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유치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이마저도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미분양이 빠르게 줄고 인구유입이 늘어나는 등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달라진 분위기다.
다만 지난 7일 직접 둘러본 송도는 국제도시의 위상을 갖추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거리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도로 역시 오가는 차가 없었다. 곳곳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구역들은 풀만 무성히 자란 공터로 남아 있었다.
G타워 뒤편으로 조성 중인 송도달빛축제공원이 보인다. /사진=성동규 기자
◆ 아파트단지 벗어나니 '딴 세상'
기자가 처음으로 찾은 곳은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볼과 GCF가 입주한 G타워 등 송도의 상징적인 건물이 몰려있는 센트럴파크역 일대다. 이따금 사원증을 목에 건 포스코 계열사 직원들만 보일 뿐 한낮임에도 거리에는 시민보다 '2015 프레지던츠컵' 준비를 위해 배치된 경찰이 훨씬 많았다.
포스코건설 사옥 바로 옆에선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의 입주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박모씨(55)는 "아직 생활편의시설이나 대중교통 등이 부족해 생활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다"며 "이런 이유로 투자목적으로 들어온 사람이 대다수"라고 귀띔했다.
이는 애초 기업도시로 설계된 송도가 외자 유치가 부족해 단순한 부동산투자 지역 중 한 곳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실제 올해 인천의 외자유치액은 전국의 2.5%에 불과하며 이 중에서도 송도의 비율은 9.8%에 불과하다.
송도는 주거지로서도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센트럴파크 건너편 채드웍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더샵센트럴파크' 단지에 들어서자 그나마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일대는 입주가 끝났거나 진행 중이지만 빈 상가도 눈에 띄었다.
오크오드호텔 옆 롯데마트에서 시작해 해양경찰청으로 이어지는 도로 인근은 비교적 상권이 잘 형성돼 있다. 인근 대학에 다닌다는 최모씨(25)는 "최근 송도에서 여러 행사가 열리기는 하지만 사실상 젊은층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지식정보단지역으로 향하자 다시 황량한 풍경이 펼쳐졌다.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단지의 모습만 띄엄띄엄 보이고 이미 입주한 아파트단지 주변 외에는 이렇다 할 생활편의 시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 주민은 생활편의시설과 대중교통 확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도웰카운티 주민 김모씨(43)는 "인천 시내는 물론 대형마트라도 가려면 버스가 많지 않아 주로 단지 내에서 콜택시를 불러 이동한다"며 "단지 인근에 언제 편의시설과 대중교통이 늘어날지 기약도 없어 주거여건이 열악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은 "송도가 당분간 유령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기반시설이 일정 부분 갖춰졌지만 여전히 인프라가 부족하고 미분양 역시 줄기는 했으나 할인분양과 전세형 분양 등 공격적인 마케팅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에서 바라본 송도 국제도시 전경. /사진=성동규 기자
한산한 송도 센트럴파크 호텔 옆 도로. /사진=성동규
◆ 대형개발사업 줄줄이 제동
현재 기반시설 구축이 늦어지는 이유는 송도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대형개발사업에 줄줄이 제동이 걸린 탓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중 동탄-고양 A노선을 우선 추진하고 나머지 노선은 차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GTX 송도-잠실노선이 개통되면 여의도까지 20분에 도달할 수 있어 교통여건이 비약적으로 개선된다. 해당 노선은 지난해부터 예비타당성 평가 중이지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경인전철 지하화사업까지 포함해 검토하기로 하면서 최종 확정은 더뎌질 전망이다.
주민의 원안 시행 요구가 빗발치는 '워터프런트사업'은 최근 인천시가 조건부 승인을 내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송도 외곽에 수로와 호수를 'ㅁ' 형태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1등급 판정을 받은 6·8공구 중앙호수의 물을 이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는 인천경제청에 갯골유수지와 국제여객터미널 인근 바다의 물도 함께 이용하는 방안을 종용하는 모양새다. 이 부근의 물은 오염도가 높아 인천경제청이 기본계획 검토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151층 송도 인천타워'는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맞추려 했으나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6년 넘게 첫 삽도 뜨지 못하다 결국 올해 초 백지화됐다. 인천경제청은 해당 사업지인 6·8공구를 MICE, 관광, 레저 등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 '부활의 발판' 외자유치 활성화 전제돼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이라는 목표에 맞게 기업을 위한 도시로 만들려면 외자유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송도가 살아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핵심 키는 꾸준한 외자유치"라며 "인천경제청이 외국기업, 외국자본 유치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송도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도 "대기업 유치나 학군형성, 교통망 개선 등이 전보다 나아지긴 했으나 외자유치는 원활하지 못하다"며 "다른 요소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외자유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시행했으나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면서 "제주특별자치도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앞으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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