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갤러리
◆두모악 김영갑갤러리
‘제주를 사랑한 사람’ 하면 김영갑이다. 충남에서 태어났지만 서울 생활을 했고, 제주에 빠져든 후 제주에서 살다 죽었다. 1985년 제주에 정착한 그는 밤낮없이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그의 사진을 하나하나 보고 있자면 ‘순간’보다는 ‘시간’이 느껴진다. 유난히 중산간을 사랑했던 그는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수십번을 올랐고 수일을 기다렸다. 특유의 와이드 앵글로 황량하고 쓸쓸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제주의 속살을 표현했다.
그는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다. 3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사형선고였다. 일주일을 절망했지만 곧 털고 일어나 사진 갤러리 만들기에 열중했다. 폐교였던 삼달분교를 개조해 작업실이자 갤러리로 만들었다. 바깥 정원도 선생이 투병 중 일궈놓은 야외 갤러리다. 충만한 의지 덕분이었는지 그는 6년을 더 살았고, 자신이 만들어낸 두모악 갤러리에서 잠들었다. 그리고 유해는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김영갑갤러리 카페
김영갑갤러리 유품전시실
이제 김영갑 선생은 돌아가고 당신의 흔적만 있다. 전시장은 '두모악관', '하날오름관'으로 나뉘어 있고 이곳에서 제주의 오름, 중산간, 마라도, 해녀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유품전시실'은 출입할 수 없지만 유리창으로 작업 현장을 볼 수 있다. 한쪽에는 그가 평생을 함께 해온 카메라와 작업대, 다른 한쪽 벽면에는 책이 가득한 책장도 있다. '영상실'에서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던 말년의 모습과 왕성하게 활동하던 모습, 지인들의 회상 등을 볼 수 있다. 보통 전시실에서 가장 인기 없는 파트가 ‘영상관’이기 마련인데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유난히 이곳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며 ‘제주를 사랑했던 김영갑’의 순수한 모습을 기억 속에 남긴다.
제주가 좋아 제주에 눌러 앉은 사람들은 김영갑의 후예들이다. 경치가 좋은 카페나 담장에 나 있는, 옆으로 넓고 높이가 낮은 창문들은 대부분 김영갑 선생의 작품에 영향받은 것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주의 진정성을,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넉넉한 마음입니다. 그것이면 족합니다." (김영갑)
◆신천리 바람코지 벽화마을
신천리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발걸음 뗄 때마다 뽀로로, 짱구, 스폰지밥, 미니언즈, 울라프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를 만나고 ‘해녀의 탄생’으로 다시 그려진 ‘비너스의 탄생’ 등 재미있게 응용된 모사화도 만난다. 정말 꽃을 파는지는 알 수 없는 꽃집과 때론 귀여운 일러스트로, 때론 진지한 얼굴로 그려진 다양한 해녀, 물탱크에 그려 넣은 제주섬의 모습도 재미있다. 돌담 아래 무심히 내놓은 의자 두개와 검은 담장 위에 널어놓은 알록달록 빨래들도 벽화의 일부인 듯 느껴진다. 트릭아트 앞이나 횡단보도의 캐릭터와 함께 사진 삼매경에 빠져도 보고 벽화 골목에서 잠시 벗어나 제주 바닷가 마을의 밭 사이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검고 낮은 돌담장 너머로는 무와 당근이 자란다. 한겨울에 만나는 초록이 싱그럽다.
슬렁슬렁 거닐다 보면 어느새 바닷가에 다다른다. 신천리 바다는 돌고래가 지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니 바다 끝에 앉아 보는 것은 어떤가. 운이 좋으면 고래를 만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바람 따귀’를 꽤나 맞아야 할 것이다. 제주 올레 3코스이기도 한 이 길을 따라 가면 무인카페가 있다. 이곳에서 부녀회가 준비해 놓은 커피, 차, 생수, 컵라면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다. 신천리 벽화마을을 한바퀴 도는 코스에서 절반쯤 되는 위치에 있으니 신천리 바다를 배경으로 차 한잔 마시며 다리를 쉬기 좋다.
