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역 3번 출구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KB금융타워. 새 빌딩 특유의 위용을 뽐내며 KB금융타워는 여의도 일대 빌딩들 사이에서 우뚝 솟아 있다. 지난해 12월28일부터 KB생명 직원들은 이 건물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KB생명이 용산을 떠나 여의도에 새 둥지를 틀었다. KB생명은 강남과 강북의 연결 요충지인 여의도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여의도에는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이 모여있고 최근 새롭게픈한 KB복합점포도 근접해 있어 계열사 간 시너지 향상이 기대된다.


보험업계도 금융중심지 여의도에 입성한 KB생명이 KB금융 식구들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박효선 기자


◆여의도 근접 시너지 효과 기대
KB금융타워는 과거 유진투자증권이 사용했던 곳이다. 현재 KB생명이 2층(고객플라자)과 15~20층을 사용 중이다. 이달부터는 KB투자증권도 같은 건물에 입주한다.

이번 KB생명의 본사 이전 배경에는 KB금융의 비은행분야 보강 의지와 신용길 KB생명 사장의 영업중심전략이 맞닿아 있다. 특히 신 사장이 조직정비와 영업전략을 위해 본사 이전이 필요하다고 그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역시 흩어져 있던 계열사를 여의도에 한데 모아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옥 이전은 투자의 한부분이기도 하지만 조직을 정비해 영업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월 은행과 지주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지주 업무지를 명동에서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으로 옮겼다. 비슷한 이유로 현재 명동 본점 등에 떨어져 있는 국민은행 일부 부서도 여의도로 옮기자는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KB생명 내부에는 화색이 돈다. KB생명 관계자는 “용산사옥보다 (현재 여의도 사옥이) 접근성이 좋고 근무환경도 쾌적한 편”이라며 “KB금융지주 계열사가 근방에 있어 협의할 일이 생기면 즉시 대면회의가 가능해 의사결정 구조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존재감이 미미해 눈에 띄지 않았던 KB생명이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지난해 KB손보 이슈로 인해 KB금융 계열보험사가 거론된 데다 KB금융이 비은행부문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력히 내보임에 따라 KB생명의 존재감이 점차 부각되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KB생명으로서는 KB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어 여러가지로 유리하다”며 “만년 꼴찌였던 KB생명이 빠른 시일 내에 경쟁사를 추격할 것으로 예상돼 중소형 보험사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증권가의 시각도 낙관적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KB생명의 매출증대 가능성과 손해율의 추가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겠다”며 “과거에는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이 시급해보였지만 지난해부터 실적향상과 장기위험손해율 관리가 비교적 잘 이뤄져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KB생명은 확실한 체질개선을 보여줬다. KB생명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283.8%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4%포인트 올랐다. 실적 역시 대폭 호전됐다. KB생명의 지난해 9월 기준 당기순이익은 152억원으로 전년보다 169%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715억원으로 전년보다 473%(590억원)나 증가했다. 신계약 건수도 같은 기간 25만353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만1519만건 늘어났다. 이는 저금리 기조 덕에 인기를 끌고 있는 ‘KB골든라이프ELS변액보험’과 KB손보와의 상품 교차판매 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 사장이 내세운 영업조직 개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 모습이다. ‘영업강화’와 ‘리스크관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성공한 셈이다.


/사진=박효선 기자

◆조직역량 강화·차별화 과제
이처럼 지난해 이룬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KB생명은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여의도에 안착한 후 과연 KB생명이 KB금융의 완전한 ‘성공작’이 될 것인지에 쏠린다. 그만큼 KB생명에게 올 한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관건은 업무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다.

우선 조직역량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KB생명 내부에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른 순수 ‘KB생명맨’이라고 부를 만한 인사가 없다. 대부분 외부 수혈이나 보험통이 아닌 KB금융 출신의 인사가 포진돼 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앞으로 ‘KB생명맨’을 길러내 업무체계를 효율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나아가 규제완화로 인해 올해부터 보험시장에 무한경쟁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형사인 KB생명으로서는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부담감이 가중된다. 보험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그동안 중소형사들은 대형사와 비슷한 상품포트폴리오로 독자생존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보험업권의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따라하기 전략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사와 동등하게 경쟁하지 못하더라도 중소형사는 반드시 자사만의 색깔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생보사들의 고민거리인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 대비 준비금 확보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일각에서는 사옥 이전과정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어 더 큰 손해가 예상된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그러나 KB생명의 사옥 이전은 단순히 여의도 입성이 아닌 기업문화 구축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KB생명에겐 올해가 새로운 시대를 위한 도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