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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XX가 미쳤나!”A씨의 분노가 폭발했다. A씨는 앞차에 바짝 붙어 소리를 질렀다. 다시 ‘분노의 질주’로 앞차의 진입을 막았다. 하마터면 추돌할 뻔했다. A씨는 가속을 밟았다가 갑자기 멈추는 식으로 자신이 추월한 차량의 운전자 B씨를 위협했다. 튕겨나가듯 갓길로 피해버린 B씨는 진땀을 흘렸다.
이 같은 보복운전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도로 위의 무법자라 불리는 난폭운전자. 그가 갑작스레 끼어들거나 욕설을 내뱉고 경적을 울리면 또 다른 난폭 운전을 부른다. 보복운전 사고는 이렇게 발생한다.
경찰이 보복운전에 대한 강력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는 보험 피해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가해자가 보복운전으로 고의로 사고를 냈을 경우에는 보험사가 이를 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 보복운전 처벌 강화의 ‘그늘’
경찰청이 보복운전을 특별 단속한 결과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간 적발된 보복운전 사건은 273건, 총 280명의 운전자가 검거됐다. 이 중 3명이 구속됐고 277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보복운전 사고 원인 중 1위는 ‘차선변경으로 인한 시비(47.6%)’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적·상향등 사용 시비(27.1%), 서행운전 시비(8.1%), 끼어들기 시비(3.7%), 난폭운전(1.1%) 등이 뒤따랐다.
보복운전 가해자 절반 이상이 30~40대(54.6%), 피해자도 30~40대(52.4%)가 가장 많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남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피해자 중 여성 운전자가 전체의 13.1%를 차지했다.
최근 보복 운전에 의한 사고가 늘어나면서 처벌 수위가 엄격해지고 있다. 경찰은 보복운전을 근절하기 위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가해자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상해를 범할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문제는 이 같은 법이 적용되면서 보복운전의 피해자가 보험 피해보상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자동차손해배상법과 금융감독원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라 고의로 인한 사고는 보험사가 보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직접 피해보상을 청구해야 한다. 피해자가 인적·물적 피해를 온전히 보상받으려면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 손보사 “보복운전, 고의성 밝히기 어려워”
반대로 보험이 적용되더라도 문제가 된다. 피해보상이 보험사의 몫이 된다면 고스란히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보복운전은 일반적인 사고와 다르다”라며 “상대를 해칠 의도가 다분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사가 그 사고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복운전의 경우 그 고의를 밝혀내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보복운전의 경우 고의적인 사고라는 점을 명백히 밝혀내기 어렵다. 대부분의 보복운전은 음주운전이나 무면허 운전 등에 비해 입증 자료가 부족하고, 고의적 사고를 내더라도 가해자가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도 “보복운전 사고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것이 애매하고, 보복운전 자체가 고의성이 있기 때문에 보험사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며 “고의를 밝혀내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에 먼저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다시 보험금을 돌려받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법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처벌대로 강력하게 하되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식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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