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배우 맷 데이먼 분)는 생존을 위해 화성에서 농사를 짓게 된다. 척박한 화성의 토양이지만 인간의 배설물을 양분으로 삼아 감자 재배에 성공했다. 과연 영화처럼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일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토양 미생물학자인 마리 스톰버거 박사는 화성의 흙에 배설물을 섞는 방법으로는 지구의 토양을 완전히 재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배설물 속의 미생물이 화성의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화성의 흙은 지구의 토양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화성에 있는 것은 고운 모래 같은 입자로 여기에는 유기물이나 수분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필수 영양소와 미생물이 아예 없거나 부족하다. 따라서 영화에서와 같은 방법을 써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화성에서의 식물 재배가 전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내릴 수는 없다. 미국항공우주국(이하 NASA)은 물론 여러 연구 기관들은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할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를 떠나 우주로 정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우주정거장(이하 ISS)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우주비행사들이 상추를 길러 먹는데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화성 탐사 우주비행사들은 더 높은 칼로리의 식품 섭취를 필요로 한다.

미 애리조나대 과학자들은 최근 이미 화성의 황량한 기후환경에서도 고구마, 딸기, 토마토를 길러 먹을 수 있는 수경재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화성에서의 식물 재배가 머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우주에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을까?

지난 8월 10일 ISS에서는 농작물 재배 시설인 '베지(Veggie·식물의 줄임말)'에서 키운 레드 로메인 상추를 우주인 세 명이 맛나게 먹는 장면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로마인들이 먹었다 해서 '로메인'이라 불리는 이 상추는 시저 샐러드에 들어간다. 지난해 5월부터 '베그(Veg)-01'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NASA가 1년여 만에 맺은 결실이다. 우주인에게 부족한 철분을 녹황색 채소에서 보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소한 중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식물 재배는 별로 어렵지 않다. 물론 해로운 자외선을 비롯한 방사선 때문에 햇빛으로 재배하는 대신 인공광 식물 재배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키우는 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화성에서도 문제없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산이다. ISS에서는 지구 자기장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과 우주의 다른 곳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방사선은 지구의 자기장과 두꺼운 대기에 의해 상당 부분 차단된다. 따라서 이것만으로는 우주 공간에서 식물 재배가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하긴 이르다.


영화 '마션' 스틸컷. /자료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황량한 달과 화성에서도 고구마와 토마토 먹을 수 있다?
NASA의 지원을 받고 있는 미 애리조나대 연구팀의 온실 안에서는 고구마와 딸기가 먹음직스럽게 열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이 언젠가는 달이나 화성 탐사대에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달과 화성에서의 농작물 재배를 위해 거대한 알루미늄통에 플라스틱을 덮은 원통형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온실은 환경제어방식의 농작물재배 센터라는 의미인 CEAC(Controlled Environment Agriculture Centre)로 불린다. 과학자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수경재배로 농작물을 기르는데 성공했다. 수경재배는 흙 대신 수용성 영양분과 물만 사용해 농작물을 기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온실시스템을 이용한 결과 노지에서 기르는 농작물보다 10배나 많은 수확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연구진은 마션 영화와 소설속에 등장한 것처럼 화성에서 1000일을 보내는 것도 결코 상상속의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영화에서 와트니는 자신의 배설물을 사용해 감자를 기르는 것으로 나와있지만 수경재배의 온실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컴퓨터를 사용해 온실의 최적의 기온, 습도, 물, 빛, 영양분을 유지하는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을까?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마스 원 계획에서도 화성 식물 재배 테스트가 제안된 적이 있다. 시드(seed)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 계획은 이들의 첫 화성 착륙선에 있는 2㎏에 불과한 작은 모듈 속에서 식물 재배를 실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술력과 자금이 부족한 상태라서 오는 2018년으로 계획했던 이 테스트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화성에서도 지구 생명체가 견딜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고 대형 모듈을 보낼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이 확보되면 궁극적으로는 식물 재배 모듈을 화성에 보내는 것이 NASA의 장기적 계획이다. 이 모듈은 인공광으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으며 외부와는 잘 격리되어 강한 방사선과 낮은 기온에서 식물을 보호할 수 있다. 물론 수경재배이기 때문에 화성의 흙에서도 식물이 잘 자랄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 수준까지 발전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모듈을 화성에 보내는 시기는 아마도 화성의 유인기지를 건설할 수 있을 정도의 미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