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베토벤의 9개 교향곡 중 합창과 독창자를 동원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리 자주 연주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연말이 가까워오면 합창의 연주 빈도가 증가한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이 헨델의 '메시아'와 더불어 송년음악회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것은 언제부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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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합창'은 어떤 곡?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음악사에서 독창자의 합창을 동반하는 최초의 교향곡이다. '신의 언어를 창조하는 천재 작곡가'로 불리는 베토벤이지만 시작은 매우 미약했다. 베토벤 시대에는 작곡가가 직접 음악회를 기획해 자기 작품을 연주하기도 했는데, 1824년 5월 27일 빈케른토너 극장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초연할 때가 그랬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음악사에서 독창자의 합창을 동반하는 최초의 교향곡이다. '신의 언어를 창조하는 천재 작곡가'로 불리는 베토벤이지만 시작은 매우 미약했다. 베토벤 시대에는 작곡가가 직접 음악회를 기획해 자기 작품을 연주하기도 했는데, 1824년 5월 27일 빈케른토너 극장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초연할 때가 그랬다.
합창 교향곡과 관련된 일화 중, 베토벤은 작곡뿐만 아니라 기획과 지휘까지 맡으려고 했으나 청력 상실로 인해 독일 궁정 오페라단 오케스트라의 악장 미하엘 움라우프에게 대신 맡기고 자신은 총감독으로서 무대 위에 올라 각 악장의 빠르기만 알려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이곡에 대한 애정이 컸다.
25년 동안의 산고 끝에 완성된 이 곡을 가리켜 작곡가 리스트는 음악의 거대한 피라미드 또는 판테온이라고 극찬했다. 특히 레닌과 엥겔스는 베토벤의 합창을 즐겨 들었다. 로맹 롤랑은 합창이 "인류애와 사해동포주의, 이성과 환희로 건설된 이 땅 위에 선포한 천국 복음"이라고 말했다.
합창 교향곡 4악장은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편곡을 거쳐 1985년 유럽연합의 공식 국가로 채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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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이 송년음악회 대표 곡으로 자리잡은 이유
합창이 송년음악회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은 것은 이 곡에 담긴 자선과 박애 정신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는 가사가 이를 잘 설명한다. 1837년 이그나츠 모셸레스의 지휘로 런던 드러리 레인 극장에서 열린 자선 음악회에서 연주된 이 곡은 '전 인류의 할렐루야'라는 별명을 얻었다.
바그너는 1846년 4월 5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단원 유가족을 돕기 위한 자선 음악회에서 이곡을 지휘했다. 그는 서양음악이 폭풍우에 모두 사라지더라도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46년 뉴욕 필하모닉이 이 곡을 미국 초연한 것도 음악당 건립을 위한 자선 음악회에서였다. 2012년 정명훈 지휘의 아시아 필하모닉은 북한 어린이 돕기 위한 자선 음악회를 위해 이 곡을 골랐다.
연말 송년음악회의 효시는 1918년 12월 31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평화와 자유의 축제'다. 밤 11시에 음악회를 시작해 자정 정각에 4악장을 시작하도록 꾸몄다. 2010년 성남아트센터, 2011년 고양 아람누리도 '합창'으로 장식한 바 있다.
'독일'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각종 정치 행사에서도 자주 연주되는 합창 교향곡
합창 교향곡은 각종 정치 행사에서도 자주 연주됐다. 가장 대표적인 이벤트가 1989년 12월 23일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열린 베를린 장벽 붕괴 축하 공연이다.
합창 교향곡은 각종 정치 행사에서도 자주 연주됐다. 가장 대표적인 이벤트가 1989년 12월 23일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열린 베를린 장벽 붕괴 축하 공연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난 다음 1989년 12월 23일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러시아 등 제2차 세계대전 참전국 출신 단원으로 구성된 연합 오케스트라가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합창 교향곡을 연주했다. '환희의 찬가'는 '자유의 찬가'로 가사를 바꿔 불렀다. 12월 25일 성탄절 아침에 동베를린의 콘체르트 하우스로 무대를 옮겨 같은 곡을 연주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2개월 만인 1918년 12월 31일 '평화와 자유에 바치는 콘서트'에서 아르투르 니키시의 지휘로 합창을 연주했다. 이는 제야 음악회 최초의 교향곡 합창 공연이기도 하다.
그 후 합창 교향곡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개막식, 1937년 파리에서 열린 독일 박람회 등에서 연주됐다. 또한, 1942년 히틀러의 생일 전야제, 1946년 독일 사회주의 통일당 창당 전야제,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 축하 공연, 2005년 유네스코 창설 60주년 기념 음악회, 2010년 유럽 연합 창설 주창 60주년 기념행사 등에서 연주됐다.
한국에서는 중동 평화를 위해 다니엘 바렌 보임이 창단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2011년 8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연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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