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5.06% 상승했다. 광역시 중 대구의 아파트 가격이 11.24%나 올라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인천(7.05%), 광주(6.53%) 등도 전국 평균을 웃도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집값 상승에는 정부의 9·1 대책과 ‘부동산 3법’(재건축 초과이익환수 3년 유예·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재건축 조합원 다주택 보유)의 국회통과가 촉진제가 됐다.
정부청사 이전 호재로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세종시만 약세를 이어가면서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했다. 그 여파로 대전도 상승률이 낮았다.
이처럼 지역에 따른 편차가 있지만 전반적인 아파트 매매가 강세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가격이 오른 아파트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올해는 부동산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 자칫 집을 구매한 후 시세상승이 끝날까 걱정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 경기가 불투명한 데다 금리와 세제의 변화가 부동산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수도권은 2월1일, 비수도권은 5월2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거치기간 없이 원금과 이자를 함께 분할상환해야 한다. 또 대출 후 모든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까지 고려한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평가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매매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지방에서는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신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6년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주택가격상승률은 4.0%로 예상된다. 지난해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올해에도 주택시장의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끝나는 7월쯤을 주택시장 최대변곡점으로 꼽고 올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이 3.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와 기관에 따라 주택시장의 전망이 다양하다. 따라서 주택을 구입하려면 전반적인 시세전망에 앞서 어떤 곳에서, 어떤 유형의 주택을, 어떤 조건에 살 것인지 비교·검토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 거주할지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아무리 땅값과 주택가격이 싸다 해도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선 주거하기 힘들다. 필자의 가까운 지인은 중국 상하이의 외국인회사에 다니는데 직장 근처의 임대료가 워낙 높아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에서 살다가 최근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했다. 지하철을 두번 갈아타며 출퇴근하는 것이 힘들어 높은 임대료 부담에도 주거지를 옮긴 것이다.
◆英, 무서운 월세… 비행기로 출퇴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살면서 금융기관에 다니는 필자의 한 지인도 월급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한다. 런던에서도 월급의 대부분을 집세에 쏟아붓는 직장인이 많다. 지난해 8월 미국 CNN과 영국 인디펜던트는 바다 건너 1500㎞ 거리를 비행기로 출퇴근하는 사람의 사연을 소개한 바 있다. 런던의 소셜미디어회사에 다니는 샘 쿠크니가 런던의 살인적인 집세를 견디기 힘들어 찾아낸 방법이다.
런던의 경우 방 2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2137파운드(한화 368만원)에 달하는데 바르셀로나에서는 이의 30%도 안되는 600파운드(108만원)임을 알고 주거지를 옮긴 것.
일주일에 4일은 바르셀로나공항에서 비행기로 출발한다. 런던 직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9시30분. 저가항공사의 왕복 할인티켓을 34파운드에 구입하고 가을에는 더 저렴한 표를 미리 예약한다. 그 결과 런던에서 주거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고 주말에는 아름다운 도시 바르셀로나를 즐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대도시의 시내는 주거수요가 많아도 주택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오를 수밖에 없다. 주거지는 보통 직장과 연계해 정하므로 대도시 시내가 일터인 경우라면 주택가격 조정기가 왔을 때 길게 내다보고 매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일자리가 가장 많은 지역인 강남 집값이 금융위기 이후 크게 하락했을 때 그 지역은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많았지만 근래 들어 회복세를 나타냈다.
주거지로서 인기가 높지 않았던 동네에 자신의 직장을 포함해 기업체가 많이 들어온다면 현재의 인기도로 판단하지 말고 실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자. 한발 앞서 그 지역의 주택시장에 진입하면 직장에 다니기 편하고 미래의 자산증식도 기대할 만하다.
◆연식보다 자금부담 먼저 고려
어떤 유형의 주택에 주거할지도 한가지 정답만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원하는 지역 내 원하는 유형의 아파트가 최근 몇년간 선도적으로 대폭 오른 데 비해 빌라나 오래된 아파트는 덜 올랐다면 아파트가 아니라 차선책에 해당하는 집을 고려할 수도 있다.
새 아파트도 세월이 흐르면 오래된 아파트가 되고 기존 아파트와의 가격차이도 줄어든다. 따라서 오래 보유하며 거주할 계획이라면 자금부담이 적은 오래된 아파트도 고려할 만하다.
필자는 내집이 없던 시절에 재건축 대상인 낡은 아파트에 거주한 적도 있고 상가건물 내 주택에 거주한 적도 있다. 객관적으로 좋은 주거환경이 아니었지만 아이 교육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주거비가 적게 들어가는 만큼 저축을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당시 오래된 아파트의 집주인 중에는 실제 거주하다가 재건축으로 자산을 늘린 경우도 많았다. 오래된 집은 주거 도중 수리비가 지출 될 것까지 미리 감안하면 된다.
지난해 아파트시세가 5.06%, 연립은 2.72% 상승했다. 아파트시세가 가장 많이 오른 대구는 연립도 7.80%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요공급 상 주택가격이 잘 오르는 시기에는 아파트만 계속 오르지 않고 낙수효과에 의해 주택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르기도 한다.
다소 오래된 빌라라도 아파트와 비슷한 전용면적에 대지지분이 크다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철역과 가까운 빌라 위주의 동네가 주거가치 상승에 힘입어 아파트단지로 개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이 많은 사대문 안, 여의도, 상암DMC가 가깝고 한강 근처인 마포구에 지어진 아파트단지 중에도 이런 사례가 많다. 아파트처럼 엘리베이터와 무인택배시스템을 갖추고 고급스러운 주거환경을 가진 신규 빌라도 있다.
다만 지난해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다세대·연립주택이 12년 새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빌라 공급이 아파트를 넘어섰다. 따라서 아파트와의 가격차이 정도에 따라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