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오전 사이버사찰 긴급행동 회원들이 이용자의 정보인권 우선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진석 기자
◆카카오 vs 검찰, '이례적' 공방
“피고인(이 전 대표)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기소된 것과 관련해 “법인은 범죄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법인의 대표자를 통한 행위에 대해서는 대표자가 처벌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와 법인을 상정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해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는 아청법의 벌칙규정 체계 등을 고려했다”고 지난 10일 설명했다.
검찰이 설명 자료까지 내가며 기소이유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지난 4일 카카오가 “기업이 직접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이용자 사생활 보호를 침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직 대표이사 개인을 기소한 것은 이례적인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공식입장을 낸 것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의도하지 않은 양측 간 대치상황에서 가장 불편했을 이는 이 전 대표. 그는 검찰의 입장발표가 나온 날(10일)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사무실을 찾아 임직원에게 작별인사를 전하고 사측에 사의를 표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가 카카오로 향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용퇴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 카카오를 떠났지만 수사결과에 따라 카카오의 사생활 보호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문제가 된 SNS ‘카카오그룹’의 경우 네이버의 ‘밴드’와 달리 상시적 신고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카카오그룹은 지난해 7~8월 2달여 동안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신고가 1건인데 반해 개별게시물에서 상단 탭을 클릭하면 바로 신고가 가능한 네이버밴드는 7월 하루 평균 224건, 8월 183건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와 관련업계에서는 ▲현재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해 기업이 취해야 할 사전적 기술 조치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 ▲폐쇄형서비스의 경우 금칙어 설정과 이용자 신고 외에 기업의 직접 모니터링은 이용자 사생활 보호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검찰 측이 책임 범위를 과도하게 확장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카카오 측은 법원에서 최종판단이 나올 때까지 이 전 대표의 무죄입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법적 대응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국내 220여개 IT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 전 카카오 대표의 기소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기소는 카카오라는 개별회사의 문제가 아닌 국내 모든 인터넷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어 협회는 “인터넷기업을 대표해 사법기관과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간절히 요망한다”고 덧붙였다.
◆신사업 계속, 시장지배력 남용 논란도
카카오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신사업(서비스)을 노출시킨 것이 경쟁을 제한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 지난 12일 관련업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의 신사업에 대한 불공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가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며 “특히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해 사업을 확대한 것이 문제는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침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에도 확인됐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메신저 점유율 측면에서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며 “다양한 방면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엄중조치 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카카오는 올해에만 콜택시앱서비스(카카오택시), 고급택시서비스(블랙), 농산물 유통플랫폼(카카오파머) 등 신사업인 O2O서비스를 출시하며 이용자의 수요를 충족하는 '온디맨드'(On-Demand)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블랙. /사진제공=카카오
카카오파머. /사진제공=카카오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 최세훈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는 “교통·홈서비스·배달 영역의 O2O 신규서비스를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 1~2년간 분기마다 새로운 O2O 서비스를 1~2개씩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사 결과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될 시 신규서비스에도 직격타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돼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의 검찰 수사와 김범수 의장에 대한 도박 의혹, 지난 6월의 세무조사 등을 들어 정권의 포털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의 기소 건과 관련해 “무차별적 개인사찰에 협조하지 않은 것에 대한 표적수사, 보복수사 아니겠나”며 “누가 봐도 포털을 향해 앞으로 정권에 협조하라는 경고형 기획수사”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임지훈 신임 대표는 지난달 27일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정부와) 사이가 나쁘지 않고 대립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지만 정부기관의 잇따른 수사 소식에 주식투자자 중에서도 카카오 매수를 망설이는 이들이 적잖다.
정권과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현 상황에서 카카오가 국면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불안요소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신사업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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