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제로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고, 한국은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렸다. 유럽 및 일본 등의 선진국과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중간에 끼었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유로화나 일본의 엔화는 특별인출권(SDR)에 포함된 국제통화라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EU나 일본은 여전히 양적완화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
◆미국 따라 금리 인상 vs. 금리 유지 '진퇴양난'
한국은 입장이 다르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달러 엑소더스(대탈출)에 휩쓸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튼튼했던 1997~1998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던 것도 달러 부족 때문이었다.
이를 피하고자 미국을 좇아 금리를 따라 올려도 문제다. 정부와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하루 전날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금리를 올리면 그나마 살아나던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크다.
또한, 한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원화 가치를 끌어올려(원화 평가절상) 한국수출 기업에도 부담을 준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한은이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당장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는 1%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은 내년 3~4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현재 정책금리를 유지한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한·미 사이의 금리 차이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달러 엑소더스'란 무엇인가
'달러 엑소더스'란 쉽게 말해 '달러 유출'현상을 뜻한다. 이론적으로 금리가 높은 쪽으로 세계의 통화가 몰릴 수밖에 없다.
금리는 한마디로 돈의 가격인데, 일반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 가격이 존재하듯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금융시장에서도 일종의 가격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금리는 이와 같이 자금이 거래되는 금융시장에서 자금 수요자가 자금 공급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데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이자금액 또는 이자율을 뜻한다. 오늘날에는 이자율의 의미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이 금리가 인상된다는 말은 이자율이 상승함을 뜻하는데, 하물며 우리가 통장에 저축을 하더라도 이자율을 따져보고 은행을 선택하듯 세계 투자자들 역시 금리를 보고 투자금을 움직인다.
◆제2의 IMF사태? 단지 금리 차이에 따라서만 투자금 움직이지 않아
외국인 투자금이 단지 금리 차이에 따라 움직인 건 아니었다. 2005년 8월~2007년 8월은 미국 금리가 오히려 한국보다 높았다. 이때 외국인 자금은 2006년 11조2300억원, 2007년 24조5220억원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갔다.
그런데 금리가 미국보다 2~3% 높았던 2008년에는 36조1740억원으로 이탈 규모가 더 커졌다. 그러다 금리 차이가 1.75%로 줄어든 2009년에는 반대로 23조5320억원이 유입됐다.
단순 금리 차이보다는 국제 외환시장의 흐름이나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더 큰 변수가 된다. 정부와 한은이 당장 급격한 자금 이탈이 없을 거라고 자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화보유액이 3685억달러(11월 말 기준)에 달하고 올 11월까지 경상수지도 45개월째 흑자인 상황에서 현재 한·미 금리 차이가 자본 유출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외채 구조가 단기에서 장기로 변하는 등 우리 내부 여건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세계 경제의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자본유출이 벌어지면 한국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만큼 자본유출 사태가 오지 않도록 대비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미국이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두 번 올리면 한·미 간 금리 격차가 1%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러면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어 한국의 금리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달러 엑소더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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