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승리를 거두기 위해 감독과 코치도 정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을 감독으로 선임하고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윤주화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 건설부문 사장 등을 코치로 뒀다.
이제 남은 것은 예고한 대로 홈런만 치면 된다. 여기서 말한 홈런은 오는 2020년까지 매출액 60조원과 영업이익 4조원 달성이다. 지난해 양사를 합한 매출이 33조6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년 연평균 10.2%의 고성장을 지속해야 가능한 수치다. 결국 건설, 상사, 패션, 식음·레저 등 각 사업부문별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복사업 및 조직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드림팀을 주도할 옛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제일모직의 건설·리조트부문의 흥행 여부가 관건이다. 양사가 각각 건축·토목·플랜트·주택(삼성물산), 조경디자인·에너지절감(제일모직) 등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사업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과연 어떻게 될까. 홈런은 나올 까.
◆ 기분 좋은 출발, 업계 1위 턱밑 추격
우선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기대감이 쏠린다. 이번 합병으로 국내 건설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전체 28조4455억원)의 건설부문 매출액은 14조8735억원으로, 업계 1위 현대건설(17조387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합병에 따라 제일모직의 조경·에너지절감 등 건설부문(옛 삼성에버랜드) 실적을 더하면서 합병법인인 삼성물산의 매출액은 16조2000억원으로 현대건설을 바짝 뒤쫓게 됐다.
건설업계 랭킹인 시공능력평가에서는 더욱 고무적이다. 지난해 삼성물산(13조1208억원)은 현대건설(12조5666억원)을 따돌리며 1위에 올랐다. 근소한 차이였다.
여기에 제일모직의 조경 공종을 포함한 디자인·에너지절감·테마파크 등 사업을 더해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가 굳건해졌다. 조금만 매출에 힘을 줄 경우 명실공히 건설업계 1위라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 특화사업부문 강화해 '시너지 창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기존 각 건설이 가지고 있던 특화된 분야를 강화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우선 초고층·하이테크 건축과 토목·플랜트분야 등 경쟁력을 갖춘 사업영역에 제일모직의 조경·에너지절감 등을 통합해 국내외 시장에서 시너지를 가시적으로 내놓는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UAE 부르즈 칼리파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 대만 101빌딩을 세운 자신감이 밑바탕이 됐다. 플랜트 역시 설계 및 엔지니어링 역량을 기반으로 사우디 쿠라야 민자발전(IPP), 동두천 IPP 및 말레이시아 프라이(Prai) 발전 등 국내외 대형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호주에서는 마이닝 플랜트 및 인프라 구축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정식 출범식이 열린 지난 2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출범식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제일모직 건설부문은 조경과 플랜트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조경에서는 상품별 다양한 시공실적과 대외인지도, 우수 디자이너 등을 보유해 경쟁사 대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플랜트는 에너지절감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석유화학, 제지 등 에너지 다소비 공장을 대상으로 한 차별화된 진단 및 설계역량을 기반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목표대로라면 오는 2020년 합병법인의 건설부문 매출액은 23조6000억원으로 국내 1위는 물론 미국의 건설전문지가 발표하는 세계 건설업계 랭킹인 ENR(Engineering News Record)에서도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10위권 이내 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 실적부진·중복사업은 ‘난관’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필드에서 뛸 선수를 골라야 한다. 야구경기나 축구 등 모든 스포츠 경기처럼 인원의 제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삼성물산의 구조조정 문제를 큰 난관으로 지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건설사업은 기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제일모직 건설부문의 중복이 문제다. 실제로 기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제일모직 건설부문은 사업이 적잖이 겹친다. 우선 두 회사 모두 국내외에서 빌딩 시공사업을 벌이고 있고 플랜트분야도 일부 중복된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국내외 시장에서 대형 토목·건축 등에 강점이 있고 제일모직은 조경과 디자인, 친환경 건축 등이 주력사업”이라며 “이들 조화를 잘 맞춰 조직을 운영하면 분명 큰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기대와 달리 대내외적인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우선 기존 삼성물산의 실적 악화가 걸린다. 최근 몇 년간 몰락했던 국내 부동산시장의 여파로 기존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적이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건설부문의 매출액은 작년 상반기보다 9.3%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8%나 감소했다. 상반기 신규 수주(6조313억원)는 올해 초 목표액(15조6800억원)의 절반도 채 안된다. 해외 수주액 역시 4조여억원을 올려 목표인 13조2341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 ‘구조조정’ 불안한 건설부문 임직원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관심이 쏠리는 것은 구조조정 여부다. 양사 모두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한다. 특히 건설부문을 중심으로 올해 말쯤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통합한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 올해 말 구조조정이 시작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특히 임원들의 분위기는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삼성물산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조조정 역시 건설부문 직원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올 6월 말 기준 기존 삼성물산 임직원(정규직과 계약직 합계)은 총 8219명으로 작년 말(8663명)보다 444명 줄었다.
새로 태어난 삼성물산이 매출 60조원이라는 홈런을 때리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실적악화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기대만큼 약진할 것인지, 건설부문이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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