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가진 '국민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배달비를 포함한 치킨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하면서 "치킨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치킨값 상승률은 물가보다 낮고 원가 부담은 외식업 평균의 두배에 달한다. '국민 외식 메뉴'라는 치킨의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 상승률은 15.52%다. 같은 기간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16.27%)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외식물가 평균 상승률(24.56%)과 비교하면 9%포인트(p) 이상 떨어진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 흐름에 비해 가격 인상이 억제됐던 셈이다.

현재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인기 메뉴의 평균 판매가는 2만3000원이다. 최근 이중가격제가 도입되면서 일부 지점은 매장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매장에서 주문하면 2만3000원인데 배달 주문 시 2만5000원으로 자체 인상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배달비 2500~5000원이 더해지면 소비자가 결제해야 하는 금액은 3만원에 달한다.


비슷한 가격대의 외식 메뉴로는 파스타가 있다. 전문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면과 마늘, 오일만으로 만드는 기본 메뉴 알리오올리오의 가격은 2만~2만4000원이다. 조개 등 해산물이나 미트볼, 소고기 등 다른 재료들이 들어간 메뉴의 가격은 2만8000원에서 3만원정도다. 치킨은 2인 이상이 공유하는 음식이고 파스타는 1인 메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가 차이는 더 크다.

억울한 치킨 가격?… "일상과 밀접해 가격인상 저항 커"

치킨과 파스타의 주요 재료 원가율은 세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그래픽=고현솔 기자


치킨은 파스타보다 최종 가격에서 주요 재료의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치킨의 주재료는 육계와 양념, 기름이고 파스타는 파스타면과 오일·토마토 등 소스, 마늘과 같은 부재료로 만들어 재룟값이 다르다.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의 원가율은 50% 이상으로 통상적인 외식업 원가율(30%)을 웃돈다. 2만원대 파스타의 원가율은 15~20%에 불과하다. 사실상 세 배에 가까운 차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다른 메뉴보다 치킨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심리 구조' 때문이라고 말한다. 파스타 가격은 도심 핵심 상권의 임대료, 인테리어 등이 반영돼 식사가 아닌 '경험·여가 비용'으로 정당화된다. 반면 치킨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먹는 공유형 음식으로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커지는 이유다.


치킨이 가진 '국민음식'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하나의 물가 지표처럼 활용된 것도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치킨은 비교적 자주 접하는 음식이라 가격이 오르면 업체가 국민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한다고 느끼고 양식 메뉴인 파스타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허경옥 성신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머릿속에서 오랜 기간 관습적으로 굳어진 생각 중 하나가 '닭고기는 필수 음식'이라는 것"이라며 "미디어에서도 외식 물가의 대표적인 지표로 언급하다보니 (가격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스타는 젊은 층이 특별한 날 소비하는 메뉴지만 치킨은 남녀노소 대다수의 국민이 일상 속에서 즐기는 음식"이라며 "주변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라 가격 인상에 대한 반응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