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KDB대우증권 사옥. /사진=각 사 제공
반기 증권업계 최대어 KDB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의 품에 안겼다. 자본금 8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증권업계의 명실상부한 1위 증권사가 된 것. 미래에셋증권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24일 산업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대우증권의 지분 43%와 산은자산운용 지분 100%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경쟁사로는 한국금융지주, KB금융지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이 참여했다.

산업은행은 자산관리에 특화된 미래에셋과 정통 증권 사관학교라는 대우증권의 결합으로 초대형 증권사를 만들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함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미래에셋이 제시한 인수가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21일 본입찰 마감후 정부와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소시엄은 2조4000억원 가량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2조2000억~2조3000억원, KB금융지주는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과 합병하면 자본금 기준 증권업계 1위로 도약한다. 대우증권의 자본금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4조3967억원으로 NH투자증권에 이어 두번모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월 95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이 3조4620억원으로 불어나 업계 4위를 기록 중이다.

따라서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과 합병하면 자본금 7조8000억원대의 초대형 증권사로 거듭나게 돼 NH투자증권과 3조원이 넘는 격차가 벌어진다. 다만 합병 후 총자본은 단순합계 수준보다는 소폭 낮을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주력 사업부문이 겹치지 않아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본다. 대우증권은 전통적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 강점을 두고 투자은행(IB) 분야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반면 미래에셋은 연금과 자산관리(WM)에 특화돼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자본시장 이노베이터로 성장해온 미래에셋과 업계 최고인 대우증권의 장점을 잘 결합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투자은행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본계약 체결 및 대우증권 인수·합병까지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오는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 세전이익 1조원, 세전 자기자본수익률(ROE) 10%를 달성할 방침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이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찮다. 우선 인수가가 2조4000억원대로 알려진 상황에서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대우증권의 장부가가 1조8400억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우증권 노동조합과 인력 구조개편에 관한 협상도 진행해야 한다. 대우증권 노조 측은 미래에셋이 선정될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증권사 계열이 합병하면 겹치는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산업은행은 이날 미래에셋 측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을 통지했다. 미래에셋은 내년 1월4일까지 입찰가격의 5%를 입찰보증금으로 납부하고 1월 중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