분 59개 목록만 사용이 가능하다.
제조업체는 화장품 제조업 또는 제조 판매업 등록도 해야 한. 또 화장품의 품질관리 및 제조판매 후 안전관리를 위한 제조판매관리자를 둬야 한다. 품질관리기준 및 제조판매 후 안전기준 등을 적용 받아 제품생산 때마다 제조번호별로 품질검사 이후 적합한 제품만을 판매해야 하고 부작용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등 신경써야 할 규제가 많아진다.

물티슈 사용량이 늘고 손을 비롯해 얼굴, 입가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면서 민감한 제품이 된 게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보존제 성분인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가 가습기 살균제 파문을 일으킨 성분과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전성 논란이 벌어졌다.


소비자 혼란이 커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국제적으로 안전성을 입증 받은 CPC 성분으로 보존제를 하나 둘 바꿔나갔다. 하지만 CPC 성분 역시 유해 논란에 휩싸였고, 식약처 고시 성분 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제조업체들은 또 다시 보존제 성분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물티슈가 화장품으로 바뀌면 소비자 신뢰를 다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보존제 성분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이는 향후 또 다시 성분 대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해 오히려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나 역시 내 아이가 쓸 물티슈가 제대로 안전이 보장된 제품이면 좋겠다”면서도 “무슨 성분이 어떠한 유해성을 갖고 있는지 누구도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제조하는 입장에서 혼란이 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화장품이 된 물티슈. 과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될지 또 다른 혼란을 낳는 ‘독’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