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 사이에서 도는 소주값 관련 소문요? 처음 듣는 얘깁니다. 저희는 아직 소주값 인상 계획이 없어요.”
지난해 12월 초, 롯데주류 측에 소주가격 인상과 관련해 취재를 시작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가격 인상(5.52%)으로 업계 2위인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의 가격을 언제 올리느냐가 시장의 관심사였던 시점이다.
관련 소문은 주류업자들 사이에서 발화됐다. 롯데주류 영업사원들이 “OO일부터 처음처럼 가격을 인상한다”며 도매상들에게 물건을 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한 것. 인상 전 가격으로 물건을 많이 받아 그만큼의 차익을 챙기라는 명분이 깔려 있었다.
롯데주류 측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 소주값 인상계획에 대해서도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 사이 처음처럼의 대형마트 매출은 10% 이상 증가했다. 반면 참이슬 매출은 15% 이상 감소하는 등 가격 인상 역풍을 맞아야 했다.
이후 제주 한라산소주(3.14%)와 무학(5.99%), 금복주(5.62%), 대선주조(5.0%) 등이 잇따라 소주값 인상대열에 합류했지만 그때도 롯데주류는 한발 물러나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던 롯데주류가 지난해 12월 말, 돌연 소주값 인상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4일부터 소주제품 출고가를 평균 5.54% 인상한다는 것. 참이슬의 가격 인상 후 여론이 악화되자 대외적으론 “인상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내부에선 적절한 인상시점을 조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를 들여다 보면 ‘꼼수’가 더 숨어있다. 겉으로 보기엔 5.54% 인상률로 업계 평균치에 머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부드러운 처음처럼’의 출고가는 946원에서 1006.5원으로 6.40% 인상했다. 업계 최고수준의 인상인 셈이다.
이를 두고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메인제품인 처음처럼의 인상률이 아닌 제품의 ‘평균’치
결국 이득은 롯데주류가 다 챙긴 꼴이 됐다. 참이슬 역풍으로 인한 연말 매출 반사이익과 여론악화를 극복할 시점 조율, 가장 높은 인상률 등이 그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롯데주류의 ‘잔칫집’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다. 다만 대외이미지를 챙기면서 한편에선 꼼수를 부린 롯데주류의 이중적인 모습에 미간이 찡그려질 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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