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사태로 불꺼진 지방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머니투데이DB
올 들어 8개월 연속 작년보다 증가했던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이 지난달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최근 주택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새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 공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전국 주택 거래량이 8만6152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8만6689건)보다 0.6% 줄었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비수기로 분류되는 지난 8월(9만4110건)과 비교해서도 8.5% 감소했다.
특히 거래 공백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최근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대구와 부산 지역이 꼽히고 있다. 이는 이들 지역 아파트 분양권의 실제 거래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실수요자보다 투자수요가 더 많이 몰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 분양열기 뜨거운 대구·부산 공급과잉 우려
실제로 분양시장 열기가 지방에서 가장 뜨거웠던 대구는 2008년 2만 가구를 웃돌던 입주 물량이 2012년에는 3000가구에 못 미칠 정도로 급감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 결과다. 그 덕분에 새 아파트 수요가 늘면서 2013년 이후 공급이 크게 늘었고, 분양시장도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내년에는 입주 아파트가 2만7000여가구에 달해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7000여가구가 입주하는 부산도 내년부터 1만가구를 웃도는 아파트가 집들이를 시작한다.
정부부처 이전과 함께 새 아파트 공급이 쏟아진 세종시 역시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3.3㎡당 평균 755만원이던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3분기에 749만원으로 내렸다. 같은 기간 3.3㎡당 평균 432만원이던 전셋값도 422만원으로 하락했다. 최근 3년간 입주 물량이 2만2000여가구인 세종시의 향후 3년간 입주 물량은 3만8012가구에 달한다.
세종시로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인근 대전과 충남·충북 주요 도시도 공급과잉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광역시 중 가장 높은 80%에 가까운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탓에 매매전환 수요가 몰리면서 분양시장 호황을 누린 광주도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선수촌으로 사용된 화정동 유니버시아드 힐스테이트(3726가구)를 시작으로 내년에만 1만817가구 아파트가 입주에 들어간다. 올해의 두 배를 넘는 물량이다.
◆ 미분양 무덤이던 용인·송도에 쏟아지는 물량
그런가 하면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용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였던 지난 2007년과 2008년 한 해 1만 3000가구 규모의 분양 물량이 쏟아지다가 미분양 발생 우려가 커지자 불과 4년 만에 분양 아파트의 씨가 말라버린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올 한 해 동안 용인에서 공급 예정인 새 아파트는 모두 2만 5818가구에 이른다. 용인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돌아서고 분양시장에도 청약자 발길이 이어지자 건설사들이 2001년 이후 최대 물량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쏟아지는 분양 물량에 대한 시장의 부담은 크다. 용인은 한때 중산층 주거지로 주목받으며 2006년 ‘버블세븐’ 지역(집값에 거품이 많이 낀 7곳)에 올랐다. 이후 경기가 주저앉자 불 꺼진 아파트(준공 후 미분양)가 속출하고 빚 내 집 샀다가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 밀집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인천 송도국제도시도 마찬가지다. 송도국제도시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1월 773곳이었던 것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송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지난 7월 송도 최대단지 아파트인 2848가구 규모 센트럴시티(RM2블록)가 공급에 들어가면서 일시적인 공급 과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대규모 분양 물량이 나올 예정이라는 점에서 하반기 분양 성적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송도 6·8공구 A11블록에서 800여가구, 송도 국제업무지구 내에서 1000가구 이상이 올해 공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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