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선을 내줬다. 올 들어 8거래일 만에 50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 지난해 하반기 중국증시의 급락을 막기 위해 시행했던 대주주 주식매각제한이 해제된다는 소식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한 올해부터 시행된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 시 일시적 거래중단제도)는 오히려 증시의 낙폭을 키웠다.


중국증시가 연일 급락세를 연출하고 서킷브레이커로 개장 30분여 만에 조기 폐장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부랴부랴 대주주의 지분매각비율을 3개월 내 1%로 다시 제한했다.

중국증시의 급락은 글로벌증시뿐 아니라 중국관련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마음까지 요동치게 만들었다. 단 한주 만에 10% 넘는 손실을 기록한 펀드가 수두룩했다. HSCEI(항셍중국기업지수)가 동반하락하자 이를 기초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의 손실도 발생했다.


◆ 폭락이 두려운 중국펀드·ELS 투자자

중국펀드가 연초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설정액 10억원 이상 중국관련 펀드는 1주일간 평균 9.65% 하락했다. 중국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만 따로 집계하면 손실은 10.51%에 달한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낙폭이 고스란히 펀드손실로 반영된 셈이다. 상하이지수는 지난 4일 첫 개장일 당시 6.86%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 7일에는 개장 30분도 안돼 7%까지 폭락하며 조기 폐장하는 사태를 겪었다. 특히 중국펀드의 손실은 국내투자자에게 큰 영향으로 다가온다. 국내 설정된 전체 해외펀드 중 중국펀드의 순자산은 6조6916억원으로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이 폭락하면 해외에 투자하는 10명 중 4명은 손실을 보는 셈이다.


중국펀드 투자자들은 증시가 폭락하자 즉시 펀드 환매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중국펀드에서 64억원이 순유출됐다. 지난해 중국증시의 대폭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손실이 5~7%만 나도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곧바로 환매한 것.


중국펀드를 보유한 한 투자자는 “지난해 상하이지수가 하루 만에 8% 급락할 때 다시 오를 거라는 생각에 환매하지 않았다가 낭패를 봤다”며 “최근 중국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다시 중국투자에 나섰는데 연초부터 폭락하는 모습을 보니 곧바로 빼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중국증시의 충격은 홍콩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까지 전이됐다. 중국증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HSCEI가 상하이지수와 함께 급락세를 연출한 것. 지난 14일 기준 HSCEI는 전 거래일보다 34.86포인트(0.41%) 하락한 8459.63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말 9600선에서 무려 1200포인트가량 떨어진 셈이다.
이에 지난해 4~5월 발행된 녹인배리어(손실구간) 60%인 HSCEI 기초 ELS는 벌써 127건이나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손실 ELS 발행액 규모는 1295억원 수준으로 전체 HSCEI 기초 ELS 발행액인 24조9810억원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10여일 만에 1200포인트가 빠진 상황이 재연출된다면 녹인에 진입한 ELS는 326개로 급격하게 늘어난다.

한 증권사 PB는 “HSCEI 기초 ELS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주기 때문에 중국증시가 호황이던 지난해 상반기에도 집중적으로 판매됐다”며 “HSCEI가 14000선에서 등락할 때 ELS에 투자했다면 녹인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중국 폭락 일시적… ELS 녹인은 ‘기다려’

상하이종합지수 3000, HSCEI 8000. 심리적 지지선이다. 이들 지수가 이 밑으로 떨어지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상승할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지지선이 뚫리는 상황은 더 큰 낙폭을 보일 신호로도 읽힌다.

전문가들은 다행히 지난해 6~8월 발생한 중국증시 폭락과 비교해 원인 자체가 달라 증시 하락국면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폭락은 상반기 후강퉁 열기로 증시가 뜨거운 상황에서 당국이 금리인하와 각종 증시부양책을 내놓으며 장외신용의 버블을 만들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반면 올해 초 중국증시 폭락의 이면에는 위안화 평가절하(가치하락)가 존재한다. 최근 위안화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 금융당국은 실질실효환율과 위안화 바스켓 통화가치의 고평가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인지했고 이는 위안화를 절하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본의 이탈을 부추겨 자산가격의 급등락을 초래한다.

전종규 삼성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잠재적인 외국인 자본유출 규모는 외채기준 1조5000억달러로 최근 10년간 외국인 투자잔액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며 “단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내국인의 자본도피가 함께 발생하는 경우 내국인의 자본도피 현상은 외환규제로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증시가 1월 중순 이후 점진적인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시장 안정화 구간까지 변동성 장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으나 정책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중국정부가 지난해 12월 중국 경기지표 발표를 전후로 지급준비율 인하 등 증시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증시가 반등하면 펀드의 손실은 다시 복구되기 마련이다. 다만 ELS는 투자기간 중 한번이라도 녹인구간에 진입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중도환매를 하려고 해도 3~7%의 높은 환매수수료와 가입시점보다 지수가 하락한 부분을 제한 금액을 받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ELS가 녹인구간에 진입했다면 일단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