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석 대신증권 사장과 김흥제 HMC투자증권 사장이 오는 10월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설까.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는 두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해 국감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여당의 반대로 증인채택이 무산된 것.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이 나온 만큼 증인채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의원들이 두 사장을 이번 국감 증인으로 재요청하면서 채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신증권, 제1노조 인정 의문

환노위 소속 야당의원들은 두 사장에게 확인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올해는 반드시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두 증권사 사장의 증인 채택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성된 환노위 소속 야당의원들의 기류가 강경하다.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에 대해서는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 이 의원실은 내달 1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진행되는 국감에 양 사장을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현재 여야 합의를 시도 중이다. 이 의원실 보좌관은 “올해 국감에서는 양 사장을 꼭 불러 퇴직 강요 및 노조 불인정 등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추궁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사측이 제2노조인 대신증권노동조합원에게만 격려금을 지급한 것이 발단이다. 대신증권 직원들은 지난해 1월 제1노조와 제2노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사측이 제2노조만 노조로 인정한다는 게 제1노조 측 주장이다. 이남현 대신증권 제1노조 지부장은 “조합활동과 관련해 징계를 내리는 등 제1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제2노조의 핵심인원이 인사부장의 동기로 구성되는 등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 교섭창구 단일화과정을 통해 노조갈등을 최소화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대신증권과 노조 간 마찰이 심화된 것은 이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현재 상급기구인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또 대신증권 전·현직원 13명은 전략적 성과관리체계와 관련해서도 사측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사측을 상대로 약 15억7200만원의 체불임금 등에 대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지부장은 “해당 소송 건은 전략적 성과관리에 대한 사항”이라며 “최근 여당이 경영상 여건에 따른 ‘정리해고’가 아닌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국회에서 전략적 성과관리체계에 대한 내용이 많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 사실상 퇴출 유도?
김흥제 HMC투자증권 사장에 대한 증인 채택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신청했다. 심 의원은 김 사장에게 사측의 노조 집행부 방문판매부서(ODS) 배치 등 취업규칙을 부당하게 변경한 정황을 추궁할 작정이다. 지난해 김 사장의 국감 증인 채택이 불발로 돌아간 만큼 이번에는 꼭 증인으로 출석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HMC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ODS조직을 신설했다. 여기에 노동조합 지부장, 수석부지부장, 사무국장 등 핵심 조합원 등을 배치하면서 사실상 퇴출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심 의원실 보좌관은 “김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강요행위와 저성과자 퇴출 등의 문제를 확인할 것”이라며 “김 사장의 증인 채택은 현재 논의 중인데 채택 여부는 이달 말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사측이 노조 집행부와 주요 조합원을 ODS에 보낸 건 등은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전보임을 인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만 인정하고 부당전보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현재 노조와 사측은 행정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증권사, “일단 지켜본 뒤 대응할 것”

대신증권과 HMC투자증권의 분위기는 국감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입장과 대조적이다. 두 증권사는 우선 국감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면대응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짐작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전략적 성과관리체계의 경우 현재 많이 개선됐다”며 “우선 국감 진행사항을 지켜보고 사측의 입장이 필요하면 제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증인 채택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국감이 모두 끝날 때까지 천천히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도 두 증권사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퍼포먼스에 기업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나타난 업계의 반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협회 대관 담당자들이 두 사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조는 두 증권사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두 사장에 대한 증인 채택이 불발된 만큼 올해는 반드시 출석시켜야 한다는 것.

김경수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은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청했지만 환노위 간사인 여당의 권선동 의원이 합의하지 않아 다시 논의 중”이라며 “지난해의 경우 기업총수 등을 국감에 부르는 것을 꺼려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져 두 사장의 국감 증인 채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 사이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 판결 등이 새로 추가되면서 증인 채택을 위한 근거가 늘었다. 하지만 실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