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수년 안에 이 같은 ‘콘센트족(族)’의 모습이 자취를 감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6 이용자들은 카페나 도서관, 공공장소 등지에 놓인 무선충전 패드 위에 10분간 올려둠으로써 4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외 연구진은 배터리 충전시간을 1분까지 대폭 줄이는 고속 충전 기술을 도입하거나 사람의 체온과 햇빛, 송전선과 지하철 주변에서 생기는 자기장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수년이 걸릴 예정이지만 콘센트족의 미래는 밝다.
갤럭시S6 무선충전. /사진제공=삼성전자
◆무선충전 어디까지 왔나
최근 충전장치에 연결해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일정거리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충전이 가능한 ‘무선충전’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MS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무선충전시장은 지난 2013년 3억8000만달러(약 한화 4400억원)에서 오는 2017년 75억달러(약 8조7000억원)로 매년 10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무선충전 관련 기술의 특허가 최근 5년간 797건 출원됐다. 가까운 거리에서만 충전할 수 있는 자기유도방식은 지난 2009년 102건에서 2013년 54건으로 감소한 반면 멀리서도 충전할 수 있는 자기공진방식은 같은 기간 48건에서 87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현재 삼성전자가 무선충전 패드를 사용해 유선 케이블 없이 충전 가능한 스마트폰 갤럭시S6를 출시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스마트폰에 직접적으로 꽂는 케이블은 사라졌지만 유선 충전기인 패드 위에 올려둬야 해 사실상 반쪽짜리 기술이란 평가다.
그런데 지난 7월 초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폰을 고정시키지 않고 50cm 이내에서 기기의 위치와 방향에 상관없이 충전이 가능한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했다. 임춘택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이 신기술은 50cm 이내에서 기기의 위치와 방향에 상관없이 충전이 가능하다. 또 인체에 무해한 낮은 자기장에서도 동작해 전자파를 상당부분 차단한다.
이는 갤럭시S6 등 기존 무선충전 방식이 송신기에 스마트폰을 고정시키는 접촉식 충전방식으로 충전 중 자유로운 사용을 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또한 10cm 이상의 거리에서는 충전이 어렵고 특정 방향에서만 충전되는 기존 비접촉식 충전 기술의 한계를 거리와 방향에 구애받지 않도록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임 교수는 “기존 무선충전의 고질적 문제였던 충전 거리와 방향의존성을 상당부분 해결했다”며 “충전에 대한 걱정 없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앞으로 자기공진방식 무선충전 기술이 실생활에 구현되면 와이파이(WiFi, 무선인터넷)를 이용하는 것처럼 어디서나 충전기 없이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이를 위해 ▲충전효율 향상 ▲전자파 차단기술 개발 ▲소형화 등이 동시에 연구·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을 수 있는 열전소자. /사진제공=카이스트
/사진제공=한국전기연구원
◆미래 충전기, 옷·전선·햇빛
어디 이뿐일까. 배터리 충전에 쓰이는 도구도 상상을 초월한다. 생활 곳곳 어디에서나 배터리충전의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조병진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팀은 전자기기의 전력공급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입을 수 있는 열전소자’를 개발했다. 열전소자란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주는 소자를 말한다. 이 기술은 인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리섬유를 의류형태로 가공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가로·세로 각 10cm의 밴드 형태로 제작한다면 외부 기온이 체온과 약 17도 차이가 나는 20도일 때 약 40mW의 전력이 생산된다. 이를 상의 전체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제작해 입으면 약 2W의 전력이 생산돼 휴대폰 충전에도 사용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옷처럼 입고 다니면 전기가 생산돼 배터리가 필요 없는 휴대용기기 시대를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높은 전류가 흐르는 송전선이나 지하철, 고속도로, 공장의 기계 근처에서도 배터리 충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정호 재료연구소 박사팀은 일상생활 주변에 존재하는 미세한 자기장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복합소재 및 발전 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에너지 하베스팅이란 버려지는 각종 에너지원을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을 말한다.
태양광을 이용한 태양전지, 바람을 이용한 풍력 발전 등도 이에 해당한다. 류 박사팀은 송전선이나 지하철, 고속철도, 공장 기계 등에서 일정한 60Hz의 주파수를 가지는 자기장 노이즈에 주목, 이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기술을 심화·발전시키면 전선 옆에 휴대폰을 두기만 해도 충전이 되는 무선 충전기술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애플은 최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표면에 태양전지 센서를 탑재하는 기술을 특허로 냈다. 빛을 전력으로 변환해 충전하는 것으로 일체형 배터리의 단점을 극복할 뿐 아니라 충전의 개념을 새로이 짤 수 있어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간도 대폭 줄였다. 보통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100% 충전되기까지 1~2시간가량 필요하다면 머지않아 1분으로도 충전이 가능할 만큼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알루미늄 소재를 배터리에 적용, 1분 만에 충전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아쉽게도 이 기술은 낮은 전압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어 아직 상용화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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