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영업환경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이 신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일부 보험사들은 미래 새로운 먹거리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선택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유통·제조·ICT 기업들과 폭넓은 연계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포 없이 온라인 등을 통해 예금 수신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하는 은행이다. 고객에게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 낮은 대출금리, 저렴한 수수료 등을 제공한다. 사실상 고객수요가 높은 중금리 대출시장이 타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바라보는 보험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교차한다. 

◆교보 빠지고 한화·현대 참여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다가온다. 연말이면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받은 금융위원회는 연내 1~2곳에 예비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3곳의 컨소시엄이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보험사들은 표면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 없다고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경쟁사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용대비 수익창출에 대한 뚜렷한 감이 오지 않아서다. “일단 발이라도 걸쳐놔야 했다”거나 “타사의 시행착오를 보고 준비하겠다”는 계산들로 양분됐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첫 설립전에는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이 참여했다. 각사의 주력사업과 은행업을 결합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현대해상은 지난 7월 온라인자동차보험 자회사인 하이카다이렉트를 통합하면서 온라인채널을 강화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인터넷·모바일채널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보험 본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해상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인터파크 컨소시엄 참여사들과의 연계영업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머니위크DB
반면 신창재 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은행업 진출 의지가 강했던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인수전에 이어 이번에도 결국 은행업 진출 계획을 접었다. 

교보생명이 포기한 KT 컨소시엄 자리에는 한화생명이 들어갔다. 한화생명의 경우 온라인보험 판매에 대한 의지가 강해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현재 자사 온라인보험 브랜드 ‘온슈어’에서 웹툰·야구 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신용등급 9등급자까지 받을 수 있는 아파트담보대출인 ‘행복드림 모기지론’도 판매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1금융권에서 거절당한 소비자를 흡수할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 대형보험사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비용절감에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된다면 은행계좌와의 연동 때문에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때마다 내야 하는 수백억원대의 은행수수료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간 고객과 보험거래를 하면서 쌓은 빅데이터를 인터넷전문은행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 영업의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두 보험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참여를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초반 인프라 구축비용이 많지 않아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경우 어느 정도 수익성을 기대할 만하다”며 “또 다양한 참여자들을 통해 은행업과 IT기술, 결제정보기술을 배우면서 은행업 노하우를 쌓으면 독자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 한화생명

◆은행사업과의 차별화가 관건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사업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한 비용 대비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낯설고 보험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어떻게 고객을 만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며 “보험사들이 경영권보다는 투자개념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만큼 아직 구체적인 시너지효과 등에 대한 분석조차 어려운 상태”라고 토로했다. 굳이 첫 설립전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은 금융권보다 ICT기업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신규사업주체가 진입하기를 원하는 당국의 의중 탓에 금융권은 컨소시엄 중 한곳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만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수면 위로 떠오른 컨소시엄 수도 그리 많지 않아 선택지도 제한적이다. 컨소시엄 구성을 주도하는 ICT업체는 카카오, 인터파크, KT 등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사업(인터넷뱅킹 등)과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영비용 측면에서는 장점을 가졌지만 자금력이나 노하우 측면에서는 기존 은행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미국의 많은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기존 은행과 차별성을 두지 못해 절반 이상이 퇴출되거나 생존하더라도 규모의 경제 달성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버뱅킹 문제가 제기되는 우리나라 은행산업 현실을 고려할 때 인터넷전문은행은 금리경쟁보다 서비스경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대부분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초기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와 수수료 등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며 “하지만 다른 은행과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을 경우 금리·수수료 정상화 과정을 통해 적자경영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해외사례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신규로 설립돼 흑자로 전환하는 데 대략 3~5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차별화된 서비스 없이 가격으로만 경쟁하면 대부분 대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실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