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선은 국내 증시의 썰물 지점이다. 수년째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7일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발표로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선 후 국내주식형펀드 환매증후군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2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1조2000여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G2(미국·중국)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빠져나간 돈이 흘러들어간 곳은 어디일까. 여전히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복병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서둘러 안전지대로 이동한 자금의 흐름에 투자의 팁(TIP)이 숨어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예금금리+α’… 채권혼합형펀드 유입세


최근 펀드시장의 부침에 상관없이 수탁고가 꾸준히 쑥쑥 올라간 펀드는 채권혼합형펀드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혼합형펀드에는 최근 1개월간 247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기간을 더 넓혀보면 최근 3개월간 1조6377억원, 6개월간 4조2228억원이 꾸준히 유입됐다. 연초 이후로는 5조8585억원의 뭉칫돈이 흘러들어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에서 4조797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를 이룬다.


채권혼합형펀드는 주식비중을 50% 미만으로 담고 나머지는 우량 국공채 등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펀드 하나로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해 주식형펀드보다 안정성이 높고 채권형펀드의 수익성을 보완할 수 있다.


연초 이후 자금이 대거 몰린 주요 채권혼합형펀드로는 ‘KB가치배당40펀드’(1조3445억원), ‘KB퇴직연금배당40펀드’(7832억원), ‘메리츠코리아펀드’(6312억원), ‘KB밸류포커스30펀드’(3602억원), ‘하이실적포커스30펀드’(3062억원) 등이 있다.



이들 펀드는 최근 1개월 유입세도 주도하는 양상이다. ‘KB가치배당40펀드’(662억원), ‘KB퇴직연금배당40펀드’(345억원), ‘하이실적포커스30펀드’(23억원) 등에 자금이 집중됐다.


이 채권혼합형펀드의 성과를 보면 연초 이후 평균 3.37%로 ‘예금금리+α’ 수준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자금이 집중된 대표펀드인 ‘메리츠코리아펀드C’는 연초 이후 6.65%, ‘KB밸류포커스30펀드C-F’는 5.89%, ‘KB가치배당40펀드’는 5.65% 등을 기록하며 웬만한 주식형펀드 못잖은 성과를 자랑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위험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제한된 위험 안에서 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채권혼합형펀드로 관심을 돌리는 추세”라며 “특히 퇴직연금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초보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투자키워드 ‘경기부양’… 日·中·유럽펀드 ‘후끈’


해외주식형펀드는 일본·중국(본토)·유럽 등 3국시대다. 연초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해외주식형펀드에는 3조7209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자된 지역은 중국(1조4095억원)으로 유럽펀드(1조4016억원) 유입액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다음으로 일본펀드에 8279억원이 몰렸다.


펀드별로 최근 1개월간 자금유입 상황을 살펴보면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펀드(H)’(512억원), ‘삼성누버거버먼차이나펀드H’(190억원), ‘삼성CHINA본토포커스펀드 1’(130억원), ‘슈로더유로증권자투자신탁A’(129억원) ‘프랭클린재팬펀드’(109억원) 등 3국 펀드가 흥행을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3국의 흥행비결로 양적완화 기대감을 꼽는다. 유동완 NH투자증권 포트폴리오솔루션부 연구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자금들도 추가적인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유럽과 일본지역으로 계속 흐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9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0.2% 감소하며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앞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오는 12월 추가 양적완화를 예고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팀장은 “앞으로 자산관리의 방향은 특정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펼치는 것인데 신흥국보다는 리스크가 적은 선진국에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며 “다만 일본과 유럽은 똑같은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갖고 있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추가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지역이다. 다만 수익률 및 유출입 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국지역에 대한 투자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 중국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지난달 28일 기준 최근 1개월 수익률은 9.98%로 쏠쏠하지만 최근 3개월은 -16.54%, 최근 6개월은 -19.95%로 크게 요동쳤다. 반면 유럽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9.38%로 중국펀드와 비슷하면서 3개월은 -5.69%, 6개월은 -5.08%로 중국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렁거림이 적다.


김후정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중국 투자전망이 밝은 편이지만 여전히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어 당분간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유동완 연구원 또한 “지난 8월 말 3000선을 밑돌았던 상하이종합지수가 10월 중순 들어 3400선으로 급등했고 최근 기준금리까지 인하되며 단기 고수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며 “다만 중국펀드는 자금 유출입의 부침이 매우 심해 장기적인 유입세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