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 중국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는 없습니다.”
지난 5월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에게 들은 말이다. 당시 중국증시는 연일 상승가도를 달렸고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추정 지수밴드를 높이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과열된 중국증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었다.
당시 기자는 PB에게 “버블 붕괴의 위험에 대비해 비중을 축소해야 할 때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럼에도 그는 추천펀드 목록표에 적힌 세가지 펀드를 권했다. 두개는 중국펀드고 하나는 미국펀드였다.
만약 그 PB의 말을 듣고 지난 5월 그 펀드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지금 그 목록표의 펀드는 모두 3개월 기준 10%가 넘는 손실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중국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눈빛도 곱지 않아 언제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지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PB를 무능하다고 질타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PB 개인은 중국펀드의 위험성을 감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인센티브가 더 나아 보였을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판매사는 영업지점과 사원들에게 일정 수준의 판매량을 할당한다. 또 일부에서는 회사가 주력으로 판매하는 상품의 경우 직원이 고객을 확보하면 인센티브 형식으로 보수를 지급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일선 현장에서 고객을 맞는 PB로선 고객수익률보다 자신의 실적 달성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사의 이익과 개인적 견해 사이의 괴리에서 고뇌하는 증권사 직원의 하소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증권은 영업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수익률 관련 평가를 30% 반영키로 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등도 관련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제 남은 건 금융당국의 지원사격이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인센티브 구조를 고객 이익이 반영되도록 바꾸겠다고 밝힌 지 두달이 지났다.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증권사의 신뢰도와 수익성을 높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