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마추픽추,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부산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집단주거형태, 미로 골목길, 파스텔톤의 색채, 다양한 예술작품 등으로 지난해 국내외관광객 120만명을 끌어들인 관광명소다.
감천문화마을은 관광명소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주민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한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의 대표사례로도 꼽힌다. 공식법인명은 (사)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
지난해 12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이곳은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취약계층에 마을기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동시에 수익을 지역주민들에 나눠준다. 사회적기업진흥원 관계자는 “현재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 중 감천문화마을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추천했다.
33년 동안 이 마을에 거주하면서 22년간 자원봉사활동을 해온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전순선 부회장(60·여). 그는 “감천문화마을은 특이한 구조의 아름다운 경관이 일품이지만 사회적기업의 ‘롤모델’로도 자리 잡아가는 마을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 낙후된 달동네서 사회적기업으로
과거 1950년대 태극도 신도들과 6.25 전쟁 피난민들이 집단촌을 이루면서 형성된 감천문화마을은 6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의 낙후된 달동네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지자체와 지역예술가, 주민들이 담장이나 건물 벽에 벽화 등을 그리는 마을미술 프로젝트와 2010년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면서 문화마을로 변모했다.
마을의 주민들은 마을공동체인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를 결성, 마을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입히며 창조적 재생마을로 변화시켰다. 몇몇 주민들의 모임에서 시작했던 주민협의회는 지난 2012년 120명으로 늘어났다.
지자체와 주민, 예술가들은 방치된 빈집을 민박집, 전망대 등으로 활용했고 마을주민들은 아트숍, 감내카페, 입주작가공방 등을 만들며 일자리를 창출했다. 가게의 운영은 주민이 직접 맡았다.
아트숍에서는 마을주민들이 직접 만든 스카프, 손수건, 도자기, 금속제품 및 비누양초 등의 물건을 판매하고 감내카페에서는 커피, 쥬스, 전통차, 쿠키 등을 판매한다. 지역의 예술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꾸민 입주작가공방에선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판매된다. 또 ‘노인일자리사업단’ 소속 20명이 창작공예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으며 20명 이상이 시설물이나 주자창 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재 8개의 마을기업을 포함해 여러 일자리사업이 운영 중입니다. 일하는 사람은 마을주민으로 구성됐죠. 전체 인력의 약 70%가 고령자 또는 취약계층에 속해 있습니다.”
전 부회장에 따르면 현재 마을 전체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연간 10억원이나 된다. 마을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의 노인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마을은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마을기금으로 환원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에도 공헌한다.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은 수익금의 일정금액 이상을 지역사회에 다시 환원해야 합니다. 우리 마을은 근처 학교의 졸업생들에게 문화상품권을 지원하거나 마을의 경로당에 운영지원금을 전달해요. 연말에는 김장비용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특히 감천문화마을은 수익금의 상당수를 저소득층 독거노인이 거주하는 집 수리에 사용한다.
“마을에 오래되고 낡은 집이 많아 수리가 필요한 곳도 많아요. 지역주민과 봉사자들로 꾸려진 14명의 인력이 집 수리를 도맡아 하고 있어요. 도배하거나 장판을 새로 깔고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죠. 집 수리업무는 사회적기업인 감내문화마을의 가장 핵심적인 업무예요.”
관광지 외에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덕분에 감천문화마을은 최근 행정자치부가 선정한 ‘도시형 공동체’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관한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 인증도 받았다. 또 국내뿐 아니라 미국 CNN, 프랑스 르몽드지, 중동의 알자지라방송 등 해외 유수의 언론과 방송을 통해 여러번 소개되기도 했다.
◆ 마을의 가장 큰 가치 ‘공생’
다른 유형에 비해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은 성공보다 실패확률이 더 높다. 힘든 인증절차를 통과하고도 이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사회적기업으로서의 기능을 포기한 기업도 적지 않다.
전순선 부회장은 이 같은 현실이 기업 설립자의 목표의식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설립자가 사회적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다 보니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는 것.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실패하는 경우의 대부분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사회공헌형기업은 철저히 봉사의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감천문화마을의 성공 요인으로는 ‘공생’이 꼽힌다. 이 마을의 기본경영원칙은 주민협의회 소속 운영회원 18명이 중심이 돼 세우는데 주민들이 뭉쳐 사업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한다. 마을의 예산·행정, 필요한 지역사회의 지원 등을 주민이 서로 머리를 맞대 협의한 것이 오늘의 성공을 이끈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