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금리시대에 직면한 생명보험업계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데 혈안이다. 저마다 특색 있고 차별화된 상품을 쏟아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저금리 여파로 보험료 인상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정반대 성격의 상품이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일부 생명보험사들이 기존보다 저렴한 보험료의 상품을 출시한 것. 이러한 기조는 생보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저해지환급형’ 상품 확산
ING생명에 이어 교보생명도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고객에게 돌려주는 해지환급금을 적게 주는 대신 보험료를 최대 19% 낮춘 상품을 선보였다. 지난 6일부터 교보생명이 판매하기 시작한 ‘내 마음 같은 교보CI보험’은 사망보장을 비롯해 암·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등 중대한 질병(CI)과 중증치매 등 장기간병(LTC) 상태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CI나 LTC로 진단받으면 가입금액의 80%를 먼저 치료비로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해지환급금 적립방식을 바꿔 기존 CI보험보다 보험료를 7~19% 내렸다는 점이다. 기존 CI보험의 경우 해지환급금을 미리 확정된 예정이율로 쌓아 최저보증하지만 이 상품은 해지환급금을 예정이율이 아닌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공시이율을 적용해 적립한다.
예정이율은 통상 공시이율보다 높은 편이다. 따라서 납입기간이 10년 이상인 보장성보험의 보험료 적립금 적립기준을 공시이율로 적용하면 예정이율로 적용한 기존상품보다 해지환급금이 적어진다. 물론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
교보생명 측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보장혜택을 받으려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상품”이라며 “저금리시대에 맞게 가격대비 가치가 큰 상품이 보장성보험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보생명 내 마음 같은 교보CI보험./사진제공=교보생명
삼성생명도 이 상품과 비슷한 구조의 보장성보험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생명이 출시할 ‘통합유니버셜프라임종신보험’ 역시 해지환급금의 최저보증을 없애 보험료를 최대 15%까지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두 상품의 경우 ING생명의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과 비슷하면서도 ‘보험료를 줄이는 방식’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교보·삼성생명의 보장성보험은 적립금 기준을 ‘공시이율’로 적용해 보험료 부담을 덜어낸 반면 ING생명의 상품은 자사가 도입한 예정해지율을 보험료 산정에 반영해 가격을 낮춘 구조다.
ING생명 용감한오렌지종신보험./사진제공=ING생명
ING생명은 지난 7월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을 내놔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영업현장에서도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동일한 보험료로 더 큰 보장을 받기 원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 게 주효했다. 이 상품은 기존 종신보험이 예정이율, 예정위험률, 예정사업비 3가지를 고려해 상품을 개발하는 것과 달리 ‘예정해지율’ 개념을 추가로 도입했다.
4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출해 납입기간 중 해지한 고객에게는 해지환급금을 적게 지급하지만 중도해지 없이 계약을 유지하는 고객에게는 최대 25%까지 저렴한 보험료로 사망을 보장해준다.
◆역마진 리스크 방어전략
이처럼 생보사들이 저해지환급형 상품을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속적인 저금리로 인해 예정이율이 떨어지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장성상품 판매를 강화해 금리 역마진 리스크를 방어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저해지환급형 상품은 보험료 인하 효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것과 동시에 보험사의 부담을 덜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매력적이다. 생보업계가 저해지환급형 상품에 주목하는 이유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고객들은 대부분 저렴한 상품을 찾는다”며 “이런 고객의 구매력을 고려하면서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이 국내 보험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생보업계에서는 해지환급금을 낮춰 보험료를 줄이고 보장기능에 역점을 둔 가성비 높은 상품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에서는 저해지환금형 상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처음에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겠지만 낮은 해지환급금으로 민원 발생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당신의 보험금을 의심하라>를 집필한 윤용찬씨는 “계약자가 납입기간(20년~30년) 내에 해지할 경우 크게 손실을 보는 구조”라며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만 부각할 게 아니라 해지환급금이 적어 중도해지 시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객에게 반드시 인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종신보험 가입자 10명 중 7명은 상품에 가입한 지 10년도 안돼 보험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개 생보사가 지난 2005년 8월에 맺은 종신보험 신계약 중 74%가 해지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지환급금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못하다면 불완전판매 민원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보험사 측에서 저해지환급형 상품을 판매할 때 해지환급금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전달해야 하고 소비자 역시 가입 전 해당 상품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지,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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