◆성읍민속마을
제주도에도 성곽이 있나? ‘성’하면 군사시설을 떠올리는데 바다로 고립된 제주에 무슨 성곽이 필요했을까 싶다. 그러나 제주에도 행정구역 체계가 있었고 성읍이 존재했다. 조선시대에 제주도는 3개의 현으로 이뤄져 있었고, 그 중 동쪽이 정의현이었다. 이곳 성읍민속마을은 정의현의 중심지였고 지금도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중요민속자료 제188호로 성곽과 동헌, 정의향교와 이곳에 딸린 명륜당과 대성전도 있다. 일종의 민속촌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에 테마파크와는 다르다. 마을 곳곳에 ‘구경하는 집’이 있어 문이 열린 집에 들어가 구경할 수 있다. 구경이 가능한 집들은 대부분 중요민속자료로 선정돼 관람 시 조심할 필요가 있다. 마을 주민들은 여행자들에게 민간 가이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제주 전통 민가(위쪽)와 퉁시.
성곽만 보면 육지하고 별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성을 지키는 돌하르방, 낮고 검은 돌담장, 그 유명한 똥돼지 화장실 같은 것들을 차근차근 둘러보면 제주도만의 특징을 발견한다. 보통 제주 집을 말할 때 안거리, 밖거리, 고팡, 퉁시 등의 용어를 들을 수 있는데, 안거리는 안채, 밖거리는 바깥채, 고팡은 창고, 퉁시는 화장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이 중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것은 단연 퉁시다. 제주 똥돼지가 기다리고 있는 제주의 전통식 화장실 말이다. 물론 지금은 인형 돼지가 진짜 똥돼지를 대신하고 있다.
고평오집, 이영숙집, 조일훈집, 고상은집 등이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으며 옛모습이 잘 보존 된 덕에 영화 <이재수의 난>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여행 정보]
제주공항에서 김영갑갤러리 가는 법
용문로 - 월성사거리에서 ‘시청, 종합경기장’ 방면으로 우회전 - 월성로 - 오라오거리에서 ‘시청, 종합경기장’ 방면으로 좌측 9시 방향 - 서광로 - 국립박물관사거리에서 ‘표선, 봉개동’ 방면으로 우회전 - 번영로 - 성읍민속로 - 성읍리에서 ‘표선’ 방면으로 우측방향 - 성읍사거리에서 ‘성산, 미천굴관광지’ 방면으로 좌회전 - 중산간동로 - ‘삼달’ 방면으로 우측방향
[대중교통]
제주공항에서 100번 버스 승차 - 시외버스터미널 하차 - 720번 승차 - 삼달1리에서 하차 - 910번 승차 -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정류장에서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김영갑갤러리: 검색어 ‘김영갑갤러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437-5
신천리 바람코지 벽화마을: 검색어 ‘신천리 사무소’, ‘신천리 복지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리 478-7
성읍민속마을 : 검색어 ‘성읍민속마을’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정의현로 104
김영갑갤러리
문의: 064-784-9907
http://www.dumoak.co.kr
관람요금: 어른 3000원 / 청소년·제주도민·군인 2000원 / 어린이 1000원
관람시간: (겨울) 오전 9시 30분 ~ 오후 5시 (관람시간 30분 전 입장마감)
성읍민속마을
문의: 064-787-1179
● 음식
고래라면: 김영갑갤러리 근처에 위치한 라면집이다. 시원한 국물에 해물이 풍성한 해물라면과 쫄깃한 문어, 소라와 매콤하게 비벼먹는 문어라면이 인기메뉴다.
해물라면 9000원 / 문어라면 9000원 / 성게국수 9000원
064-782-6685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270-4
무인카페: 신천리 벽화마을을 돌다 보면 바닷가에 있다. 신천리 부녀회가 운영하며 모두 셀프서비스다. 사용한 컵은 씻어 놓고, 음료수 값도 스스로 치르고 가면 된다.
커피(설탕, 밀크, 블랙) 각 1000원 / 원두커피 2000원 / 유자차, 모과차 각 1000원 / 사발면 2000원
● 숙박
숨비아일랜드: ‘숨비’는 제주 해녀들이 물질을 하다가 한번씩 올라와 휘파람처럼 길게 뿜어내는 숨소리이다. 이곳에서 숙박을 하면 해녀들의 작업시간(주로 오전)에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돌고래떼를 볼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1층은 카페, 2층은 펜션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약문의: 010-8751-1273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서로 91
객실요금: 8만 ~ 19만원
성읍민속마을
제주와싱톤펜션: 깔끔하게 정리된 독채 펜션으로 제주 전통음식 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신천리 밭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는, 야자수가 솟아 오른 이국적인 작은 마을이 이질적이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준다.
예약문의: 010-2689-1512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서로50번길 22-52
객실요금: 12만 ~ 20만원
http://www.jejuwashington.com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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