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기준 명목국민총생산(GDP)이 17조4163억달러로 세계 1위이고 1인당 5만4678달러로 세계 9위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는 어디일까. 미시간주에 있는 디트로이트시다. 빈민의 비율이 42.3%로 미국 내에서 가장 높다(2014년 기준, 블룸버그통신 보도).
◆美 디트로이트의 흥망성쇠
디트로이트는 놀랍게도 과거엔 미국에서 최고 부자도시였다.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전세계를 리드하며 중흥기를 이루던 1960년엔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시의 1인당 소득이 미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이 쇠락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어 인구는 1950년대의 3분의 1로 줄었다. 제네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디트로이트에 있는 주요 자동차업체는 1980년대 일본 경쟁업체에 밀렸고 인건비가 낮은 미국 남부에 공장을 지었다. 2009년엔 오바마 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를 부도 처리하면서 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관련 일자리는 1990년 30만개에서 2013년에는 절반인 15만개로 줄었다. 지역경제가 몰락하고 버려진 사업체가 8만5000개에 달했다. 사람들이 도시에서 빠져나가 버려진 집이 9만5000채에 달했고 1~2달러에 살 수 있는 집도 생겼다. 평균 집값은 800달러까지 추락했다.
그 결과 디트로이트는 미국 범죄율 3위의 위험한 도시로 전락했다. 디트로이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중 70%가 미해결사건일 정도다. 총부채가 180억달러에 달하던 디트로이트시는 2013년 결국 파산했다.
이는 미국 지자체 재정파탄 중 사상 최대규모다. 디트로이트시 2만7000가구가 수도요금을 내지 못해 단수로 고통받자 유엔에서 현장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디트로이트는 도시의 산업이 그 도시의 흥망성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쇠락의 길 접어든 태백시
석탄산업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한국의 대표적인 탄광도시인 태백시도 부자도시였다. 태백시는 1930년 국내 최초로 석탄이 발견돼 석탄산업의 메카로 호황을 누렸다. 당시 광부는 공무원 월급의 3배에 달했다. 아버지가 광부면 아들이 대를 이어 광부가 됐다.
하지만 채광비용이 올라가고 에너지 소비패턴의 변화로 석유 보급이 보편화돼 석탄 사용량이 크게 줄자 1989년 석탄합리화정책에 따라 폐광되면서 시 전체가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태백시로 승격된 1972년에는 인구가 12만명이었지만 지난해 5만여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다행히 2013년 상반기 지방재정균형집행 전국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 부채를 전액 상환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했다.
대부분 그 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크거나 수도인 도시가 최고 부자도시에 등극한다. 일본(도쿄), 미국(뉴욕), 영국(런던), 프랑스(파리), 노르웨이(오슬로), 러시아(모스크바), 중국(상하이·베이징) 등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는 수도인 로마다. 그러나 가장 잘 사는 도시는 밀라노다. 밀라노의 1인당 GDP는 전국 평균보다 50%나 높고 서부 유럽의 선진 대도시와 생산성이 비슷하다. 그 이유 역시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밀라노 지역의 제조업 총부가가치가 국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인구비중 대비 2배에 달한다. 즉 이탈리아 제조업의 중심지역임을 알 수 있다. 밀라노는 섬유산업과 패션산업의 세계 중심지다. 또 산업구조가 다각화돼 금융업과 컴퓨터·정보기술·정밀기기 등도 발달했다.
◆국내 평균소득 1위 지역, 울산
우리나라 16개 광역시·도 중 가장 부자인 곳도 서울이 아닌 울산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한해의 가구당 평균소득이 높은 순서는 울산(5637만원), 경기(5086만원), 서울(5032만원), 대전(4799만원), 광주(4749만원) 등이다. 가장 낮은 곳은 제주(3817만원), 전북(4086만원)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 기준으로도 울산(6042만원)이 2위인 충남(4524만원)을 멀찍이 따돌린 1위로 나타났다.
모든 도시를 대상으로 하면 거제시 도시근로자의 평균 연소득이 5500만원으로 전국 도시근로자 평균 연소득 3600만원보다 1900만원이나 높다. 이 역시 울산과 거제시에 대규모 산업체가 있고 높은 생산성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울산지역의 장생포·염포·미포·온산 등 공업단지에는 정유·비료·화학·석유화학·자동차·조선·비철금속 등의 대규모 업체를 포함해 수백개가 넘는 화학산업과 기계공업의 업체가 모여 있다. SK에너지는 단일정유소로는 세계 최대규모이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도 단일공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거제시에는 국내 대표적인 조선회사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위치해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조선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지역경제 성장률이 낮아졌다.
◆미래 부자도시 화성·아산·여수
우리나라의 미래 부자도시는 어디일까. 지난 6월 미국 CNN방송은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자료를 인용, 경기도 화성시와 충남 아산시가 포함된 세계 7대 부자도시(1인당 GDP 기준)를 발표했다. 10대 부자도시로 범위를 넓히면 전남 여수시도 들어간다. 미래의 세계 10대 부자도시에 한국 도시가 3개나 포함된 것이다. 1위는 카타르의 도하, 2위는 노르웨이의 베르겐, 3위는 노르웨이의 트로헤임, 그리고 4위와 5위가 한국의 화성시와 아산시다.
화성시의 경우 서울의 남쪽에 위치한 데다 주변에 현대와 삼성의 첨단시설, 기아차와 LG전자의 핵심공장이 있어 빠르게 성장할 도시로 꼽혔다. 삼성전자가 8000명의 인력을 수용하는 대규모 반도체연구소를 신축했고 현대차가 대규모 자동차연구소를 운용해 고급인력이 많아 고소득을 올리는 지역으로 성장하리란 전망이다.
아산시는 근처에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차의 생산공장 등 유수의 산업시설이 있는 점, 평택항구와 가까워 중국으로 선박을 이용한 수송이 편리한 점 등이 이유로 거론됐다. 여수시는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GS칼텍스를 비롯해 많은 화학회사가 모여 있는 동양 최대 화학단지와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 대기업이 인근에 집중된 점이 미래의 부를 꾸준히 늘릴 것으로 전망했으리라 추측된다.
맥킨지가 한국의 여러 도시를 10년 뒤 세계의 부자도시에 포함시킨 것은 부자도시의 배경이 된 한국기업이 10년 동안 잘 성장하리라 전망했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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