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롯데의 대형 M&A에 이어 또 하나의 ‘빅딜’이 공개됐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SK텔레콤과 CJ그룹 간 전략적 제휴가 드러난 것. 통신과 방송의 빅딜에 경쟁사는 펄쩍 뛰었고 시장에서는 주판알을 튕기느라 분주했다. 합병승인은 내년 초. 그해 4월로 예정된 인수 및 합병의 최종완료까지는 아직 반년이 남았다. 빅딜이 지나간 자리, 이해관계자들의 우려와 기대를 조명했다.

◆전략적 빅딜, SKT '강화'·CJ '안정'


“최태원 회장의 작품이다.” 지난 2일 SK텔레콤은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의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또한 CJ그룹과의 전략적 제휴·협력을 위해 CJ의 15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의 지분을 취득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된 시나리오’라는 반응과 함께 '최태원의 복안'이라는 뒷말이 쏟아졌다. 두 회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최 회장의 출소 전후에 맞춰 전략적 제휴의 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케이블 1위이자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품에 안고 무선과 유선플랫폼뿐 아니라 방송부문에 이르는 통합적인 통신·미디어플랫폼을 구축해 미디어 공룡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CJ그룹 역시 성장이 정체된 케이블방송사업인 CJ헬로비전을 넘기는 대신 자회사의 미디어콘텐츠를 안정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해 ‘콘텐츠 생산’과 'K컬처'(한류)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인수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내년 4월1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지분 30%를 5000억원에 우선 인수하고 이후 5년 내 콜옵션을 추가로 행사해 잔여 지분 23.9%를 약 4000억여원에 인수한다. 총 인수비용은 약 1조여원.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지분 인수와 함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합병법인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분율은 75.3%, CJ오쇼핑의 지분율은 8.4%다.

/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합병계획대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포함)의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은 기존 12%에서 CJ헬로비전의 15%를 더해 27%로 늘어난다. 이는 1위사업자인 KT의 점유율 30%와 불과 3%포인트에 그치는 격차다. 즉 유료방송시장은 현재의 KT 독주체제에서 KT와 SK텔레콤 양강체제로 재편돼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증가에 따라 매출도 불어날 전망이다. KDB대우증권 추정치에 따르면 내년 2분기 SK텔레콤의 매출액은 인수를 하지 않았을 때 17조원 초중반대로 예상된다. 반면 인수 시 매출액은 18조원을 훌쩍 넘어서 2017년 19조원에 육박한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사업의 둔화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던 SK텔레콤의 실적이 인수 후에는 미디어에서 돌파구를 찾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CJ헬로비전 역시 합병효과가 기대된다. 인수 발표 당시 올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의 규모의 경제 실현과 SK텔레콤과의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내년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하루아침에 주인이 바뀔 것이란 소식을 들은 CJ헬로비전은 고용불안이 남아있는 상황.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이사는 지난 2일 사내방송을 통해 “합병 후 전직원의 고용 승계를 3년간 보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그룹 간 의사결정으로 직원들이 이를 미리 알지 못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며 “하지만 우량회사라는 자부심이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병 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의 시선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런 시선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아직 최종 인수 작업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지켜봐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무선→유선→방송 장악” 비판
SK텔레콤의 몸집 불리기가 위기로 다가오는 곳도 있다. 경쟁사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독점을 우려하며 인수 확정 시 시장의 공정경쟁을 훼손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양사는 SK텔레콤의 지배력이 무선에서 유선시장으로 꾸준히 전이돼 온 점을 지적했다. 앞서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통신사업에 진출한 후 신세기통신을 인수해 무선 지배력을 확보한 데 이어 하나로통신 인수로 유선으로도 사업을 확대했다는 것. 여기에 이번 CJ헬로비전 인수까지 확정되면 방송까지 장악하게 돼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알뜰폰’ 정책도 이번 인수로 인해 혼돈에 빠지게 됐다는 평가다.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인수 후) SK텔레콤의 알뜰폰 가입자는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게 된다”며 “결국 이동통신의 시장지배력이 알뜰폰시장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동통신사 간 점유율 싸움을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기 때문에 안정화시점에 들어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다시 흔들리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합병을 위한 몇가지 절차가 남아있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인해 시장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합병을 불허할 수 있다. 또 합병은 승인해도 별도의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경쟁 차원을 넘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정부 인가가)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합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해 합병승인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내년 초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주주총회에서 합병승인을 받아 합병이 완료되면 상장법인인 CJ헬로비전에 SK브로드밴드를 통합해 우회 상장할 계획이다. 이 과정이 순탄하게 끝나면 인수 및 합병의 마무리단계는 내년 4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